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국회, 예산안 '지각' 오명…올해도 깜깜이 심사 불가피
입력: 2018.12.03 05:00 / 수정: 2018.12.03 05:00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해 지각 오명을 벗을 수 없게 됐다. 안상수 국회 예결위원장이 여야 3당 원내대표 등 관계자들이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및 예결위 간사 회동에 참석한 모습 . /뉴시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해 '지각' 오명을 벗을 수 없게 됐다. 안상수 국회 예결위원장이 여야 3당 원내대표 등 관계자들이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및 예결위 간사 회동에 참석한 모습 . /뉴시스

국회 예산안 심사 법정 시한 넘겨…'국회 선진화법' 무색

[더팩트ㅣ국회=임현경 기자]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함에 따라,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게 됐다.

현행법상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2일은 일요일로, 국회가 제때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통과시켰어야 했다. 그러나 국회는 예산안 심사조차 제대로 마치지 못했으며 본회의는 무산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헌법이 정한 예산안 법정시한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국회 선진화법을 강조하며 "오늘 예정된 본회의 개의가 무산됐다. 매우 유감스럽고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어제 예결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밤을 새워서라도 예산안 심의에 매진해서 예산안이 반드시 법정시한 내에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원내대표들에게도 예산안의 기한 내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수차례나 촉구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오늘 본회의가 무산됐다. 이는 국회가 12월 2일 법정시한 준수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으며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로서 강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법정 시한 전날인 지난달 29일까지도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일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및 예결위 간사 회동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법정 시한 전날인 지난달 29일까지도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일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및 예결위 간사 회동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지각·깜깜이 심사 여전…허울뿐인 '국회 선진화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 시한이 종료됨에 따라 1일 0시를 기해 내년도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됐다.

예산안 자동부의에 따라 문 의장은 3일 본회의를 열어 이를 원안대로 상정하고, 안건을 계류시킨 상태에서 여야 합의에 의한 수정안 발의를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법 85조,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예결위가 예산안과 부수법안 심사를 기한 내(11월 30일) 내에 마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조정 없이 바로 안건을 상정하고 표결에 부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는 국회가 예산 심사를 기약없이 지연시켜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는 사태를 막기 위한 법안이다.

해당 조항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 자동부의를 유예할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아놨지만,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전날까지 이를 위한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각 당 정책위의장과 예결위 간사 등이 참여하는 소소위를 열어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소소위는 그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고, 속기록도 남지 않아 '밀실', '깜깜이' 등으로 불리는 심사 과정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야당이 밀실 심사를 계획적으로 만들어갔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매년 예산심사가 끝나고 나면 졸속·부실심사·나눠먹기 예산심사 이런 비판을 받는데, 그것의 가장 큰 이유는 몇 사람이 밀실에 앉아 예산을 심사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계획적으로 만들어가는 게 야당"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야당은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해 송구하다"면서도 꼼꼼한 심사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일 소소위 회의에서 "우리가 법정 처리 기간 내 처리하지 못한 누를 또 범했다"면서도 "소위 구성 때문에 예년에 비해 소위 기간이 턱없이 짧았다. 정부예산안에 국회 제출된 뒤 4조에 가까운 세수결손이 발생했음에도 정부는 수정예산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아 여야 간 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여러 가지 사유로 법정시한이 지켜지지 못했다"며 "졸속심사, 밀실·깜깜이 심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 당 예결위 간사님과 정책위의장단이 심사를 꼼꼼히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진행됐어야 할 예산 소위는 여야 충돌로 인해 일주일 늦은 22일에 열렸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안상수 위원장 주재로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가 진행된 모습. /뉴시스
앞서 지난달 15일 진행됐어야 할 예산 소위는 여야 충돌로 인해 일주일 늦은 22일에 열렸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안상수 위원장 주재로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가 진행된 모습. /뉴시스

◆ 예산안 지각, 2015년 50분 →2016년 4시간 →2017년 4일…이번에는?

국회는 지난 2014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된 첫해에 예산안을 법정시한인 12월 2일에 처리하면서 2002년 이후 12년 만에 법정시한을 지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2015년에는 12월 3일 0시 46분께, 2016년에는 12월 3일 오전 3시 58분께 예산 심사를 마치며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국회는 기술적인 이유로 법정시한을 넘긴 것으로 보고 사실상 지각이 아니라 간주하지만, 사실상 마감 직전까지 다급히 예산안 처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졸속 심사'에 대한 우려를 사기도 했다.

2017년에는 나흘이나 늦어진 12월 6일에야 예산안을 처리했다. 올해는 그보다 더 늦게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달 15일부터 진행됐어야 할 예산소위가 여야 의견 충돌로 일주일 늦은 22일에야 열린 데다, 26일~28일 사흘간 파행했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안 처리 일정은 안갯속에 놓여있다. 여야는 현재 본회의 개회 일정조차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여당은 3일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이에 반기를 들며 7일 개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예산안 처리와 연계해 여당을 압박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정기국회(오는 9일) 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임시국회를 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정부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가 표결에서 부결되면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정부는 새로 예산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이러한 과정에서 예산안 처리가 12월 31일을 넘긴다면 헌정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가 불가피하다.

imaro@tf.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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