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역 1번 출구 앞에 위치한 손혜원 의원 지역사무소에는 그 흔한 간판조차 없었다. 다른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보다 간소했고, 지역 사무실이 아닌 '손혜원 국회의원 후원회'라고 쓰여 있었다. /마포=문혜현 기자 |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뽑은 그 국회의원은 잘하고 있습니까. 2016년 4월 총선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020년 21대 총선을 준비할 때가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시간이 가도 여전히 당파싸움에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런 꼴을 보려고 국회의원을 뽑지는 않았는데 말이지요. 우리를 대신해서 정치를 해달라고 했는데 혹시 민심은 외면한 채 자신의 정치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더팩트>는 화제와 이슈의 국회의원 지역구를 찾아 '풀뿌리 민심'을 듣는 '그 의원 지역구에선'을 연재합니다. 모든 시민을 만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유권자를 만나 '우리 의원님'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들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이번에는 실망했다", "예술가들 챙기는 동네 아주머니"
[더팩트ㅣ마포=박재우·문혜현 기자] 예쁘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늘어선 망리단길, SNS에서도 소문난 데이트 코스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거리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물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관심 없다고 말한 이들은 있었지만, 연일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내리는 손혜원 무소속 서울 마포을 의원을 모른다고 한 이는 없었다.
서울 마포을 지역구 국회의원인 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을 했다. 야당에서는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 중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 감독과의 설전, 최근에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한 '막말'로 구설에 올랐다.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이전엔 국민 소주 '참이슬', '처음처럼'을 작명한 브랜드 기획자로 이름을 날렸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것도 손 의원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는 숙명여고 시절부터 오랜 친구다.
이런 손 의원에 대해 지역구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탈당 기자회견 전인 지난 17일 취재진은 지역구를 다니며 주민들과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기꺼이 질문을 받아주는 사람들과 대화는 뜨거웠다. '화제의 인물답게' 손 의원에 대해 나눌 얘깃거리는 많았다.
서울시 마포구는 민주당 세가 강한 곳이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서울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득표율이 45.79%로 가장 높았다. 그중 마포을 지역구는 홍익대학교, 경의선 숲길, 망리단길이 위치해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예술인들 또한 이 부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손 의원뿐 아니라 마포을 지역구는 대중적인 국회의원을 많이 배출했다. 18대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 19대 정청래 의원, 20대가 손 의원이다. 이들 모두 거친 '언사'를 구사하며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기도 한다. 마포에는 기가 센 사람들만 당선되는 걸까.
망원역 1번 출구 앞에 위치한 손혜원 지역사무소에는 그 흔한 간판조차 없었다. 상대적으로 다른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보다 간소했고, 지역 사무실이 아닌 '손혜원 국회의원 후원회'라고 쓰여 있었다. 취재진이 도착한 손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는 2주 전에 채용됐다는 인턴 직원 한 명뿐이었다. 다른 의원의 지역 사무실보다 크기는 작았다. 녹차와 커피를 내주면서 직원은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했다.
손혜원 의원실 김성회 보좌관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목포 땅 투기 의혹이 일자 후원금이 늘었다며 후원금 명세서를 올렸다. /김성회 보좌관 페이스북 |
최근 목포 땅 투기 의혹이나 구설수로 항의 전화가 많이 오느냐는 질문에는 "신재민 사건(페이스북에 신재민 전 사무관 비방 글을 올렸다 신 전 사무관 자살 소동이 나자 지운 일) 당시에는 항의성 전화가 많았지만, 이번 사건(목포 투기 의혹)으로는 응원 전화가 훨씬 많이 온다"며 "응원하면서 후원 신청하는 분들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손혜원 의원실 김성회 보좌관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원금 명세서와 함께 "SBS 논란이 벌어진 후 3,164분의 후원자들께서 6869만 원의 후원금을 모아주셨습니다"라며 "만원 후원 인증 글 올려주시며 힘내라 응원해주시는 글들이 있었다"고 알렸다.
사무실을 나와 망원시장·망리단길을 걸으며 민심 탐방을 했다. 흔치 않는 풍경을 목격했다. 요즘 '힙'(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갖고 있다는 뜻)하다는 이유로 시장에 20·30 청년들이 많다고 하던데, 과연 사실이었다. 목포를 자신의 지역구 마포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뜨는 동네'가 된 가게들을 찾아 손 의원에 대해 물었다.
먼저, 투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 같아 부동산을 찾았다. 50대 여성 부동산 중개업자는 TV를 가르키며 "어제도 오늘도 뉴스에 나왔다"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이라면 그건 100% 투기라고 본다"며 "우리나라 국민들 보고는 위장 전입하지 말라면서, 정치인들은 다한다"고 지적했다.
