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재 의원의 바른미래당 탈당으로 유승민 전 대표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유 전 대표는 지난 1월 이 의원의 바른정당 잔류 결정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감사드린다"며 환영의 뜻을 보낸 바 있다. 유 전 대표(왼쪽)와 이 의원(오른쪽)의 다정한 모습. /이학재 의원 페이스북 |
통합의 주역 유승민 수수방관? 정치평론가 "난처한 상황"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이학재 의원이 18일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남은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8명)이 속속 한국당으로 복귀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 통합의 주역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유 전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바른미래당 창당의 주역으로서 당을 이끌어왔지만, 이 의원이 탈당 직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혼란스러운 이 상황을 수수방관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한국당에 복당한 이 의원과 유 전 대표의 사이는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유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 등 비박계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탈당했을 때 함께 탈당했다. 이후 김무성 의원 등 '복당파'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복귀했지만, 그는 잔류선언을 하고 유 전 대표 옆에 머물렀다.
지난 1월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전 대표는 "그동안 많은 고민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같이 이 길을 가겠다고 결단해주신 데 대해서 당 대표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이 의원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유 전 대표의 측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의원의 탈당 이후 유 전 대표의 심기가 좋지 않다"며 "유 전 대표는 당 노선투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대표는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편 수용 없이 2019년 예산안을 합의한 것에 반발해 단식농성에 돌입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7일 단식장을 찾은 유승민 의원과 악수를 하던 당시. /뉴시스 |
류성걸 전 의원(바른미래당 서울시당위원장 대행)은 유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그도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에 복당계를 냈다. 그는 유 대표와 논의했느냐는 <더팩트>의 질문에 "당연히 말씀드렸다"면서도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말해줄 수는 없다. 내 입으로 옮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그런 점에서 이 의원의 한국당 복귀도 유 전 대표와 논의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유 전 대표의 속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유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당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최근 그는 손 대표의 단식현장을 방문해 "건강을 챙기셔라"는 말을 건넸지만, '연동형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유 의원과 평소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손 대표의 '연동형 선거제도 개혁 농성'을 놓고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야 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농성에는 유독 보수통합론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과 보수 성향을 보이는 이언주 의원의 한국당행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 당장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통합 후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지난 2월 바른미래당 출범대회 당시 유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이새롬 기자 |
정치평론가들은 유 대표의 상황에 대해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바른미래당 정체성에 대해 국민의당 성향이 더 강했다는 이유를 들며 유 의원의 마음이 떠났다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국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며 "더 상황이 좋아지고, 선거구제 개편 협상에서 상황이 어려워지면 유승민 전 대표 등 바른정당 출신들의 복당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장수 미래연구소 소장도 "유 전 대표의 한국당 복당은 시간문제"라며 "바른미래당이 보수보다는 중도 좌파적인 성격이 강한데, 총선이 다가오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한국당 복귀가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대표는 "유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난처할 것"이라며 "바른미래당 정체성이 본인에게 곤욕스럽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쉽게 합류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으니까 지금 당장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당 핵심 관계자들은 추가 탈당이나 유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을 꺼려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통화에서 "크게 동요하거나 추가 탈당은 감지되는 것이 없다"며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계속해서 추가 탈당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우리 내부에서는 그런 분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 관계자들은 추가 탈당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2월에 있을 한국당 전당대회 결과에 주목했다. 비박계 인사가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복귀할 거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들은 유 전 대표의 결단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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