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 복당 환영식이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오 전 시장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3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오히려 정치권에선 다른 여러 일들이 많았는데요, 먼저 바른정당 창당을 위해 한국당을 떠났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복귀했습니다. 당은 환영식까지 열고 지도부가 다 나와 오 전 시장을 '격하게' 반겼습니다. 또 세계적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국회에서 강연을 가졌는데 많은 의원들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다만 의원들이 사진만 찍고 튀는 '사진튀(?)'를 시전해 많은 이들을 당황스럽게 했다고 합니다. 정론관에선 '혜경궁김씨'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 씨의 또 다른 트위터 아이디로 의심받는 '송이어링스'에 대해 '김 씨가 주인이 아니라 내가 주인'이라고 하는 한 여성이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고 합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이재명 지사 연관 또 다른 트위터 '송이어링스'의 진짜 정체는?
[더팩트ㅣ정리=이원석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결국 한국당에 돌아왔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한국당을 떠나 바른정당 창당 멤버로 동참했으나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병합할 때 그곳을 다시 떠났다가 몇 개월 만에 한국당행을 택한 것이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국회에서 강연했다고 하는데요, 내용이 상당히 궁금하면서도 당시 현장에서 절로 인상이 써지는 장면이 있었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제2의 '혜경궁김씨', '송이어링스'가 누구냐는 주제를 놓고 누리꾼과 정치권이 꽤 떠들썩합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먼저 오 전 시장 얘기부터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잊힐 만하면 나오는 오 전 시장 아닙니까? 복귀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궁금합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9일 자유한국당으로 공식 복당한 가운데 환영식 및 기자간담회가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이원석 기자 |
◆'돌아온 탕아' 오세훈, 김성태 향한 간절한 'SOS'?
-네, 지난달 29일 환영식이 국회에서 열렸는데요, 처음엔 오 전 시장 표정이 상당히 긴장한 듯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금의환향'도 아니었고, 여전히 한국당 내에서도 반대 견해가 있고, 떠나온 바른정당 쪽에서도 비판이 좀 있을 테니 꽤 긴장이 됐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오 전 시장은 어떤 '형'을 향해 투정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형이요? 어떤 형이죠?
-바로 '성태 형'인데요. 환영식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김용태 사무총장,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대부분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주목을 받았던 것은 오 전 시장과 김 원내대표의 '투 샷'이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다른 누구보다도 만개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오 전 시장을 반겼는데요, 두 사람이 악수를 하면서 오 전 시장이 먼저 김 원내대표에게 "형님만 믿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아예 선수를 치고 있는데"라고 받았습니다.
-다음 장면이 더 재밌었는데요, 사진을 찍고 나서 사회를 보는 김 사무총장이 "이제 다른 분들은 다 나가셔도 된다"고 해 김 원내대표가 나가려고 하자 오 전 시장은 "형님은 계셔야지"라며 붙잡았습니다. 이에 김 원내대표도 "아 그래 그래"라고 인자한 웃음을 보이며 남아있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은 단호하게 "사진 찍었으니 퇴장하면 된다"고 김 원내대표에게 눈치를 줬습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끝까지 "임명장...(주는 것 보고 싶다)"이라고 하며 남아 있으려 했고 김 사무총장은 "임명장 주는 거 아니다. 당원 입당서 쓸 거다"라고 또 '단호박' 태도를 보였습니다. 결국 마지못해 김 원내대표는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요, 표정에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웃음).
김성태 원내대표가 기념사진촬영 뒤 퇴장하자 "난 형이랑 있고 싶다"며 붙잡는 오세훈 전 시장. /뉴시스 |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오 전 시장은 나가는 김 원내대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난 형이랑 있고 싶은데"라고 외쳤습니다. 이에 김 원내대표가 다시 돌아와 오 전 시장의 손을 다시 잡았고요. 카메라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졌습니다(웃음). 정말 눈물겨운 상봉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김 원내대표는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오 전 시장은 '성태 형' 없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웃음) 아마도 김 원내대표를 향한 에스오에스(SOS)가 아니었나 싶네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 김 원내대표가 복당을 고심하던 오 전 시장에게 쓴소리를 한 적도 있었잖아요?
-맞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 전 시장을 향해 "정치는 눈치를 많이 보면 안 된다"며 "이렇고 저렇고 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소신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당시가 오 전 시장이 한국당 돌아오냐 마냐 얘기가 나오던 때였는데요, 그땐 '비판'이라고 보도가 많이 나왔었는데 이제 보니 얼른 '형에게 오라'는 손짓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김 원내대표가 그토록 기다린 오 전 시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 초청 강연에 여러 의원들이 참석해 사진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
◆ 세계적 석학의 국회 강연…기념사진만 찍고 가는 의원들?
-지난 28일에는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국회를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네, OECD 세계포럼에서 연설을 마치고 국회로 온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가 국회에서 강연을 펼쳤습니다. 삭스 교수는 최근 거시경제학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는 학자인데요, 전 세계 개발도상국을 돌며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에 주력하는 인물이죠. 국내에서는 저서 '빈곤의 종말', '공동의 부' 등과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당시 특별자문관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이기도 하고요.
-삭스 교수의 명성 덕분인지, 이날 강연에는 바쁜 일정 중에도 정말 많은 국회의원이 참석했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정성호 기재위원장,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어기구·심기준 민주당 의원,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았습니다.
