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사법농단' 혐의 양승태, 검찰 출석하며 또 사법부 농단?
입력: 2019.01.11 05:00 / 수정: 2019.01.11 05:00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검찰 조사를 앞둔 가운데, 先 대법원 後 검찰 방침을 밝혀 파문이 일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인근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힌 모습./성남=임영무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검찰 조사를 앞둔 가운데, 先 대법원 後 검찰 방침을 밝혀 파문이 일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인근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힌 모습./성남=임영무 기자

양승태, 대법원서 기자회견…법조계 "법원 멀리해도 모자랄 판에"

[더팩트ㅣ임현경 기자]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에 출석한다. 11일 오전 9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은 출석 전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으로 비판이 거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9일 "검찰 출석 직전인 11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소회 등 입장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장소 선정 배경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 본인이 최근까지 오래 근무했던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앞서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10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포토라인을 설치하는 모습. /뉴시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앞서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10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포토라인을 설치하는 모습. /뉴시스

◆ "전례 없는 일" 난색 짙은 검찰·대법원

양 전 대법원장의 전례 없는 '선언'에 검찰과 대법원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는 관례상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을 발표한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겠다는 주장을 고수하면서 검찰은 피의자에게 '검찰 패싱' 당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검찰은 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조사를 받는 만큼 만일에 대비해 '전직 대통령 수준'의 예우를 갖추고 안전 조처를 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이 전 대통령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11일 오전부터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폐쇄하고 출입증 소지자에 한해 접근을 허용한다. 취재진 또한 사전에 허가를 받은 극소수만 출입이 가능하며 그중에서도 최소한의 인원만이 근접 취재가 가능하다.

대법원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에 협조요청이나 허가신청서를 내지 않고 변호인을 통해 언론에 기자회견 사실을 '통보'했다. 또한 대법원이 장소 제공을 허용해주지 않는다면 정문 울타리 안쪽 건물 앞, 여의치 않을 경우 정문 밖에서라도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식 절차가 아닌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장소 제공을 요청받은 대법원은 이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법원 내 기자회견을 허용한다면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불허한다면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예우나 법조계의 위상 측면에서 논란 여지가 있다.

경찰도 덩달아 바빠졌다. 양 전 대법원장과 그의 입장을 저지하려는 집회 참가자들의 충돌 가능성에 따라 경찰 인력의 대거 투입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이하 법원 노조)는 11일 전국 법원본부 간부들을 소집하고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을 원천봉쇄할 예정이다.

법원 노조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의 오만이 극치에 달했다"며 "사법농단 정점에 있는 양승태가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것은 법원 내 적폐세력을 결집하겠다는 의도이고 끝까지 법원을 자극해 혼란을 야기하려는 마지막 발악"이라며 "양승태가 서야 할 곳은 검찰 피의자 포토라인이다. 법원본부는 양승태가 법원 내 적폐세력을 결집시켜 자신들의 재판에 개입하려는 마지막 도발을 저지할 것"이라 밝혔다.

법조계는 사법부를 위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을 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0일 오전 대법원 전경. /뉴시스
법조계는 "사법부를 위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을 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0일 오전 대법원 전경. /뉴시스

◆ 법조계 "양승태, 사법부 위해선 법원 멀리해야"

법조계도 양 전 대법원장의 행보에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피의자로서 적절지 못한 태도인데다,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불신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의자가 자신에 대한 재판을 할 법원 내에서 마치 법원을 대표하는 양 법관들과 국민들을 향해 의견을 내다니, 어느 피해자가 그럴 수 있는가"라며 "정말이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류 판사는 "전 사법부의 수장이셨던 분께서 왜 불필요하게 재판의 공정성을 흔들고 후배 판사들에게 부담을 안기시는가"라며 "선배들 잘못에 대해 열심히 재판하던 후배들이 사법부 일원이라는 책임감 하나로 엎드려 사죄했는데, 도대체 어디까지 우리들에게 치욕을 안기실 건가. 제발 법원을 멀리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 역시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트린 것에 대해 사죄하며 법원을 피해야 할 상황인데, 너무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이 전직 대법원장을 들이는 것도 막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건국 이래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수사를 받는 상황만으로도 사법부에는 큰 논란이고 부담"이라고 봤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은 피의자가 아닌,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내가 사법부를 대표했던 사람이다'라는 상징성과 대표성을 갖고 국민들의 신뢰감과 공감을 얻으려는 것 같다"며 "수사가 다 이뤄진 상황인데 이처럼 계속 억울하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이 좋은 전략인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거래와 법관 사찰 등 '사법농단' 연루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 민사소송 개입 △ 헌법재판소 심판 관련 내부정보 유출 △ 법관 사찰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 △비자금 조성 등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문건을 보고 받았으며 직접 승인하거나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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