[신진환의 '靑.春일기'] 文대통령의 '워라밸', 삶의 질은 어느 수준일까
입력: 2019.01.24 10:21 / 수정: 2019.01.24 10:21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하자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가 전해졌다. 대통령도 인간이니 적절한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 /청와대 제공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하자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가 전해졌다. 대통령도 인간이니 적절한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대통령에게도 쉼표를 찍어주자"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초등학교 재학 당시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는 세월이 흐른 탓인지 정확히 몇 학년 때인지는 기억하지 못 한다. 그럼에도 또렷이 기억하는 것은 남학생은 주로 과학자나 축구선수, 그리고 대통령 등을 꿈꿨다. 여학생은 대체로 선생님이나 간호사 등을 희망했다. 필자도 대통령을 장래희망으로 밝힌 이들 가운데 하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막연하게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아주 호기롭게. 물론 중·고교 과정을 거치면서 꿈은 바뀌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통령 당선을 보장해준다고 하더라도 손사래를 칠 것 같다. 한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의 막중한 책임을 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정사를 돌보는 일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동반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종 결정 권한을 쥔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은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라는 직함의 무게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변에서 흔히들 대통령에 대해 잘해야 본전, 어떻게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직업이라고 하지 않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대면보고를 줄이고, 대신 각 부처 장관 등 내각의 보고는 더 늘리라고 지시한 것이 23일 전해졌다. 김의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마디로 말하자면 대통령의 삶에 쉼표를 좀 찍어주고, 대통령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을 드리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낮 동안 업무를 본 뒤에도 보고서를 싸 들고 관저로 돌아가 그걸 (살펴) 보는 것을 보면서 노 실장이 안타까워한 것 같다"며 "그래서 이런 지시를 내리고 대통령에게도 승인받았다"고 했다.

숨 가쁘게 달리다 보면 결국은 탈이 나게 마련이다. 때로는 일을 잠시 내려놓고 적당한 휴식도 필요하다. /청와대 제공
숨 가쁘게 달리다 보면 결국은 탈이 나게 마련이다. 때로는 일을 잠시 내려놓고 적당한 휴식도 필요하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주 '삶의 질'을 언급했다.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더불어 잘 사는 포용국가 구상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을 내놨다. 아직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까지는 아니고, 부작용도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정한 분배를 통해 기본적인 생존권 등을 보장함으로써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을 줄여나가려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문 대통령이 정작 자신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니 문 대통령의 삶의 질은 어느 수준인지 궁금하다. 막중한 책임감에 밤낮없이 국정을 살피는 문 대통령은 과연 행복한가라는 의문이다. 국내외 안팎으로 많은 현안이 있다 보니 걱정과 고민이 더 많지 않을까 애써 짐작해 본다. 노 실장이 보고서 뭉치를 들고 관저로 돌아가는 문 대통령을 보고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기업인과 대화 행사를 마친 뒤 일부 재계 총수들과 경내를 산책하다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시느냐"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물음에 "못 하는 거죠. 그냥 포기한 거죠"라고 답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피로 누적으로 인한 몸살감기에 걸려 대통령 주치의가 휴식을 강력히 권고하기도 했다.

'워라밸'(일·생활 균형)을 중시하는 시대다. 자기 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삶의 질과도 연관된다. 문 대통령이 앞으로 재임하는 동안 얼마나 '저녁이 있는 삶'을 살지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삶의 질은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숨 가쁘게 달리다 보면 결국은 탈이 나게 마련이다. 대통령도 한 인간이니, 때로는 여유를 갖고 적절히 쉬는 것도 국정을 돌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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