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잇단 논란 靑, '당당함'과 '거만함' 사이의 불편함
입력: 2019.01.08 11:00 / 수정: 2019.01.08 11:06
청와대가 잇단 구설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의 해명과 반박의 정도라는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윤호 기자
청와대가 잇단 구설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의 해명과 반박의 정도라는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 "행정관이 카페에서 참모총장 못 만날 이유 없어."

청와대가 최근 잇따라 발생한 논란과 관련해 내놓은 말들이다.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별일 아니다' 정도로 해석해주고 싶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청와대를 향해 '오만하다'고 비판한다. 이 주장에 동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청와대의 해명이나 반박을 내놓는 관계자들의 눈높이와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는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우리의 청와대는 과연 고개를 숙이고 있는가.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폭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와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군 인사를 앞두고 육군참모총장을 카페에서 만난 논란 등 구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마냥 반대 편의 헐뜯기로 치부하기에도 어색하다. 청와대의 해명대로라면 그야말로 '구설'(口舌,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에 불과할 텐데 논란은 더 증폭되고 있으니 말이다.

구설이라면 정확한 해명으로 사실을 바로 잡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맞다. 짜증을 낼 것이 아니라 정확한 내용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정치권의 주장이나 언론의 보도를 듣고 보는 것도 국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해명 자세가 특히 중요한 이유이다. 당연히 잘못이 없는 데 기죽을 필요는 없다. 당당한 자세는 의혹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득의 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논란이 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만난 것과 관련해 행정관이라고 못 만날 법 없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비판이 일고 있다. /뉴시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논란이 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만난 것과 관련해 "행정관이라고 못 만날 법 없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비판이 일고 있다. /뉴시스

그럼 과연 청와대는 이런 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대응하고 있는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논란인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만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 일하는 행정관이 대통령의 철학과 지침에 대해 추천권자인 육군 참모총장과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관이라고 못 만날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해명이나 반박은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속된 말로 어깨에 빨래집게 두 개가 걸려있는 듯 힘 들어간 태도 즉, 거만하다는 오해를 부를 만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이나 반박, 해명은 설익은 벼로 느껴진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서 군 관계자는 김 대변인의 브리핑을 듣고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군의 특성을 무시하거나 군을 얕보는 발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씁쓸해했다. 격이 맞지 않는 내용을 놓고 뭐가 잘못이냐고 반박하는 태도는 당당함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을 늘 최우선에 두고 발언한다. 2017년 5월 9일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을 때도 국민이 이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날 취임식(사진)에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통합에 방점을 뒀다. /더팩트DB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을 늘 최우선에 두고 발언한다. 2017년 5월 9일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을 때도 "국민이 이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날 취임식(사진)에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통합에 방점을 뒀다. /더팩트DB

민심의 결정체인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그 어떤 정부보다 '국민'을 우선하는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그간 발언을 봐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2일 개헌안 전문을 공개하며 "모든 국민이 알 수 있게 조문안을 공개하자"라고 지시했다. 지난 일이지만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주목할 점은 '국민'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국민께 더 희망을 드리는 나라, 국민 여러분께 힘이 되는 정부가 되겠습니다"라면서 '국민'을 23번 언급했다.

앞선 지난 2017년 5월 9일 19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을 때도 문 대통령이 광화문 광장에서 한 말은 "국민이 이기는 나라" "국민만 보고 바른 길로 가겠다"였다. 다음 날 취임사에서도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국민 통합'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이라는 키워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촛불민심 즉, 국민이 탄생시켰기 때문에 더욱 더 당당하면서도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앞뒤가 맞는다.

당당함과 거만함은 전혀 다른 뜻이지만 출발은 아주 미미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국민을 받들겠다는 청와대가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잇단 논란의 진원지라고 지목을 받는 것을 다시 한번 차분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문 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하고 경제에 전념하려는 이때 참모들의 사소한 실수 또는 국민의 지적을 받을 발언으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히는 일은 적어도 없어야 되지 않을까.

2019년 기해년, 문 대통령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참모라면 '당당함'과 '거만함' 사이에서 자신의 태도와 발언이 어떻게 비칠지 한 번 더 생각했으면 한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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