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가 7일 전두환 씨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단 취재기자에게 폭언·위협을 가했다. 이날 보수단체연합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연희동=이덕인 기자 |
"노란리본 보면 천불 나…세월호, 유병언이 북한 지시받아 한 일"
[더팩트ㅣ연희동=임현경 기자] "노란 리본은 빨갱이!"
보수단체가 7일 전두환 씨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현장을 취재하던 취재기자를 상대로 폭언을 하고 밀치는 등 물리적 위협을 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취재기자의 가방에 노란색의 작은 세월호 리본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본 보수단체 시위대들이 단체로 폭언과 위협을 가한 것이다.
이날 자유대한호국단·500만야전군·자유연합·전군구국동지회 등 보수단체 연합은 전 씨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전 씨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현장에 모인 인원은 200여명으로,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키지 못했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만은 우리 손으로 지키겠다"며 연희동 골목 일대를 점령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씨가 이날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강제 구인되는 것을 막겠다는 목적이었다.
이들은 오후 1시 30분께 한 취재기자의 가방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달린 것을 보고 고성을 지르며 폭언을 퍼부었다. 한 60대 여성이 리본을 발견한 뒤 기자의 뒤를 쫓으며 "노란 리본만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며 소리치자, 주변에 있던 20여명이 "빨갱이"를 외치며 단숨에 기자를 향해 몰려들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5·18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가 "모두 북한 소행"이라 주장했다. 지만원 씨가 이날 연사로서 무대에 올라 참가자들을 집결시키는 모습. /이덕인 기자 |
70대 남성은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 촛불집회 나가서 태극기 흔들면 좋겠느냐"며 분노했고, 80대 여성은 "영혼이 빠져나가고 있는 게 보인다. 정신이 나갔다"며 기자를 힐난했다. 기자를 에워싼 이들은 강한 적대감을 보이며 "세월호는 5·18 폭동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일으킨 사고다", "박 전 대통령을 몰아내려는 음모였다", "전원 구조됐는데 해경이 밧줄을 끊어서 침몰시킨 것이다", "유병언은 죽지 않았다" 등 세월호 참사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기자의 어깨를 밀치고 옷을 잡아당기는 등 물리적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방송을 촬영하는 개인 유튜버 등이 합류하면서 점차 목소리가 높아지자, 주변 경찰이 이들을 만류해 일촉즉발의 상황을 모면했다. 해당 기자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현장을 빠져나갔다.
예상 밖의 봉변을 당한 취재 기자는 "마치 한바탕 악몽을 꾼 것 같다. 많은 시위 현장의 취재를 했지만 세월호 리본을 달았다고 폭언을 들으며 위협을 당하기는 처음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합리적 이성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마치 광기에 휩싸인 사람들의 망동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500만야전군 의장을 맡고 있는 지만원 씨가 연사로 나서 참가자들을 이끌었다. 지 씨는 지난해 5·18을 북한군 특수부대가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해 손해배상판결을 받았으며, 시민단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두고 '빨갱이'·'앵벌이' 등 허위사실을 유포해 유죄를 선고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