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신재민 폭로' 핵심은 뒷전, 파생 이슈 부각
입력: 2019.01.08 05:00 / 수정: 2019.01.08 05:00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로 민간기업과 기재부에 대한 부당한 청와대 개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파생 이슈가 불거지며 본질인 진실 규명이 밀려난 모양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신 전 삼관이 폭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이덕인 기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로 민간기업과 기재부에 대한 부당한 청와대 개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파생 이슈가 불거지며 본질인 진실 규명이 밀려난 모양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신 전 삼관이 폭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이덕인 기자

신재민 '자살 소동'-손혜원 '막말 논란'에 정쟁 격화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로 불거진 부당한 청와대 개입 의혹이 파생 이슈 부각으로 핵심인 진실 규명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기재부의 KT&G 사장 인사 개입, 적자국채 발행 시도가 있었다는 충격적 증언이 나왔지만, 신 전 사무관 '자살 소동',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막말 논란'이 부각되며 본질보다 곁가지가 주목받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해 3월 기재부에서 작성한 'KT&G 사장 인사 개입' 문건을 MBC에 제보했다. 그는 두 달 뒤 관련 보도가 나가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총리실에서 유출자 색출에 나서자 자신으로 인해 애꿎은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미안함 등으로 같은 해 7월 퇴직했다.

이후 메가스터디와 계약을 맺고 공무원 시험 강의를 하기로 계약을 맺었던 신 전 사무관은 4개월 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그가 세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2월 29일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본인이 기재부를 나온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영상을 제작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이틀에 걸쳐 청와대의 KT&G 사장 인사 개입, 적자국채 발행 외압 시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기재부는 즉각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와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압박했다. 하지만 실무자가 만든 '참고용 문서'라면서 기록물 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이중적 대응으로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와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2일 청와대 외압과 관련해 기자회견하는 신 전 사무관. /이덕인 기자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와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2일 청와대 외압과 관련해 기자회견하는 신 전 사무관. /이덕인 기자

지난해 5월 MBC의 '기재부, KT&G 사장 인사 개입' 보도 당시 "실무자가 참고용으로 만들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던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의 유튜브 폭로가 나오자 "담배사업법상 관리·감독 주무기관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어 동향을 파악했으나 최종적으로 차관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신 전 사무관을 고발했다.

또한, 기재부는 적자국채 추가 발행 관련 "청와대의 의견 제시가 있었으나 강압적 지시는 없었다"며 "청와대뿐 아니라 관련 기관들과 다양하게 논의한 후 기재부가 최종적으로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신 전 사무관이 영상에서 함께 언급한 메가스터디 강사 계약 사실과 앞으로 공무원 시험 강의를 하려고 한다고 한 점을 지적하며 "돈 벌이를 위해 나선 전 기재부 공무원의 개인적 일탈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신 전 사무관은 지난 2일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외압의 당사자로 차영환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종실 2차장)을 지목하며 본인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양 측의 진실공방은 다음 날 신 전 사무관이 유서를 남기고 잠적한 '자살 소동'이 발생하고, 손 의원이 SNS에 "신재민은 돈을 벌기 위해 폭로했다",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으로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다" 등의 막말을 썼다 삭제한 사실이 이슈화되며 파생 이슈가 더 주목받았다.

정치권에선 신 전 사무관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함께 손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야당에선 진실 규명을 위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청문회 개최도 요구하고 나섰지만 당·정·청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청와대와 기재부의 협의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한 목소리로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

결국, 신 전 사무관 사태의 핵심은 청와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느냐 여부다. 결과적으로 KT&G 사장 교체 시도가 실패했고, 적자국채도 발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시도한 과정의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외압은 없었고, 협의는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내부자였던 신 전 사무관의 폭로와 다른 부분은 진실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대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제는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해 청와대가 정무적인 판단으로 기재부 관료들의 전문적인 의견을 압박해서 박근혜 전 정부의 국채비율을 높게 유지하려고 강압했는지의 사실 여부"라며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통해 문제의 실상을 본질적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왼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관영(오른쪽)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신 전 사무관 폭로 내용과 관련해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7일 2019년 첫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나 원내대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 원내대표가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나경원(왼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관영(오른쪽)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신 전 사무관 폭로 내용과 관련해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7일 2019년 첫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나 원내대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 원내대표가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여야 교선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재위 청문회 소집을 요구했다. 하지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압력이 아닌 소통이라고 생각한다"며 "불필요한 소모적 정쟁은 옳지 않다"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당·정·청의 합심해 신재민발 파문 차단에 나섰지만, 야당 측은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방침이어서 당분간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둘러싼 정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신 전 사무관을 무턱대고 비난하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잘못된 부분이 있다"며 "그의 폭로가 공익 제보에 해당 하는지, 해당 하지 않는지는 따져 볼 부분이 있지만, 지금은 개인에 대한 사안보다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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