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A등급' 대종빌딩, 9개월 만에 'E등급'…부실 '시공' 부실 '진단'
입력: 2018.12.14 05:00 / 수정: 2018.12.14 05:00
붕괴 위험으로 출입제한 조치가 내려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이 13일 오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김세정 기자
붕괴 위험으로 출입제한 조치가 내려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이 13일 오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김세정 기자


당장 짐 빼야하는 입주자들 혼란 "미국 바이어 오는데…막막"

[더팩트|삼성동=문혜현 기자] 눈 내리는 서울 삼성동 대종빌딩 앞엔 강남소방서 출입통제 라인이 쳐져 있었다. 강남구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는 건물 1층에 통제실을 차리고 붕괴위험 판단이 내려진 대종빌딩의 출입을 제한한 뒤 입주민들의 집기 수거 등을 돕고 있었다.

강남구는 12일 건물 붕괴 위험이 발견된 대종빌딩을 제3종시설물로 지정하고 13일 0시부터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더팩트>가 찾은 대종빌딩은 정문과 후문을 철저히 통제했고, 일부 입주민들만이 짐을 옮기기 위해 드나드는 것이 전부였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주차장에 남겨진 7대의 차량 차주에게 연락해 대피 사실을 알렸다.

붕괴 위험 요소는 지난 8일 오전 11시께 2층 내부 인테리어 공사 중 발견됐다. 2층 원형 기둥이 부풀어 오르며 콘크리트 단면이 떨어져 나가고 균열이 일어나자 대종빌딩 측은 사흘 후인 11일 강남구청에 사실을 알렸다. 구청 긴급안전진단 결과는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추정됐다. 지난 3월 서울시는 해당 건물에 문제가 없다는 A등급을 준 바 있다.

13일 0시부터 서울 삼성동 대종빌딩은 2층 건물 기둥 균열로 인한 붕괴 위험으로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강남구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는 입주민들의 집기 수거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13일 0시부터 서울 삼성동 대종빌딩은 2층 건물 기둥 균열로 인한 붕괴 위험으로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강남구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는 입주민들의 집기 수거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건물 내 승강기 두 대는 운행이 중지된 상태며, 후면 비상엘리베이터만이 유사시 이용을 위해 가동 중이었다. 건물 주변에는 경찰 순찰차 1대가 배치됐고 경찰 2인 1조가 24시간 교대 근무중에 있었다. 강남소방서는 8명의 소방관과 4톤 소방차가 대기 근무 중에 있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집기류가 30~40%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박중섭 강남구 건설과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박 과장은 "건설 관계자와 강남구청 건축과 관계자가 인근에서 복구와 안전 진단에 대한 회의 중"이라며 "조속한 복구와 정밀 안전진단 추진을 위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13일 박중섭 강남구청 건설과장은 대종빌딩 상황과 관련해 건설관계자, 구청 관계자가 함께 복구와 안전 진단에 대한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문혜현 기자
13일 박중섭 강남구청 건설과장은 대종빌딩 상황과 관련해 "건설관계자, 구청 관계자가 함께 복구와 안전 진단에 대한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문혜현 기자

남아있는 사무실 집기 수거와 관련해 박 과장은 "(강남구청) 관계자들이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있고, 물건은 언제 빼낼 건지, 중요 시설물은 언제 갖고 나갈 것인지 조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종빌딩에 입주해 있던 79개 업체들은 당장 갈 곳이 없어지게 됐다. 박 과장은 이와 관련해 "지역경제과에서 인근에 빈 사무실을 조사해 입주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혹시나 주변 사무실을 못 구하는 업체가 있다면 동사무소와 청년 창업지원센터 등 빈 공간이 있는 곳을 파악해 임시로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종빌딩 상황으로 구청에서는 소유주들과 이날 오후 2시 회의를 가졌다. 박 과장은 "임차인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삼성2동주민센터를 빌려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면서 "일정한 공간을 할애해 직원과 연락처를 배치할 예정이다. 그곳에서 다양한 건의사항을 듣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건물의 정밀안전진단은 건물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소유주가 110여 명에 달하는 데다 소요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단 기간은 최소 2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돼 입주자들의 불편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과장은 "소유주들과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보강을 하거나 진단을 하는데 상당한 금액이 들어가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3일 강남구청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 직원들이 상황 수습에 나서고 있다.
13일 강남구청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 직원들이 상황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이날 건물을 나서던 입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A,B 씨는 "아직 짐을 다빼지 않았다. 지금 당장 짐을 옮길 곳도 없다"며 "다음 주에 미국에서 오는 바이어와 일본 손님들이 방문해야 하는데 참 큰일이다"라고 토로했다.

또, 안전을 위해 건물 관리사무소 인력 배치가 최소화되면서 당장 건물 청소요원과 주차요원들은 실직자가 됐다. 4개월 동안 건물에서 일해온 주차요원 C 씨는 "그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2층 기둥이 부패돼 떨어진 것을 봤고, 저는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대종빌딩 붕괴위험 원인으로 부실 시공 가능성을 제기했다. 관계자는 12일 브리핑에서 "육안으로 봤을 때 잘못 시공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물을 받치는 기둥이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붕괴 위험에 노출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에 출입제한 조치가 내려진 13일 오전 입주민들과 관계자들이 짐을 챙겨가고 있다. /김세정 기자
붕괴 위험에 노출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에 출입제한 조치가 내려진 13일 오전 입주민들과 관계자들이 짐을 챙겨가고 있다. /김세정 기자

강남구에 따르면 도면에는 기둥이 사각 형태였지만 실제로는 원형으로 시공됐다. 그만큼 단면적이 15%가량 줄어 건물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관계자는 "당시 지어진 건물의 내력 자체가 80% 성능으로 지어졌는데 기둥을 까서 보니 철근 이음새나 시멘트 피복 상태 등이 부실했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점점 힘을 못 받아 내력이 50% 아래로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대종빌딩은 15층 이하 소규모 시설물에 해당해 정밀안전진단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안전 점검은 건물주가 자체 육안 점검 결과를 구에 제출했고, 3월 A등급을 줬던 구도 육안 점검 결과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본 것이다.

강남구는 붕괴위험요소가 확인된 대종빌딩을 전면 출입 통제하고, 오는 16일까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층별로 20개씩 지지대를 설치해 정밀안전진단을 시작할 계획이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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