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르포-김정은 제주 외가 탐사②] 친모 고용희 사촌은 왜 숨었나
입력: 2018.12.19 05:00 / 수정: 2018.12.19 05: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의 가족묘지를 관리하는 친척은 지난 2014년 세간의 이목이 쏠리자 고 씨의 묘비를 이장하고 흔적을 지웠다. /제주도=박재우 기자,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의 가족묘지를 관리하는 친척은 지난 2014년 세간의 이목이 쏠리자 고 씨의 묘비를 이장하고 흔적을 지웠다. /제주도=박재우 기자,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제공

'백두혈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언제 이뤄질까. 온다면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에는 올라갈까. 한라산, 제주도는 김 위원장의 외조부 고 고경택 씨의 고향이다. 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다. 김 위원장의 외조부와 친모 고용희 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지난 2014년 고경택 씨의 묘비가 발견된 것이 전부다. 고경택 씨의 흔적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위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김 위원장의 '한라혈통'을 취재, '고경택의 묘비' '고용희의 사촌들의 흔적' '고용희의 출생지' '고용희의 모친' '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 반응' 등을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

고경택 일가 가족묘지 관리인, 개명 후 흔적 감춰

[더팩트ㅣ제주=이철영·박재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가 친척은 철저히 모습을 감추고 있다. 김 위원장의 외조부 고 고경택 씨의 조카이자 그의 모친 고용희(고 김정일 위원장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에 의해 확인된 이름은 고용희이다)의 사촌들인데,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다.

지난 2014년 제주도 봉개동 일대(2080㎡)에서 김 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 씨의 묘가 발견됐다. 그리고 얼마 후 고경택 씨의 묘비는 사라졌다. 고경택 씨의 친척이 "세간의 이목이 쏠리자 묘비를 옮겼다"고 알려진 게 전부이다. <더팩트>는 고경택의 묘비를 옮긴, 고용희 씨 사촌의 행방을 지난 11일부터 제주도 현지에 찾아 나섰다.

1973년 발간된 북한의 대외 선전용 사진 잡지 조선화보에 1970년대 만수대예술단 무용수로 활동했을 당시 고용희의 미공개 사진을 지난 2011년 데일리NK가 공개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제공
1973년 발간된 북한의 대외 선전용 사진 잡지 조선화보에 1970년대 만수대예술단 무용수로 활동했을 당시 고용희의 미공개 사진을 지난 2011년 데일리NK가 공개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제공

11일 오후 취재진은 김 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 씨의 형제와 아버지 고영옥 씨의 묘비가 있는 제주시 봉개동을 찾았다. 부슬비가 내리며 짙은 안개가 자욱했다. 2014년 1월 발견됐을 당시 그대로였다. 다만, 고경택의 묘비는 없었다.

김 위원장의 외가 가족묘지는 여전히 누군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듯했다. 취재진은 고경택 씨가 출생한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서 묘지를 관리했던 이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의 외가 가족묘지는 고경택 씨의 사촌형 고경찬(실제는 고경택의 친형으로 큰아버지 고영호 씨가 아들이 없어 입양 함)씨의 막내아들 승훈 씨가 관리해 왔었다고 한다.

고 씨 일가의 가족묘지 소유주는 고경택의 조카인 고승훈의 아들이다. 그러나 고 씨는 지난 2012년 개명 후 제주도에서 숙박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 전부다.
고 씨 일가의 가족묘지 소유주는 고경택의 조카인 고승훈의 아들이다. 그러나 고 씨는 지난 2012년 개명 후 제주도에서 숙박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 전부다.

현재 승훈 씨는 사망(2013년 5월), 그의 아들이 가족묘지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취재진이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김 위원장의 외가 묘지는 2010년 6월 22일 승훈 씨가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승훈 씨의 아들이 가족묘지를 소유하고 있다.

승훈 씨의 아들 고 씨는 지난 2012년 2월 개명했다. 고 씨는 등기부상 2012년 당시 서울 강북구에 거주한 것으로 기재됐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등기부에 기재된 주소지에 현재 고 씨는 없었다. 취재진을 만난 집 주인은 "고 씨가 이곳에 살았던 것은 맞지만, 현재는 없다. 그리고 어디로 이사 갔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그는 "4년 전쯤에도 일부 기자들이 찾아왔었는데 그때도 이곳에 거주하고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2014년 고경택 묘비 도난 사건을 조사했다. <더팩트>취재진이 당시 사건기록을 통해 피의자를 찾기 위해 문의했지만, 관련 사건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철영 기자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2014년 고경택 묘비 도난 사건을 조사했다. <더팩트>취재진이 당시 사건기록을 통해 피의자를 찾기 위해 문의했지만, 관련 사건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철영 기자

이런 정황으로 볼 때 고 씨가 제주에 살고 있을 가능성은 상당하다. 취재진은 고경택 등의 묘지를 관리하는 김 위원장의 6촌인 고 씨를 찾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를 찾았다. 4년 전 고경택 묘비 절도 사건을 수사했기 때문이다. 12일 오전 취재진은 제주동부경찰서 수사과, 형사과, 정보과 등을 통해 4년 전 고경택 묘비 절도사건 기록을 찾았지만, 모두 알지 못했다. 또, 수사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고 씨 일가의 이름으로 사건을 검색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4년 전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이지만, 기록을 찾을 수도 관련 사건을 아는 이도 없었다.

4년 전 사라진 고경택의 묘비는 어디로 갔을까. 취재진은 제주 고 씨 종문회총본부 고창실 회장과 영곡공파 고석근 회장을 직접 만나, 고경택 일가와 묘비를 가져간 후손에 대해 아는지 물었다. 하지만 고창실 회장과 고석근 회장은 "그쪽은 오래전부터 왕래하지 않아 알 수가 없다. 다만, 고경택은 제주 고 씨 영곡공파 31세손으로 족보에 있다. 고경찬과 그의 아들들도 족보에 있지만, 이후 후손은 족보에 없다"며 족보를 보여줬다.

제주에서 만난 고경택 씨의 먼 친척이 고경택 씨와 가까운 친척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제주=이철영 기자
제주에서 만난 고경택 씨의 먼 친척이 고경택 씨와 가까운 친척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제주=이철영 기자

취재진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조천읍을 다시 찾았다. 경로당에서 만난 어르신 대부분은 고경택 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해 고경택 일가를 대부분 알고 있었다. "고용희의 출생은 일본이 아닌 목포 유달산"이라는 증언([단독] "김정은 친모 고용희,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영상)) 도 이곳에서 들었다.

약 15명에 가까운 어르신들은 고경택의 묘비가 있었던 곳을 알고 있었지만, 묘지를 관리하는 고경찬 씨의 아들과 손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기억을 더듬는 가운데 한 할머니는 고경찬의 딸 고다이시(고순례) 씨가 제주시 오연단 인근에 살았다고 했다.

단서는 "고순례의 며느리가 미장원을 했다" "네파골(오연단)에 살았다"는 것이 전부였다. 취재진은 오연단 인근의 미장원을 일일이 확인했지만, 고경찬 씨의 딸을 찾을 수 없었다.

김 위원장 외조부의 묘비를 가져간 6촌은 아직 제주도에서 숙박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친척들과의 인연도 단절한 채 살아가고 있다. 김 위원장이 답방을 하면 그도 모습을 드러낼까.

cuba20@tf.co.kr
jaewoopark@tf.co.kr

[관련기사] ▶[단독] "김정은 친모 고용희,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영상)

[관련기사] ▶[TF르포-김정은 제주 외가 탐사①] 외할아버지 고경택 묘비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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