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민주당 징계의 '이중 잣대'…시의원은 되고 이재명은 안 된다?
입력: 2018.12.11 19:23 / 수정: 2018.12.11 19:23

물의를 일으킨 소속 당원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고무줄 징계가 논란이다. 사진은 친형 강제입원,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설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혜경궁 김씨 트위터 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가 최근 피의자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모습./이새롬·이선화 기자
물의를 일으킨 소속 당원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고무줄 징계가 논란이다. 사진은 '친형 강제입원',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설'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혜경궁 김씨 트위터 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가 최근 피의자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모습./이새롬·이선화 기자

사람 가리는 민주당 윤리심판원… 신뢰성 의문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소속 당원에게 고무줄 잣대로 징계를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누군가는 검·경 수사를 받고, 심지어 기소까지 돼도 징계를 미적거리고 다른 누군가는 언론에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 가장 강력한 징계인 제명(당적 박탈) 처분을 내린 것이다. 원칙이 없고 그때그때 다른 징계는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고,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관련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검사 사칭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설 등 다양한 의혹을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혜경궁 김씨 트위터'를 이용해 SNS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그의 아내 김혜경 씨는 최근 민주당 이미지 실추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지사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는 전무하다.

"사건의 수사 과정, 검찰의 송치 후 공소과정, 법원의 재판 과정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가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다. 그럼 과연 민주당은 모든 징계를 재판 과정을 보고 결정하고 있을까?

◆의혹만으로 쫓겨난 민주당 시의원

지난 4일 민주당 전남도당은 윤리심판원 회의를 열고 아내가 운영하는 의료기기 사업과 관련해 이권개입 의혹을 받아온 A 목포시의원을 제명 처분했다. 지역구 인근 공무원에게 "국비사업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있는데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부당한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자 당 윤리규범 제6조 '청렴 의무', 제9조 '직권남용 및 이권개입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바로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린 것이다.

민주당 당규 제7호 윤린심판원 규정에 따르면 '윤리규범에 규정된 규율을 위반하는 경우', '당의 품위를 훼손하는 경우' 등에는 제명, 당원자격정지(1개월~2년 이하), 당직자격정지(1개월~2년 이하), 경고(서면 또는 구두로 주의 촉구) 조치를 할 수 있다. 다만 징계 결정을 통보 받은 당원은 그 결정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중앙당윤리심판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A 시의원의 경우 의혹과 관련해 검·경의 수사와 같은 사법당국의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

A의원은 10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언론에 의혹이 제기된 것 자체가 성급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도당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해 의혹에 대해 충분히 소명했다"며 "지난주 토요일(8일) 징계서류를 받아 이번 주 목요일이나 금요일까지 충분히 고심한 뒤 (중앙당에) 이의제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A씨는 통화 내내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것 자체가 당에 누가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답하며 관련 발언에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지사가 여러 의혹 제기와 함께 검·경 수사를 받는 중에도 탈당을 거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지사의 버티기에 민주당은 당 지지율 하락까지 감수하면서 징계를 보류하고 있다.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왼쪽)와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이덕인·임세준 기자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왼쪽)와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이덕인·임세준 기자

지난달 9일 민주당 대전시당 윤리심판원은 자유한국당 소속 여성의원 2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B 구의원에게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경고'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격분한 한국당 중구의원들이 반발하자 중구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 3일 B 구의원에 대한 제명 처분을 의결했다.

이같은 민주당의 '이중 잣대'는 거물급 정치인도 예의가 아니다. 올해만 해도 물의를 일으킨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징계가 엇갈렸다. 안 전 지사는 비서 성폭력 관련 피해자 고발 하루 만에 제명 조치됐고,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지사에 대해선 "본인이 부인한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영향력, 본인 인정 유무 따라 다른 판단

지사와 시의원이라는 '급'에 따라, 같은 지사라도 사안과 본인의 인정 유무에 따라 징계 유무가 달라진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나 윤리규범 어디를 살펴봐도 당원의 위치나 영향력에 따라 징계 처분을 달리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에 대해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리심판원은 일종의 당 사법기구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당 지도부가 개입할 수 없고 이 지사나 김 지사의 경우도 중앙당 윤리심판원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징계 절차를 논의할 수 있다"며 "당헌당규상 두 지사에게 제기된 의혹은 부정부패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고 다툼의 여지가 있어 윤리심판원이 아직 관련 논의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이어 "지역 시도당 윤리심판원도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A, B 의원의 징계 수위는 지역 윤리심판원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 당 지도부에서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만약 징계를 받은 이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재심을 청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정치 평론가)은 "이 지사나, 김 지사의 경우 재판에서 혐의가 확정이 안 된 만큼 당 차원의 징계는 정무적 판단의 영역"이라며 "현역 도지사이면서 차기 대권주자로도 거론되는 거물급 인사들의 의혹에 대한 징계는 현실적으로 지지자, 영향력 등을 고려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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