-그런데 많은 의원이 참석한 것은 좋으나 좀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내빈 소개를 마친 뒤 곧바로 '기념촬영'이 진행됐습니다. 삭스 교수의 강연은 물론 개회사도 시작되기 전이었는데요, 사회를 본 황희 민주당 의원은 "의원들께서 바쁘시기에 기념촬영을 먼저 진행하겠다"며 "외국인분들께는 낯설겠지만, 우리에겐 익숙한 풍경"이라며 다소 멋쩍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일정상 지각한 홍영표 원내대표는 기념사진을 막 촬영하려는 순간 강연장에 도착하더군요.
기념사진 촬영 후 비어버린 자리들. /임현경 기자 |
-의원들은 기념사진을 찍기 전엔 다른 내빈들과 악수를 하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바삐 움직였고, 사진을 다 찍고 나선 자축의 의미로 손뼉을 치며 기뻐했습니다. 이에 황 의원은 "축사 전 사진을 찍는 것도 생소하겠지만 사진을 찍고 나서 박수를 치는 것도 (외국) 손님들에겐 낯설 것"이라 부연했습니다. 그는 "참, 홍영표 원내대표님도 오셨다"며 '추가' 내빈 소개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
-이어 개회사, 축사, 환영사 등이 이어졌는데 이때부터 슬슬 내빈석에 빈자리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삭스 교수의 강연이 끝나고 자유토론을 할 때쯤엔 내빈석이 거의 텅 비었습니다. 모든 행사에서 내빈석은 대개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명당'에 위치합니다. 이날 삭스 교수의 바로 앞 내빈석이 텅텅 비어가는 걸 보니 취재진도 상당히 민망했습니다. 황 의원도 '외국인들에겐 생소할 수 있겠지만'이라고 재차 부연하지 않았습니까? 어쩌면 그들에겐 생소하다 못해 기념촬영으로 '얼굴도장'을 찍는 데만 급급한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것에 대해선 외국인이 아닌 우리 국민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송이어링이라고 주장하는 A씨는 "이정렬 변호사, 공지영 작가 등과 언론 매체에서 자신의 닉네임을 거론했다"며 “하루하루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송이어링스 측 제공 |
◆또 다른 이재명 연관 트위터 아이디 '송이어링스'의 정체는?
-지난 26일 국회 정론관에는 일각에서 '혜경궁 김씨(@08__hkkim)'와 동일인이라고 지목받고 있는 '송이어링스' 트위터 아이디 계정주인 A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은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금 미심쩍스러운 내용이 있었다죠?
-'송이어링스'는 이정렬 변호사, 공지영 작가 등이 언론 매체에서 언급하면서 유명해지게 됐는데요.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닙니다. 사실 기자도 이날 '송이어링스'를 처음 듣고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일단 정론관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60대 여성은 자신이 '송이어링스'라고 주장한 뒤 눈물을 흘리면서 뛰쳐나갔습니다. 그 때문에 질문이나 다른 내용은 받지 않았는데요. 기자들이 궁금했던 점은 어떻게 자신이 '송이어링스' 계정주인지 입증할 수 있냐는 것이였습니다. A 씨는 그런 상세한 설명은 전혀 없이 자신이 송이어링스의 계정 주이며, '송이어링스'는 자신의 열었던 쥬얼리숍의 이름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진이 어떻게 입증할 수 있냐고 그때 자리를 함께했던 이재명 지사 지지자에게 묻자 그들은 "내부적으로 확인했다"라는 답만 했습니다. 취재진은 이메일을 보내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전 캠프 관계자를 통해서 A 씨에게 연락처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답장이 없거나, "인터뷰를 원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상에서는 A 씨가 송이어링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하죠? 무슨 내용인가요?
-네. 취재진이 알아보다 보니 이날 기자회견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나 트위터상에서 민주당의 송옥주 의원이 비판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일단 이날 기자회견은 주최가 송 의원이었는데요, 송 의원은 이 지사가 선거에 나갈 때마다 캠프에 들어가서도 적극 도왔던 의원 중 한 명입니다. 이번에 기자회견을 열어준 것도 그런 이유였겠죠?
누리꾼 사이에선 혹시 송옥주 의원이 '송이어링스'가 아니냐는 의혹이 돌고 있다. /뉴시스 |
-인터넷상에선 실제론 송 의원이 송이어링스의 주인이라는 말들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한 주장에 따르면 송 이어링스의 아이디가 earings0383(이어링스0383)이고 송 의원의 이름 '옥주'가 '구슬 옥(玉) 구슬 주(珠)'인데, 이어링스는 '귀걸이'를 뜻하고 귀걸이는 두 개의 구슬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또 송 의원이 연세대 신방과 83학번이거든요. 아이디 끝에 0383이 혹시 03(영삼)은 연세, 83은 83학번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누리꾼들 사이에 돌고 있었습니다.
-전혀 확인된 사실은 아니죠?
-네. 지금 현재는 단순히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내용입니다. 사실이 아니라면 송 의원도 참 당황스럽긴 할 것 같은데요. 다만 이런 의혹들이 인터넷상에서 도는 것 자체가 이재명 지사 관련 '혜경궁김씨' 사건 등을 통해 불거진 정치권의 불신 현상을 나타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임현경 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임영무 기자, 이새롬 기자, 이덕인 기자, 임세준 기자, 남용희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lws2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