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김태우 폭로전에 빛바랜 靑 크리스마스 트리
입력: 2018.12.25 05:00 / 수정: 2018.12.25 05:00
청와대 춘추관 현관 앞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이 빛나고 있지만, 김태우 수사관 논란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청와대=신진환 기자
청와대 춘추관 현관 앞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이 빛나고 있지만, 김태우 수사관 논란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청와대=신진환 기자

야당 공세 가세 '고발전' 확전…혼탁한 연말 정국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바야흐로 연말이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차분히 한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의 설렘이 가득한 시기다. 거리에는 신나는 캐럴과 화려한 조명이 더해져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씨에도 사회 곳곳에서 들뜬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연말이 갖는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연말, 생각만 해도 들뜨지 않는가.

그런데 최근 청와대에선 연말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이른바 '김태우 폭로 파문'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에서 파견 근무하다 비위 연루 의혹으로 검찰에 복귀 조치된 김태우 수사관은 전직 총리 아들의 개인사업 현황, 은행장 동향 등 자신이 작성했다는 '첩보 보고서' 목록을 일부 매체를 통해 폭로했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고, 청와대의 분위기도 급랭했다.

김 수사관 논란이 청와대 여러 현안을 덮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의 폭로전에 건건이 대응하며 진땀을 뺐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의 폭로가 연이어 터지면 그때마다 정당한 업무수행 범위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취지로 '적법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또, 김 수사관에 대해 '골프 향응'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청와대도 김 수사관 사건에 일일이 해명하고 있지만, 말 속에 답답함이 묻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 문제를 마치 우리가 의도적으로 그분에게 했던 것처럼 상황 전개…" "프레임을 짰기 때문에..." 등의 발언들이 그렇다.

검찰 수사관인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 민간인 사찰 등 잇단 의혹을 연이어 제기하고 있다. 야당까지 공세에 가세하면서 청와대 안팎이 시끄럽다. /더팩트 DB
검찰 수사관인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 민간인 사찰 등 잇단 의혹을 연이어 제기하고 있다. 야당까지 공세에 가세하면서 청와대 안팎이 시끄럽다. /더팩트 DB

세상을 시끄럽게 한 장본인 김 수사관이라는 인물은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도 '핫(Hot)'하다. 기본적인 신상에서부터 "왜 김 수사관이 청와대를 나간 이후 수집해왔던 첩보를 터트렸을까"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 폭로인가"라는 단순 궁금증이 청와대 출입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사다. 개인적으로 핵심 권력기관인 청와대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용기(?)는 높이 사지만, 자신이 파견 근무할 당시 얻은 자료를 폭로한 행위는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청와대도 특감반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찰했다는 주장을 일축하고는 있지만,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청와대를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여론이 있다. 특감반원이 수집한 첩보의 불법 여부가 자의적 판단으로 갈리는 게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특감반에서 '직무 범위'에 포함하는 고위공직자와 관련한 감찰 과정에서 민간인의 정보를 수집했을 때, 이른바 '불순물'을 걸러내는 장치가 기준이 모호한 '자체 판단'이었다니,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연일 김 수사관의 폭로가 계속되는 가운데 야당도 공세에 가세해 청와대를 몰아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고발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청와대를 흔들 수 있는 상황인 터라 보수야당의 공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수선하고 혼탁한 연말 정국이 뻔히 보이는 듯하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김 수사관 폭로전 여파와 경제난 등의 영향으로 집권 1년 반 만에 부정평가(46%)가 긍정평가(45%)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를 기록했다. 김태우 파동과 취임 초 80%를 넘었던 국정지지율이 45%까지 떨어진 성적표가 연말 정국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청와대로서는 악몽과 같은 연말로 기억되지 않을까. 연말이 깊어갈수록 춘추관 현관 앞에 있는 트리의 깜빡이는 조명이 유난히 어지럽게 춤추는 듯하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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