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이젠 기대도 없나 봐요" 비정규직 무관심에 한숨만
입력: 2018.12.01 00:00 / 수정: 2018.12.01 00:00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사용금지, 정규직 고용원칙을 위한 입법 방향과 내용 토론회는 다른 현안들에 밀려 유독 관심을 받지 못했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이날 참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임현경 기자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사용금지, 정규직 고용원칙을 위한 입법 방향과 내용' 토론회는 다른 현안들에 밀려 유독 관심을 받지 못했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이날 참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임현경 기자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법제화 토론회' 국회서 열려…텅 빈 자리에 '한숨'

[더팩트ㅣ국회=임현경 기자] "사람이 왜 이렇게 없어? 토론회 시작까지 2분 남았는데" 누군가 묻자 노조 관계자가 한숨을 푹 내쉬며 답했다. "이젠 기대도 많이 없나 봐요."

30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이용득·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공동 주최한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사용금지, 정규직 고용원칙을 위한 입법 방향과 내용' 토론회가 열렸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일시적 업무 또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기간제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정규직 고용원칙'을 논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유난히 한산했다. 이용득 의원과 민변 관계자 또한 다른 일정 탓에 참석하지 못했다. 토론에 참석하는 패널과 주최 측 관계자를 제외하면 순수 청중은 극히 적었다. 취재진 역시 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관계자는 "이미 정각이 됐는데 정말 이렇게 시작해도 되는 거냐"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송 의원과 이 대표가 덩그러니 자리에 앉아 행사 시작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관계자는 서둘러 자리를 정비하고 참석 의원들을 소개하며 토론회 시작을 알렸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6년 비정규직 살리기 5대 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왼쪽)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임현경 기자
송옥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6년 '비정규직 살리기 5대 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왼쪽)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임현경 기자

송옥주 민주당 의원은 "고용의 불안정과 근로조건의 차별 및 위험의 외주화에 노출돼 있는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공동 주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 의원은 "지난 1년 동안 정규직이 3000명 늘어나는 사이 비정규직은 3만6000명, 약 4만 명이 증가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 철폐 등 제도 개선을 위해 저도 지난 2016년 '비정규직 살리기 5대 법안'을 발의했지만, 환노위에서는 많은 현안들에 치여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결실을 이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여기 들어오는데 플래카드(현수막)에 빨간 낙엽이 그려져 있더라. 계절을 반영했더라면 흰 눈이 내렸을 텐데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며 "정책은 의지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과 제도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과제를 해결하고 노동자들께 풍성한 수확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도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 법안들이 아직 환노위 구석에 잠자고 있다"며 "이제는 추상적인 '공정사회', 감성적인 '차별사회'라는 호소에 기대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명한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모범적 사용지위에서 비정규직 제로 시대 만들겠다는 호언장담이 얼마나 기막힌 실망감으로 돌아오고 있느냐"며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를 스스로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정규직은 증가하고 있으며, 비정규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기간제법과 파견제법은 악법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폐기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제로(0) 사회를 향한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28일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비정규직 제로(0) 사회를 향한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28일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현장에 있는 모두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시급성과 정책 과제를 역설했지만, '비정규직 제로(0)' 사회를 향한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토론회가 열린 이날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던 한국잡월드가 자회사를 통한 고용에 합의한 날이기도 했다.

고용부 산하 기관인 잡월드는 지난 4월 자회사를 세워 간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직업 체험 강사들을 정규직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강사 140여 명은 열흘간 집단 단식을 이어가는 등 반발하다가 이날 오전 자회사를 통한 고용에 잠정 합의했다.

한편, 비정규직을 해당 원청에서 고용하는 대신 자회사 직원으로 채용하려는 사측과 이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의 충돌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인 강원랜드, 울산항만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의 비정규 노동자들은 '자회사 반대'를 외치며 공공기관 직접 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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