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혁신성장위원회 2기 출범실 및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국회=허주열 기자 |
미완의 위원회 구성…당정 엇박 시그널도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성장위원회 2기가 지난 5일 공식 출범했다. 1기에 이어 범 정부차원에서 추진 중인 혁신성장 정책을 현장에서 점검, 의견을 수렴하고 법적·제도적 정비 가속화 및 실효적 대안을 제시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이날 열린 출범식과 토론회에선 불안한 출발임을 알리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국회 의원회관 정책위회의실에서 이날 오후 열린 '민주당 혁신성장추진위원회 출범식 및 대토론회'에는 추미애 위원장, 김태년 부위원장, 박정 간사,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공구 한양대 교수, 김도현 국민대 교수, 이용훈 카이스트 교수, 전현경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등 25명 가량의 정·학계 인사가 참석했다.
추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1기에 이어 2기를 다시 맡은 이유는 혁신에 좀 더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라며 "혁신은 '속도'를 빼면 있을 수 없고 속도는 경쟁이다. 아직 우리가 속도에 대해선 체감을 못하고 있는데 2기는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 속도에 맞춰 제도를 뒷받침하는 제도의 대전환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함께 J노믹스의 한축을 담당하는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가 분배와 정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혁신성장은 성장에 무게중심이 있다. 성장동력 저하와 고용창출력 약화 등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사람중심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성장전략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직접 제시한 키워드인 혁신성장의 가시적 효과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경제 성장률은 2%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실질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회에서 법률과 예산으로 확실히 뒷받침해야 하고 위원들과 함께 심기일전해 성과를 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추 위원장의 발언은 절실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가운데 2기 혁신위는 분과위원이 구성되지 않은 미완의 상태에서 당·정 엇박자를 내며 출범했다. 우선 세부 대안을 발굴하고 정책적 제안을 하는 3개 분과위원회가 김병관 신성장산업 분과장, 이원욱 에너지신산업 분과장, 휴먼바이오헬스케어산업 분과장 등 수장만 선임된 상태에서 소속 위원 없이 출범했다.
또한 고 차관이 '혁신성장의 추진현황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스템 개혁 노동시장 부분과 관련해 '유연성', '역동성'이라는 단어를 세 차례 혼재해서 사용하자 추 위원장이 "유연성이라는 표현은 자제하고 노동시장 역동성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일관된 표현을 써야 한다"며 "두 표현은 분명 다른데 노동자도 4차 산업혁명의 주체로 기술의 진화와 함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성곤 의원도 고 차관을 향해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제조업인데 여기에 노동 4.0도 있다"며 "국회에 제조업, 노동, 서비스업이 나열된 보고서가 있는데 산업혁명과 관련된 내용만 인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 텐데 이에 대한 부분도 함께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 차관은 "표현에 유의하고 노동 4.0에 대해서도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5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혁신성장위원회 2기 출범실 및 토론회 모습. |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혁신성장을 위해선 속도가 중요한데 시장, 정책, 기업 간 공조를 강화하고 기업이 적기에 재화를 투입하기 위해선 규제혁신이 선행돼야한다"며 "차선책으로는 정치가 기업에게 '언제부터는 A사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치권이 주도하는 혁신성장에 대한 회의적 평가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성장을 위해선 혁신이 필요한데 정부가 혁신환경 조성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시장 중심으로 해도 되는데 정부 주도로 진행되며 특정 산업, 특정 기업, 특정 기업에게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선택을 잘하면 좋겠지만 불확실성이 있고 잘못하면 돈은 많이 들어가고 성과는 없을 수 있다"며 "정치권은 큰 방향성만 설정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디테일은 시장 중심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 이를테면 노동시장의 경우 정부가 직접 디자인 하려고 하는데 시장에 어느 정도 맡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