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살림 줄고 이부자리 뺏기고…'바른미래 수난시대'
입력: 2018.12.22 00:05 / 수정: 2018.12.22 00:05

바른미래당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바른미래당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창당 이래 최대 과제 '화학적 결합', 여전히 오리무중

[더팩트ㅣ국회=임현경 기자] 당 규모는 대폭 줄었고 이학재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장 자리를 들고 자유한국당으로 떠났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2월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8일 <더팩트> 확인 결과, 바른미래당은 최근 여의도 당사 규모를 대폭 축소하며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바른정당 당사였던 태흥빌딩을 정리하고 국민의당 때부터 사용했던 비앤비타워 5개층을 3개층으로 줄였다. 현재 비앤비타워 7층과 8층만을 사무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같은 건물 6층은 지난 9일자로 계약 만료됐고, 5층은 여전히 임차 중이지만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취재진이 사무실에 들어서는 당직자에게 자초지종을 묻자, 그는 "5~6층을 부동산에 내놨는데 엊그제 6층만 나간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른 직원은 "선거가 끝나고 사무실을 내놓은 지 좀 됐다. 담당자가 아니라면 알기 어렵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에 근무하는 이들도 사정을 깊이 알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담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6.13 지방선거 이후 발표한 당무혁신안에 포함된 내용"이라며 "기존 계획은 비앤비타워 5~8층과 12층, 총 5개층을 7~8층 2개로 줄일 예정이었으나, 안 그래도 좁은 당사에 공간이 없어 5층은 회의실 및 장비와 집기를 보관하는 용도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12층에 있던 국민정책연구원은 바른정책연구원과 '바른미래연구원'으로 통합, 대산빌딩으로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7월 발표한 당무혁신안에 따라 당사 5개층을 3개층으로 축소했다. 정리하지 못한 짐이 남아있는 바른미래당 당사 7층(위)과 문이 굳게 잠긴 6층 모습. /임현경 기자
바른미래당은 지난 7월 발표한 당무혁신안에 따라 당사 5개층을 3개층으로 축소했다. 정리하지 못한 짐이 남아있는 바른미래당 당사 7층(위)과 문이 굳게 잠긴 6층 모습. /임현경 기자

◆ 계약직 대거 정리하며 살림 줄여…'바른정당 불이익' 논란도

앞서 바른미래당은 지난 7월 26일 당무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오신환 의원)를 마무리 짓고 당무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의도와 달리 당내 반발과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문제를 낳기도 했다.

당시 당무혁신특위는 △계약직 당직자 연장 및 재계약 불가 △구 국민의당 당사로 당사 통합 및 5개 층 임대에서 2개 층으로 축소 △사무처 급여체계 구 국민의당 수준 하향(간사급은 구 바른정당 수준 조정) △당직자 직급체계 6단계 조정(최소승진연한 각 3년·3년·4년·4년·5년) △인사평가 인사위원회 위임 및 자기평가(20%) 다면평가(40%) 지휘평가(40%) 비율 제안 △당대표 등 정무직 당직자 업무활동비 및 직책당비 조정 △정무직 당직자 회의비 지급 정지 △전체 당직자 직급 재조정 등을 제안했다.

이 중에서도 '계약직 재계약 불가' 방침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졌다. 매달 정당보조금 8억 원 중 6억 원을 인건비로 지출하는 데에 따라 전체 당직자 규모를 점진적으로 50% 수준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일방적 통보로 75명의 계약직부터 내보내는 방법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지현 당시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은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당직자의 적정 규모에 대한 로드맵이 설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직부터 정리하는 것은 그야말로 '쉬운 해고'"라며 "약자 배려를 외치던 바른미래당의 기조와도 대치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1차 구조조정 대상 대부분이 바른정당 출신이라는 점을 들며 '출신에 따른 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오신환 당무특위 위원장은 이에 대해 "구 국민의당이건 바른정당이건 누구한테 유불리한 조건이 아니다. 바른정당 출신이 8월31일 계약 종료로 일괄되어 있긴 하지만 75명 계약직 중 50여명이 국민의당 출신이라 숫자로는 국민의당이 더 많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갈등은 쉬이 잠잠해지지 않았다.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들이 "남은 바른 정당 출신의 지위를 유지해달라"며 대거 사표를 제출한 것. 바른정당 출신 중앙당 사무처 당직자 17명은 지난 8월 17일 사표를 제출하며 서명서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당 지도부의 사무처 구조조정 방안은 상생과 조화를 추구하는 바른미래당의 창당 정신에 명백히 위배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보여준 일방적인 행태는 비인간적이고 반민주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정당 민주주의의 미래를 열어갈 사무처 동지들의 희생을 막고자 우리의 열정을 바쳐왔던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바른미래당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바른정당 출신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마음이 아프다. 동지들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학재 의원의 탈당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이부자리를 뺏길 위기에 놓였다. 이 의원이 지난 18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탈당을 선언한 뒤 정보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바른미래당 당직자들과 마찰을 빚은 모습. /국회=이새롬 기자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학재 의원의 탈당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이부자리'를 뺏길 위기에 놓였다. 이 의원이 지난 18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탈당을 선언한 뒤 정보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바른미래당 당직자들과 마찰을 빚은 모습. /국회=이새롬 기자

◆ '이부자리' 가져간 이학재…흔들리는 당 잡을 구심점은?

최근 이학재 의원의 탈당 역시 당내 '화학적 결합'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은 지난 18일 바른미래당을 나와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의 개혁과 통합에 매진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앞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 의원 탈당 전날인 17일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는 것이지만 절에서 덮으라고 준 이부자리까지 갖고 가는 법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당적 변경으로 위원장직을 내려놓거나 사퇴한 사례는 없다"며 '이부자리'를 들고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이 의원의 탈당으로 의석수가 30석에서 1석 줄어든 29석이 됐다. 의석수 112석의 한국당은 이로써 113석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이 의원이 국회 정보위원장을 반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바른미래당은 당 몫의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한국당에 내주게 될 상황에 처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함께 통합을 이끌었던 유승민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7일 서울대학교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생각하는 개혁보수와 바른미래당이 초점이나 방향이 좀 맞지 않다는 괴로움이 있다"고 말해 '탈당설'에 힘을 싣기도 했다.

당 관계자들도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의 탈당은 이미 공공연히 돌았던 이야기지만,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덩달아 동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의 화학적 결합은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구심점'이 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며 "현재 당은 구심력 없이 원심력만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봤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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