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교체 인사를 단행한다. 사진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
靑 분위기 쇄신 차원…총선 겨냥 인사 시각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교체 인사를 단행한다. 교체가 유력한 인사들이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출마할 유력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쏠린다.
표면적으로는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만큼 청와대 내부 인적 쇄신을 통해 여러 국정 운영의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데 전념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인다. 또,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 불미스러운 파문이 터지면서 정국을 타개하는 동력을 확보하고 청와대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임 실장이 주재한 인사추천위원회는 전날 대통령 비서실장 및 주요 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인사 검증을 마무리하고 결과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문 대통령이 최종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임 실장이 교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실장은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1년 9개월간 가장 가까이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비서실장 평균 임기가 1년 2개월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교체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 임 실장은 그동안 야권으로부터 '왕실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주 야권 공세의 중심에 섰던 인물인 만큼 부담을 줄기 위한 인사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은 민생·경제 부분에서 성과를 내려면 야권의 협조가 필요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7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최근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당시 보다 급감한 것을 언급하면서 "인적 쇄신을 통해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는 차원과 함께 약간의 문책성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임 실장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임 실장은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힌다. 임 실장이 야권으로부터 핵심 표적이 되는 이유도 '깎아내려야 할 대상'이라는 정치적 셈이 깔렸다. 바꿔 말하면 야권이 어느 정도 임 실장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견제한다는 뜻이 된다.
한병도(왼쪽)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두 수석은 내년 총선 출마설이 거론된다. /더팩트 DB,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또한, 임 실장이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나도는데, 문 대통령이 임 실장의 정치적 활동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충분한 휴식기를 갖게끔 하고, 적절한 시기에 정치적 활동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아직 임 실장이 어느 지역구에 출마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종로에서 승리한다면 이를 발판 삼아 대권까지 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 실장의 후임으로 노영민 주중대사가 사실상 내정됐다. 3선(17·18·19대) 국회의원 출신인 노 대사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 2017년 대선에선 조직본부장 등을 맡아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원조 친문'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고 각종 국정 운영을 도울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병도 정무수석 후임에는 강기정 전 의원이 내정됐다. 3선 의원 경력이 있는 만큼 안정된 업무 능력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강 전 의원은 최근 청와대 참모진 인사가 있을 것으로 알려진 뒤부터 꾸준히 정무수석 후보로 거론돼 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후임에는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애초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승진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인사 시기가 임박한 즈음 윤 전 위원이 급부상했다.
이는 친문 인사의 전진 배치가 아니냐는 지적을 불식시키고 전문가를 등용함으로써 어느 정도 인사 균형을 맞추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지칭하는 이른바 '캠코더 인사' '보은 인사'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지적을 야권으로부터 받아 왔다.
한 수석과 윤 수석 모두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 나돈다. 이미 17대 국회 '금배지'를 달았던 한 수석은 자신의 고향인 전북 익산, 언론인 출신인 윤 수석은 분당 출마설이 거론된다. 이들이 청와대 경력을 발판 삼아 여의도에 입성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지만,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
비서실장과 정무·국민소통수석에 대한 인선이 발표 이후 내년 총선에 나갈 인물들을 중심으로 비서관급에 대한 인사도 있을 예정이다. 백원우 민정비서관, 송인배 정무비서관, 조한기 1부속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등이 총선에 출마할 인물로 거론된다. 유송화 제2 부속비서관은 춘추관장으로, 신지연 해외언론비서관은 제2 부속비서관으로 각각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