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서울 한복판 일왕 생일잔치…"우리나라를 무시한 거다" (영상)
입력: 2018.12.07 01:49 / 수정: 2018.12.07 01:49

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일본 아키히토 왕의 생일기념 행사에 반대 집회가 열렸다. 시민단체들은 행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용산=임현경 기자
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일본 아키히토 왕의 생일기념 행사에 반대 집회가 열렸다. 시민단체들은 "행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용산=임현경 기자

5년째 일왕 생일기념 행사…외교부 "일본, 나아지지 않았나"

[더팩트ㅣ용산=문혜현·임현경 기자] 또다시 주인공 없는 생일 파티가 열렸다. 5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기념 행사다.

6일 서울 용산구의 고급 호텔에서 열린 이 행사엔 최근 확산된 반일 정서를 의식한 듯 삼엄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정문을 비롯해 건물 출입구마다 경찰이 배치됐고, 취재 금지 표지판이 곳곳에 놓였다. 반일 시민단체들은 행사를 즉각 중단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연 시민단체들은 "왜놈 생일파티 행사를 왜 여기서 하느냐"고 항의했다. 행사 반대 집회에 참여한 애국국민운동대연합, 활빈당, 조선 의열단, 태극 의열단 등 4개 단체는 '침략전쟁·학살 만행 반성 모르는 왜놈왕 생일파티 당장 중단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반발했다.

오찬도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대표는 나무로 된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타났다. '왜왕 생일파티 참석한 사람 친일 응징'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시위를 두고 "진보와 보수를 떠나 다 같이 나서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른 한쪽에서 함께 행사를 반대하던 오종탁 태극 의열단 대표는 준비해온 전범기 사진에 불을 붙였다.

시위는 점점 더 과격해졌고,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경찰이 세워둔 폴리스라인을 넘고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순식간에 대치 상황이 되기도 했다. 용산 경찰서 관계자는 마이크를 들고 "공무집행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질서 유지를 당부했다.

일왕의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리는 호텔 입구는 외교 사절 차량들로 가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기를 단 차량. /임현경 기자
일왕의 생일 기념 리셉션이 열리는 호텔 입구는 외교 사절 차량들로 가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기를 단 차량. /임현경 기자

긴장감 가득한 시위 현장 뒤로 행사가 예정된 하얏트 호텔 그랜드블룸 앞에는 리셉션에 참석하기 위한 차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대부분 외교단 차량이었으며 스웨덴, 브라질, 방글라데시,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사관 차량은 국기를 펄럭이며 들어왔다.

다만 일부 차량은 언론 노출을 의식한 듯 국기를 접은 상태로 진입했다. 매서운 바람을 뚫고 입장한 외교 인사들은 전통 의상을 입은 채 빠른 걸음으로 건물 내부로 향했다. 우리나라에선 외교 관례상 조현 외교부 제1차관과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 국장이 참석했다. 북적이던 호텔 입구는 행사 시작 시각인 오후 6시가 한참 지나서야 조용해졌다.

한국 주재 일본 대사관이 주최한 이 행사는 매년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일제 식민 지배하에 오랜 시간 고통받았던 역사를 안고 있는 한국 국민 대부분이 제국주의에 앞장섰던 일본 천황 일가를 반가워 할 리 없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최근 일본 강제징용 문제로 대법원의 유죄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용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사실관계가 모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하고 있어 양국의 관계는 더욱 냉랭해졌다.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사실 살인자들이 피해자 안방에 와서 생일잔치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홀로 태극기를 들고 온 그는 "우리 민족이 잘못한 것은 없지 않느냐. 그런데도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략해 12살 짜리 아이들을 속여 만행을 저질렀다. 강제징용에 끌려간 분들에게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누구라도 와서 있어야지 안 그러면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최소한 목숨을 바쳐서 나라를 지켜주신 분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직접 나선 이유를 밝혔다.

줄을 이어 진입한 각국 외교 사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정확하게 일본이 아무래도 자기네 입장에서만 유리하게 왜곡하는 경향이 있고 세계적인 분위기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우리가 약소국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봐도 최근에 배 타고 오려고 할 때도 전범기를 달지 않았느냐"며 "우리나라를 무시하고 기만하는 거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 국장은 "차관들이 오는 것은 관례다. 이번 천황은 올해면 끝이고 내년이면 바뀌지 않겠나. 어려운 상황일수록 확고하게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사에서 조현 차관이 축사하는 것을 두고 "일본의 요청이 있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이런 때 교류의 중요성을 느낀다. 일본이 좀 더 나아지지 않았나 싶다. 이해를 구하고 함께 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moone@tf.co.kr

imaro@tf.co.kr

▶ 더팩트 [페이스북 친구맺기] [유튜브 구독하기]
인기기사
오늘의 TF컷
SPONSORED
실시간 TOP10
정치플러스
비즈팩트
뉴스현장
연예/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