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 4당 원내대표가 (왼쪽부터 윤소하 정의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장병완 원내대표)가 1월 임시국회를 소집했지만, 정쟁을 우려하는 민주당의 미참여로 공회전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
'김태우·신재민·손혜원'에 갇힌 국회…정정에 민생은 뒷전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야 4당의 요청으로 소집된 1월 임시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문을 열었지만, 여야의 극한 대립 속 현안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회 의사일정 합의를 거부해 소득 없이 1월 임시국회가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선, 탄력근로제에 대한 야당의 요구가 강력한데, 2월 국회가 며칠 남지 않았다"며 "경제사회노사정위원회에서 1월 말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2월 국회에서 논의해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국회가 1월 임시국회, 상임위 개최 요구로 정쟁을 하고 있다. 지금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그리고 몇 개 상임위는 차질 없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야당의 정쟁을 위한 상임위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월 임시국회가 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 의혹 등을 둘러싼 정쟁의 장이 될 것을 우려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지난 22일 고위당정청회의에서 "유치원 3법,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법 등 지난해 통과하지 못한 여러 가지 법들이 있는데, 2월에는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1월 임시국회에는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결국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회 공회전이 이달 내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야당에선 민주당이 1월 임시국회에 임하지 않을 경우 2월 임시국회 거부를 심각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과 함께, 현재 상황이 다음 달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이 전날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서 민생, 경제, 개혁과 관련한 입법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얘기"라며 "야 4당이 민생, 경제, 개혁을 위해 1월 임시국회를 소집했지만, 정작 이런 요구를 내팽개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정부 국정운영에 책임과 운명을 같이 하는 존재가 여당이고, 민주당은 원내 1당으로 국회운영에 가장 큰 책임도 갖고 있는 정당"이라며 "그럼에도 1월 임시국회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방치하고 있다. 조속히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은 손혜원 의원 의혹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와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손 의원의 투기 논란이 된 목포를 방문한 모습. /목포=남용희 기자 |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이 침대축구를 하고 있다. 12월 국회에서 고용세습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기로 했는데, 여태까지 안하고 있다. 또 바른미래당과 공조해 추진한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 사건 특검안,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관련 청문회는 뭉개고 있다. 손혜원 의원 목포 투기 의혹 등에 대해서도 야당이 일제히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축구에서) 90분 동안 침대축구를 하면 '몰수패'를 당한다. 국민들이 이런 여당의 침대축구에 대해서 몰수패 판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1월 국회를 침대축구로 계속한다면 야당으로는 2월 국회 거부를 심각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2월까지 국회 공회전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월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한 선거제도 개혁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이 1월 임시국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특히 21일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통해 내놓은 국회의원 정수 유지, 지역구 200명, 비례대표 100명 선거제도 개혁안에 대해 비판하며 현실적 안 제시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선거제 개혁안은 한 마디로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지역구 의원 숫자를 53석 줄이는 협상은 단기간에 가능하지 않고, 지방과 농촌의 의석이 없어져 지역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사실상 선거제 개혁을 거부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 안은 의원정수 확대 불가라는 틀에 갇힌 것도 모자라 지역구 의원들의 눈치만 살피는 어중간한 태도로 개혁의 진정성을 의심케한다"며 "한 걸음조차 뗄 용기가 없는 민주당의 답답한 태도에 한숨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한국당의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여당은 '답정너'나마 선거제도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한국당은 묵묵부답에 함흥차사"라며 "무의미한 정쟁에 천착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는데, 이쯤되면 아무 것도 안하는 한국당이 국회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 일곱번째)와 이낙연(왼쪽 여섯번째) 국무총리, 김수현(오른쪽 다섯번째)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당정청은 이 자리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한 각종 민생개혁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뉴시스 |
이처럼 1월 임시국회를 대하는 각 당의 입장이 다 달라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은 현 상황에서 상임위를 여는 것은 정쟁을 하자는 이야기 밖에 안 되기 때문에 1월 임시국회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태우·신재민·손혜원 사건은 이미 의혹이 말끔히 정리됐거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건들을 갖고 특검을 하자는 건 정쟁을 하자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며 "국회가 챙겨야할 시급한 민생현안이 많은데, 이제 정쟁은 그만하고 민생과 경제, 한반도 평화를 챙길 수 있도록 2월 국회에 야당이 함께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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