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웃으며 떠난 임종석, 그의 초심은 뭘까
입력: 2019.01.09 05:00 / 수정: 2019.01.09 11:34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년 9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8일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들과 웃으며 인사하는 임 전 실장. /청와대 제공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년 9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8일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들과 웃으며 인사하는 임 전 실장. /청와대 제공

임 전 실장, 차기 행보 관심사…21대 총선 출마설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처음 마주한 때는 지난해 10월 28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기자단의 북악산 산행 때였다. 당시 북악산 정상에 올라 잠시 한숨을 돌릴 때 임 전 실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빌딩 숲 사이로 곧게 뻗은 광화문 대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동행한 다른 참모들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선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때문에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그가 어떠한 감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매스컴에서 자주 임 전 실장의 웃는 얼굴을 봐왔던 터라 궁금증은 더해졌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약식으로 간담회를 하는 바람에 다가가지 못했다.

뚜렷이 기억하는 것은, 임 전 실장이 굽어진 산등성이를 따라 광화문 복판을 내려다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언가 수심이 깊어 보였다는 점이다. 그저 경치를 감상하는 것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간담회에 귀를 열어두면서도 눈은 자주 임 전 실장으로 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돕는 격무로 지친 심신을 잠시나마 충전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 비무장지대(DMZ) 방문 당시(같은 달 17일) 선글라스를 쓰고 군 최고지휘관으로부터 의전을 받아 이낙연 국무총리가 자신에게 크게 화를 냈다는 보도 때문일 수도 있다고 미루어 짐작했다. 어쨌든 그날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외로이 풍경을 눈에 담은 그의 모습에서 '청와대 2인자'가 아닌 한 인간의 고뇌에 찬 면모가 느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기자단이 지난해 10월 28일 북악산에 올랐다. 당시 임 실장은 참모들과 떨어진 자리에서 한참 광화문 대로를 바라봤다. /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기자단이 지난해 10월 28일 북악산에 올랐다. 당시 임 실장은 참모들과 떨어진 자리에서 한참 광화문 대로를 바라봤다. /신진환 기자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고 임 전 실장은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됐다. 8일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1년 9개월 동안 머무른 청와대를 떠났다. 마지막으로 인선 내용을 발표하기 위해 춘추관 브리핑룸을 찾은 임 전 실장의 표정은 북악산에서 본 것과 180도 달랐다. 시종일관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의 옷을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기쁨일 수도 있겠다.

직에서 물러난 임 전 실장의 향후 거취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로 쉼없이 달려온 일상을 뒤로하고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것으로 보이지만, 다시 정치에 뛰어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내년 21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說)이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시 34세의 최연소 나이로 국회에 입성한 뒤 재선에 성공한 저력을 바탕으로 '여의도'에 재입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 전 실장이 마지막 소회를 밝힐 때 유독 '초심'이라는 단어가 인상 깊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기대 수준만큼 충분하지는 못하겠지만, 지난 20개월 동안 대통령의 초심은 흔들린 적이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초심에 대해 언급한 것이지만, 지근거리에서 그림자처럼 도왔던 그도 초심을 잃지 않고 역할을 다했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임 전 실장은 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항간에는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한 뒤 승리한다면 대권까지 도전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임 전 실장은 청와대를 떠났지만, 또 돌아올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참여정부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정계에 진출했던 초심, 청와대에 입성했던 초심, 그 어떤 초심이 임 전 실장을 이끌지 궁금하다. 임 전 실장의 임기 마지막 날, 그가 유독 '촛불 민심'으로 가득 찼었던 광화문 대로를 바라봤던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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