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영장심사' 박병대·고영한, 사상 첫 前 대법관 구속 기로 놓여
입력: 2018.12.06 17:06 / 수정: 2018.12.06 22:47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관으로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모습. /남용희 기자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관으로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모습. /남용희 기자

구속 영장 발부시 양승태 정조준…기각시 '꼬리 자르기'

[더팩트ㅣ임현경 기자] '사법농단'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오늘(6일) 사상 구속 기로에 섰다. 만약 전직 대법관 두 사람이 구속된다면 사법부 70년 역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대법관들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해자심문)을 진행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 심사는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고영한 전 대법관 심사 는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다.

박 전 대법관은 오전 10시 15분께 법원에 도착했다. 고 전 대법관은 10시 17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두 전직 대법관은 취재진의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문 채 법정으로 향했다.

이들은 지난 수 차례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거나 후배 법관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이란 주장하는 등 혐의를 모두 부인해온만큼 이날 영장심사에서도 검찰과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전직 대법관은 사법농단과 관련 임승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한 의혹을 받는다. 고영한 전 대법관이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답변을 거부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두 전직 대법관은 '사법농단'과 관련 임승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한 의혹을 받는다. 고영한 전 대법관이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답변을 거부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양승태-임종헌 '중간다리' 의혹…검찰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권한 행사"

검찰은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승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각종 사법 농단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서울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3일 두 전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이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영장청구서는 각각 박 전 대법관 158쪽, 고 전 대법관 108쪽에 달한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동안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소송·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소송·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상고심 등 재판 개입 △법관 사찰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취임 직후인 2011년 11월부터 1년간 법원 행정처 차장, 2016년 2월부터 법원 행정처장을 지낸 인물로, 임 전 차장과 재판개입 등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차장이 몰래 자기 사적 이익을 위해 범한 것이 아니고 두분이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권한을 행사했다"며 "하급자인 임 전 차장 이상의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이 이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두 전직 대법관이 구속 영장이 발부될 경우 검찰은수사의 칼끝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인근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두 전직 대법관이 구속 영장이 발부될 경우 검찰은수사의 칼끝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인근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 사상 최초 前 대법관 구속 기로에…'적폐청산' 또는 '방탄법원'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의 구속 여부는 향후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및 사법부에 대한 신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시 사법 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겠으나 기각시 수사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번 영장심사를 맡은 임민성·명재권 부장판사의 이력을 근거로 구속 영장 발부를 전망했다. 박 전 대법관의 심사를 맡은 임 부장판사는 앞서 임 전 차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사법농단 연루 법관 최초 구속'을 이끌어낸 바있다. 고 전 대법관 담당인 명 부장판사는 검사 출신으로, 앞서 두 전직 대법관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박범석·이언학·허경호 등 기존 영장전담 판사 3명이 법원행정처 근무 이력 등 중립성 논란이 제기되자 영장전담부에 추가로 합류한 인물들이다.

만약 구속 영장이 발부될 경우 헌정 사상 최초 전직 대법관 구속 사례가 된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을 발판 삼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구속 영장이 기각된다면 임 전 차장 구속 이후 박차를 가하던 검찰의 윗선 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꼬리 자르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법원이 사법농단 관련 법관의 압수수색 영장을 연달아 기각해 증거 인멸의 가능성을 높인 데 이어 사건의 '몸통'으로 간주되는 두 전 대법관의 신병확보를 막는다면, '방탄법원'·'제식구 감싸기' 등 여론의 비난은 불가피하다.

박 전 대법관만이 구속될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 박 전 대법관의 혐의는 30개 내외로, 20개 내외 혐의를 받는 고 전 대법관보다 구속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법관에 적용된 비자금 조성 혐의 성립 여부에 따라 결과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두 전직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께 종료됐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밤부터 7일 새벽 사이에 결정될 예정이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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