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 지역구 서울 강남병을 찾은 <더팩트>취재진은 대치동에 위치한 이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갔다. /대치=임현경 기자 |
☞<상편에서 계속>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뽑은 그 국회의원은 잘하고 있습니까. 2016년 4월 총선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020년 21대 총선을 준비할 때가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시간이 가도 여전히 당파싸움에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런 꼴을 보려고 국회의원을 뽑지는 않았는데 말이지요. 우리를 대신해서 정치를 해달라고 했는데 혹시 민심은 외면한 채 자신의 정치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더팩트>는 화제와 이슈의 국회의원 지역구를 찾아 '풀뿌리 민심'을 듣는 '그 의원 지역구에선'을 연재합니다. 모든 시민을 만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유권자를 만나 '우리 의원님'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들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샤이 보수? 민심 변화? 정치 혐오?…대답 않는 강남 주민들 속내는
[더팩트ㅣ대치·도곡·삼성=이원석·임현경 기자]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 서울 강남병 주민들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미세먼지와 스모그로 탁한 공기를 숨 가쁘게 들이마시며 질문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이 대부분이었다. 대기 상태 만큼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취재진은 대치동에 위치한 이 의원 지역 사무실로 향했다. '주변이 한산하다'고 말을 건네자 사무실 직원은 "원래 민원이라든지 찾아오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 활기가 넘쳤지만 '6·13 지방선거' 이후 줄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부정적 보도가 많아서인지 취재진에 대한 경계가 강한 느낌이었다. 취재진이 '겐세이', '야지' 등 일본어 사용 논란에 대해 언급하자 "약속을 하고 오신 게 아니라서..."라며 말을 돌렸다.
그러나 직원은 이내 일본어 사용 논란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직원은 "(논란에 대해) 전화도 오고 여러 의견을 많이 주시지만 가끔 어머니들께서 '나도 시어머니가 일본어를 쓰셔서 잘 못 알아듣기도 하고 뭐 그렇게 시집살이했다. 흉이 아니다'하는 전화를 주신다"며 "저희는 영어를 많이 쓰던 세대인데, (이 의원이 속한) 윗세대는 일본어를 많이 쓰는 세대"라고 해명했다.
이 의원 지역구 사무실 직원은 "실제로 보면 이 의원이 ㅈ어말 존경스럽고 배울 점이 많다"고 극찬했다. /이새롬 기자 |
이어 안타까움 섞인 목소리로 "이 의원을 너무 나쁘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원은 "실제로 의원님이 활동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정말 존경스럽고 배울 점이 많다"며 "직거래장터, 교회, 성당 등 주말도 없이 모든 지역 행사에 참여하면서 여의도와 강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한다. 매일 새벽 산책부터 시작해 그 일정을 다 소화하는 걸 보면 저희들도 감동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이 의원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취재진은 직원의 말에서 약간의 '해답'을 얻기도 했다. 취재진이 '지역구 분위기는 어떤 것 같냐'고 묻자 직원은 "조용하다. 불평도 안 하고, 칭찬도 안 하고, 조용한 상황"이라고 했다. 유난히 취재 거절이 많았던 주민들의 반응이 어쩌면 일종의 '침묵'일 수도 있단 판단이 들었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침묵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취재진은 주민들의 견해를 더 들어보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여전히 답하지 않는 주민들이 많았지만, 처음보단 조금 선명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도곡동 일대 오가는 사람들. 다만 강남엔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많았다. /임현경 기자 |
도곡동 일대에서 만난 한 20대 청년은 이 의원에 대해 "별로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청년은 머뭇거리면서도 "그런데 다른 데(지역)에서 지금의 여당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여기 주변은 바뀌는 게 없다"며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불만이 있어도, 의견 표출 같은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치동 한 부동산 중개업자도 "인터넷에 많이 나오지 않느냐"며 "극보수라고 하는 분들 말고는 좋은 얘기가 많이 안 나온다"고 부정적 평가를 전했다. 그는 "원래 교수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언행을 보면 조금 무식한 것 같다고들 한다"는 쓴소리도 했다. 이외에도 30대 학부모 등이 이 의원에 대해 "좋지 않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취재진에게 귀띔했다.
정반대의 평가도 나왔다. 한 60대 여성은 '이 의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괜찮게 생각하는데 왜 그러느냐"며 되묻기도 했다. 그는 "'겐세이', '야지' 같은 건 다들 쓰는 말이다. 세대가 그래서 어쩔 수가 없다"며 이 의원을 옹호했다. 몇몇 다른 주민도 "나쁘겐 생각하지 않는다", "이해한다" 등 의견을 짧게 내놨다.
강남 주민들의 "몰라요"는 정말 모른다는 것일까. 아니면 의미심장한 '침묵'일까. 강남은 평소엔 흔들림 없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최근엔 상황이 많이 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보수 정권이 몰락하다시피 물러났고 여야가 교체됐다. 또한 정치적 상황을 떠나서도 이 의원 개인과 관련된 논란이 적지 않다. 어쩌면 그 침묵이 강남의 '변심'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반면 오히려 상황이 한쪽으로 다소 기운 것에 대한 '샤이 보수'(성향을 숨기는 보수 지지자들) 현상일 수도 있다. 도곡동에서 만났던 20대 청년이 '다른 데가 변해도 이 주변(강남)은 변하지 않는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눈 한 건물 경비원은 "국민들 세금 많이 받아먹고 국회의원들 월급만 올린다. 정치 얘기를 들으면 속에 불이 난다"고 말하며 분노했다. /임현경 기자 |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 삼성동에서 만난 한 건물 경비원은 이 의원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정치하는 X들 중 올바른 X들 몇 X이 되냐"며 "국민들 세금 많이 받아먹고, 국회의원들 월급만 올린다. 정치 얘기를 들으면 속에 불이 난다"고 열변을 토했다. "정치에 관심 없다"는 반응도 여럿 있었다.
취재를 마칠 때쯤 하늘을 올려다보니 이미 날이 저문 후였다. 취재진은 돌아가는 길에 스마트폰을 통해 이 의원이 또다시 변종 일어를 사용했다는 소식을 보았다. 이 의원이 지난달 26일 국회 예결특위 예산소위에서 농촌진흥청의 스마트팜 빅데이터 개발사업을 심의하던 중 "국민 혈세로 막 이렇게 뿜빠이해서 이래도 되는 거냐"며 '뿜빠이(분배)'를 입에 올렸다는 것이다. '겐세이', '야지'에 이어 일어 사용 논란만 세 번째였다.
기사를 읽다가 살포시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잠시 '멍'하니 어지럽다가 머리가 지끈거렸다. '먼지 탓인지 취재 탓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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