손혜원 의원 지역구인 망원시장과 망리단길 거리에서 만난 손 의원 지역구민들은 최근 논란과 관련해 의견이 갈렸다. 망원시장 내부 모습. /마포=문혜현 기자 |
부부 간에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부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목포 부동산 투기 건에 대해서 부인 김모 씨는 "평소에 잘하신다"며 "이곳 주민들이랑 친하게 잘 지내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면서 "잘하시면 다음에 나와도 뽑아줄 것"이라며 "그 내용이 사실일지 지켜봐야 한다. 나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믿음을 잃지 않았다.
반면, 남편 박모 씨는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조금 실망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기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서 정보를 얻고 투기했다면 문제가 된다"라며 "어린 조카가 무슨 돈이 있다고 그 돈을 쉽게 꿔주냐.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선 직후 손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화와 예술을 업그레이드해서 마포를 더 가치 있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 ‘브루클린(미국 뉴욕 주)’ 같은 도시를 만들고 싶다"며 "예술가들이 모이고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손 의원 당선 이후 '연트럴파크', '망리단길' 등으로 브루클린처럼 '힙'한 동네가 됐지만, 이에 대한 손 의원의 기여도는 알 수 없었다. 현장에서 손 의원이 정책 간담회, 민원 접수 등을 진행했다는 소식은 듣진 못했다. 하지만 관심 있는 예술인·소상공인들을 챙기는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2017년 손혜원 의원은 홈페이지에 지역구에서 즐겨찾는 시계점에서 사진을 업로드한 바 있다. 당시 손 의원은 수제 시계를 선물용으로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혜원 의원 홈페이지 |
홈페이지에 자신이 즐겨 찾거나 인상 깊었던 상점을 방문해 당시 사진과 소개 글을 함께 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손 의원의 흔적을 찾기 위해 취재진도 그 동선을 따라갔다. 손 의원의 단골 가게로 알려진 개인 옷 가게를 찾았다. 40대 여성 디자이너는 "자주 오시는데 요즘 그 사건(목포 투기의혹)때문에 뜸하시다"며 "평소엔 제가 만든 옷을 입고 출근한 날에는 한 번씩 들러 옷 입었다고 오기도 한다. 동네 주민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손 의원 기분이 어떤 것 같느냐는 질문에는 "신재민 사건 당시 오셨었는데 그런 얘기는 일체 하지 않았다"며 "평소와 다를 건 없었지만 표정이 덜 밝아 보이긴 했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자리를 나서려고 하자 "괜히 손 의원 편드는 것 같긴 한데, 자기 작업하시는 분들 얘기를 많이 한다"며 "신발은 저기서 샀고, 액세서리는 어디서 샀고, 누가 만들었는지 다 얘기해준다"고 자신이 본 손 의원 인상에 관해 이같이 설명했다.
연남동에 위치한 한 수제 시계점에서는 "재작년에 왔는데 손 의원이 시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며 "우리 시계는 직접 수제로 만드는 시계인데, 선물용으로 구매한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손 의원의 지역구 활동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그분이 뭐 하시는지는 모른다"면서도 "요즘 관련해서 워낙 견해차가 있지만, 제가 볼 때는 잘하시는 것 같다"고 답했다.
손혜원 의원 지역구에 위치한 야구 연습장 관리자는 "손 의원이 선동열 감독에게 '사퇴하세요', '사과하세요'라고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마포=문혜현 기자 |
문체위 여당 간사였던 손 의원의 '야구사랑'이 생각나 근처 야구 연습장에 들렀다. 손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 감독에게 "너무 편한 전임 감독 하시는 거 아닙니까"라며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과를 하던지 아니면 사퇴를 하든지 해라"고 따져 물어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날씨 때문인지 야구 배트를 들고 있는 이들은 외국인 관광객뿐이었다. 취재진은 어쩔 수 없이 카운터에서 정산을 하고 있던 관리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50대 남성인 그는 취재진에게 강용석 전 의원의 사인을 보여주면서 "아들이랑 간혹 이곳에 들러 야구를 하기도 했다"며 "강용석, 정청래, 손혜원 등 마포을 지역구는 기가 센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하는 지역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야구인답게 선 감독과의 설전에 대해 "선 감독 문제는 그전부터 문제를 제기했어야지, 왜 이기고 돌아온 사람을 대고 그랬느냐"며 "자기(손 의원)가 아무리 국민 대표라고 해도 그렇게 해도 되느냐"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아울러, "선 감독은 과거사는 놔두더라도 우승이라는 큰일을 해냈다"며 "'사퇴하세요', '사과하세요'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1차 취재를 마치고 기사를 정리하던 도중 20일 '손혜원 의원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17일 취재를 마친 기자들로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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