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19일 전 청와대 특감반원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거듭된 폭로와 관련해 청와대의 지시나 사찰은 없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김태우 전 특감반원, 문제 있어 한달 근신"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저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서 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왔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19일 전 청와대 특감반원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거듭된 폭로와 관련해 청와대의 지시나 사찰은 없었다며 자신의 명예를 걸고 일축했다. 박 비서관은 김 수사관이 청와대 파견 근무시절 직속 상관이다. 김 수사관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특감반 첩보 목록' 10건과 관련해 직접 해명했다. 이례적으로 실무 책임자가 직접 나선 것인데, 야권과 언론, 민간인까지 전방위 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의 정체 공세와 '김태우 파동'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앞서 한국당은 김 수사관이 수집한 사찰 관련 목록을 공개했는데, 5쪽 분량의 자료에는 문서 파일의 제목만 노출돼 있다. 목록에는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물인 최경환 전 기재부 장관 비위 관련 의혹 동향 등을 비롯해 고건 전 국무총리의 장남 고진 씨의 비트코인 관련 사업, 조선일보 오너 일가 동향, 코리아나 호텔 사장 배우자 자살 동향 등이 목록에 담겨 있다.
박 비서관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특감반원은 어떤 지시를 받고 첩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제를 정해서 자신의 역량으로 첩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무런 지시 없이 문건을 생산한다"며 "저에게 보고된 문건도 있지만 특감반장이나 데스크 차원에서 폐기된 문건도 있고, 자신이 받은 첩보를 혼자 정리해 놓은 수준의 문건도 있기 때문에 해당 문건이 모두 보고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이 19일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첩보보고서 목록 사진을 공개했다. /한국당 제공 |
박 비서관에 따르면 한국당이 공개한 첩보 목록 가운데 공개된 10건의 보고서 중 4건은 박 비서관이 직접 보고를 받았다. 해당 보고서는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 ▲주 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금품수수 관련 동향 보고 ▲고건 전 총리 장남 고진 관련 문건 ▲박근혜 친분 사업가 부정청탁 관련 보고다. 이 중 고 전 총리 장남 관련 문건을 제외한 4건은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보고됐다.
박 비서관은 모두 직무 범위 안에서 이뤄진 정보보고였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고위공직자나 부처간 갈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사실을 확인할 직무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7조2항의 사실확인 권한에 따라 확인을 해서 풍문의 사실은 이렇습니다라고 보고하는 것까지가 우리 업무"라고 말했다. 우 대사와 관련해선 "인사 검증에 참고하도록 (조 수석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박근혜 친분 사업가 부정청탁 관련 보고에 대해선 "실제로 공공기관에 이 사람이 부정하게 예산을 수령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과기정통부 감사관실에 이첩했다"며 "이 부분은 공공기관과 관련된 저희 직무 범위 내의 업무"라고 말했다. 고 전 총리 장남과 관련한 문건에 대해선 "특감반원 신분에서 감찰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행정요원으로서 안에 있는 행정관들과 협업을 통해 정책 정보를 생산하는 로우 데이터(raw data)를 수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비서관은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관련 보고 ▲한국자산관리공사 홍준표 대선 자금 모금 시도 관련 보고 ▲조선일보 홍석현 회장 외환관리법 위반 관련 보고 ▲조선일보-유동수 민주당 의원 재판거래 혐의 관련 보고는 특감반장까지 보고된 문건이라고 밝혔다.
특감반장까지만 보고된 것은 데스킹 과정에서 폐기됐기 때문이다. 특감반 데스크-특감반장-반부패비서관 등 3단계 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업무범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 내용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불법 정보 수집이라고 판단되면 폐기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 1월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권력기관 구조개혁 안' 을 발표하고 있다. 조국(오른쪽부터) 민정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박형철 반부패비서관,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김형연 법무비서관. /뉴시스 |
박 비서관은 김 수사관과 관련해 "특감반 초기에 이전 정부에서 민간 영역까지 다양한 첩보를 수집하던 관행을 못 버리고 민간 영역 첩보를 수집·작성해서 특감반장에게 보고했다"면서 "그러니까 반장은 '우리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르다. 앞으로 이런 첩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제지했다"고 밝혔다.
박 비서관은 ▲진보 성향 전성인 교수 관련 보고 ▲이명박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관련 보고는 누구에게도 보고된 바 없는 문건이라고 말했다. 문서 작성 시기가 2018년 8월27일, 2018년 8월28일로 돼 있는데, 그 시간은 김 수사관이 직무에서 배제돼 한 달 동안 근신 기간이었기 때문이라고 박 비서관은 설명했다. 박 비서관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감사원 감사관직에 응모했는데, 청와대 측에서 최종 발표 이틀 전에 이를 발견하고 응모를 중단시킨 뒤 김 수사관을 한달간 직무에서 배제했다.
당당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던 박 비서관은 브리핑 말미에 수초간 말문을 열지 못했다. 애써 입을 연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저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서 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왔다"며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인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