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택의 고전시평] 저출산·불평등 해결책은 부동산 개혁이다
입력: 2019.01.19 00:00 / 수정: 2019.01.19 00:00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회경제적 개혁은 완성할 수 없으며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고강도의 부동산 대책을 실천해서 부동산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더팩트DB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회경제적 개혁은 완성할 수 없으며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고강도의 부동산 대책을 실천해서 부동산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더팩트DB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연애, 결혼 및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서 시작하여 ‘N가지를 포기한’ N포세대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삼포세대 및 N포세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신조어 중에 하나이다.

지금의 40대 중반에서 60대 세대들은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의 결과로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창출되어 고용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현재의 20~30대 젊은 세대들은 고용 없는 성장 및 저성장의 구조화로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라고 하더라도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물론 고용의 문제는 사회의 많은 영역의 모순을 함께 해결해야 풀 수 있는 복합적 사안이다.

단적인 예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를 들 수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전체 노동자의 81%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데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은 대기업 노동자 임금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당연히 대졸자들은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공무원이나 대기업 취직 준비에 몰입하게 된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는데 대기업이나 공무원 경쟁률은 갈수록 치열해져 고용시장의 불균형 현상이 만연하다.

고용은 교육 기회의 평등성과도 결부되어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회적 취약 계층의 자녀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한된 결과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가 여의치 않아서 빈곤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현실 문제에 지나치게 몰두할 수밖에 없어서 청년 세대 특유의 현실 비판 및 참여의식이 박약해져 그들의 이해를 직접적으로 주장하며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연애, 결혼 및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다 보니 저출산으로 인한 각종 문제점이 발생한다. 젊은 세대들이 연애, 결혼 및 출산을 포기하는 경향은 취업과 교육비 문제 못지않게 주거문제의 영향이 크다. 2017년 주거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혼부부가 가족계획 시 고려하는 사항은 주택 마련•주거비•주택 규모 등의 주거 문제가 31.6%, 양육•교육비용이 30.6%, 가계 경제•고용 상태가 19.1%를 차지한다.

고용, 자녀의 양육 및 교육비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면의 한계 상 이 글에서는 청년세대의 현재와 미래의 걸림돌이며 사회 불평등의 중요한 원인인 부동산 문제만 다루고자 한다. 집값을 획기적으로 내리면 청년 세대들이 안심하고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여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불평등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남한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바탕으로 ‘부동산공화국’이 되었다. 한 마디로 돈을 갖고 있거나 대출이 가능한 사람이면 너나할 것 없이 부동산에 투자하여 다른 어떤 수단보다 유효하게 자산을 증식시켜 왔다. 2016년 남한의 국부 중 토지자산이 53.4%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며 그 결과 주거 및 생산시설 원가는 기형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주택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일은 저출산 및 사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지 몰라도 주요한 대책임에는 틀림없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회경제적 개혁은 완성할 수 없으며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고강도의 부동산 대책을 실천해서 부동산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

첫째, 지금까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 핵심부가 부동산 문제를 사회 개혁 과제의 중심축으로 간주하는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 둘째, 지금처럼 부동산 거래가 뜸하고 침체된 국면에 만족하지 말고 부동산 보유가 고통이 되도록 보유세와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 부동산 매물이 넘쳐나고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가격을 눈에 띄게 인하할 수 있다.

셋째, 주택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제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전 부문에 전면적으로 실시하여 주택 공급 가격을 대폭 낮추고 부실시공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된다. 넷째, 저렴하고 질이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자. 신도시를 개발하여 주택 공급을 늘리는 일이 능사는 아니다. 2013년에서 2016년까지 신규공급 주택 중 무주택자의 매입은 59.7%, 유주택자의 구입은 40.3%였다.

신규 공급 주택 중 이미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또 구입한 경우가 40.3%나 차지하였다는 점은 주택을 공급한 혜택이 무주택자에게 많이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서 분양을 아무리 많이 해도 구입 여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 손의 떡에 불과한 셈이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이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된다.

'맹자'에 ‘불위不爲(하지 않는 것)’와 ‘불능不能(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모든 사회 개혁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문제 해결은 ‘불능’이 아닌 ‘불위’의 차원이며 이미 있는 해결책을 적용할까 말까의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보다 훨씬 고강도로 부동산 문제를 개혁하여 저출산과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the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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