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단식 끝낸 손학규, 이번엔 '영하 10도' 거리로 나선 이유
입력: 2018.12.27 19:09 / 수정: 2018.12.28 16:01
손학규(가운데) 바른미래당·이정미 정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야3당 대표가 27일 오후 신촌 젊음의 거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위 얼마 전 10일 간 단식하던 때의 손 대표 모습. /신촌=이원석 기자
손학규(가운데) 바른미래당·이정미 정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야3당 대표가 27일 오후 신촌 젊음의 거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위 얼마 전 10일 간 단식하던 때의 손 대표 모습. /신촌=이원석 기자

"민주-한국 각성하고 반성해야… 말 바꿔서야 되겠냐"

[더팩트ㅣ신촌=이원석 기자]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우리 열정을 꺾을 수 없습니다!"

영하 10도,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에 달한 강추위 속 신촌 거리로 나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 같이 외쳤다. 추위 때문인지 손 대표의 목소리는 심하게 갈라졌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옷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양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채 추위를 피해 바삐 발걸음을 재촉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은 27일 오후 신촌 젊음의 거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국민보고대회를 가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여전히 소극적인 거대 양당에 항의하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선 것이다.

손학규(왼쪽)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오른쪽) 정의당 대표는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거대 양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합의를 촉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인 바 있다. /이새롬 기자
손학규(왼쪽)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오른쪽) 정의당 대표는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거대 양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합의를 촉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인 바 있다. /이새롬 기자

손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7일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단식 투쟁을 결행한 바 있다. 단식은 약 10일 동안 이어졌고, 지난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등의 내용에 합의하면서 끝이 났다.

손 대표는 여야 5당 합의 당시 "국민의 승리"라고 기뻐했다. 그러나 바뀐 것은 없었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다시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갔다.

결국 손 대표는 단식 중단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는 "단순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것이었다면 결코 단식을 풀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대 양당의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분개했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손 대표의 발언에선 이러한 상황에 대한 그의 심경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는 "제가 70이 넘어서 단식을 하고 싶어서 했겠냐. 저도 단식이 싫었다. 단식하지 않겠다고 벌써 오래전부터 결심을 했었다"며 "그런데 민주당과 한국당이 야합해서 예산안을 짬짜미로 통과시키고 선거제도 개혁을 뒤로 미뤘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제 건강과 목숨을 내놓고 양당의 반성과 각성을 촉구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감온도 20도 강추위에 인상 쓰는 손학규 대표. /이원석 기자
체감온도 20도 강추위에 인상 쓰는 손학규 대표. /이원석 기자

손 대표는 "거대양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그 자체를 연기하고 말을 바꾸고 있다. 이래서 되겠는가.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제 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 거대 양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저는 평생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해 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저의 마지막 정치적 목표인 선거제도 개혁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발전시키고, 의회민주주의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와 패권주의를 제대로 견제하는 길이다. 저는 여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외쳤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온 손 대표의 목소리는 신촌 거리 전체에 울렸다.

손 대표에 이어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이정미 대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간절함을 호소했다. 정 대표는 "추울수록 간절함은 더하는 법이다. 영하 20도에 우리가 모인 이유가 무엇이냐. 정치를 확 바꾸자고 모인 것 아니냐"라며 "기득권 양당 구조 속에선 이 땅에 수없이 많은 청년, 농민,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 엄동설한에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정치를 뜯어 고쳐야 한다.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선 야3당이 굳건하게 연맹해서 이 구조를 깨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다당제로 관철하는 것이다. 저는 그렇게 확신한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이날 야3당 국민보고대회 현장에 모인 인파는 대부분 당원, 지지자들로 보였다. /이원석 기자
추운 날씨 때문인지 이날 야3당 국민보고대회 현장에 모인 인파는 대부분 당원, 지지자들로 보였다. /이원석 기자

이 대표는 고(故) 김용군 씨 사고를 언급하며 "비상식적인 상황을 바꾸기 위해선, 국민 마음을 대변하는 선거제도로 바꿔야 한다"며 "국회의원 300명 중 청년, 젊은 여성, 소상공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과연 몇명이나 되냐. 이제 저희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해 시민들과 함께 힘을 합쳐 나갈 것이다. 함께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야3당 대표들 목소리의 호소력은 짙었다. 다만 추운 날씨 때문인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공감이 적어서인지 깊게 관심을 갖는 시민들은 많지 않은 듯 했다. 자리를 지킨 것은 당원, 지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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