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한국당 입당 의사를 공식화했다.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이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지난해 11월 복당절차를 논의하는 모습.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이철우, 홍문표, 김성태 의원, 당시 바른정당 탈당선언한 황영철, 강길부, 김용태 의원 /뉴시스 |
김병준, "바른미래당 일부 복당 의사 표명" 언급…'대거 탈당 재현될까
[더팩트ㅣ국회=임현경 기자] "바른미래당에서 한국당에 오겠다는 의원들이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한 마디에 '바른미래당 대거 탈당설'이 다시금 피어올랐다.
김 위원장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진행된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바른미래당에서 한국당에 오겠다는 의원들이 있는데 원내대표 선거와 맞물려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선거 이후로 미뤘다"고 밝혔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 역시 이 자리에서 "당협위원장 교체에서 바른미래당 5~6명이 기습 복당되고 그 분들이 당협위원장으로 들어온다는 항간의 소문이 있다. 이것이 갈등의 불씨가 돼선 안된다"며 그간 제기됐던 '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다음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기강 세우기'에 나섰다. 손 대표는 29일 오후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왜 이렇게 출석률이 저조한가, 의원총회에 10명 밖에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원 30명 중 17명만 참석한 것을 지적했다.
손 대표는 "당 기강이 말이 아니다"며 "당 소속 국회의원이면 당 소속 의원으로서 할 일을 해야 한다. 할 일을 안하고 떠들기만 하는데 분명히 기강을 잡자"고 역설했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의원들의 대거 탈당을 경험해야 했다.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바른정당 탈당파 재입당 국회의원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당시 정우택(왼쪽부터) 원내대표가 홍문표 사무총장, 홍준표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 '다시 한국당으로' 대거 탈당 두 차례…번복한 의원도
앞서 바른미래당은 소속 의원들이 대거 한국당으로 떠나가는 '한국당 복당 러시'를 두 차례 겪은 바 있다.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바른정당에서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의원 14명이 집단 탈당을 결정하고 당시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지지를 선언했다.
비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성동·김성태·김재경·김학용·박성중·박순자·여상규·이군현·이진복 ·장제원·홍문표·홍일표 황영철 등 14명의 의원은 지난해 5월 "보수단일화를 통한 정권 창출을 위해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으로 복당하고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중 정운천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가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동시 탈당을 유보했고, 이틀 뒤 바른미래당 잔류를 결정했다. 황영철 의원은 탈당을 발표한 지 하루만에 "유승민 후보의 설득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결정을 번복하기도 했다.
2차 집단 탈당은 지난해 11월 벌어졌다. 김무성·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정양석·주호영·황영철·홍철호 등 9명은 당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통합을 희망하던 '통합파'로, "당 대 당 통합을 위한 노력이 뜻을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며 한국당 복당 의사를 표명했다.
앞서 탈당을 번복했던 황영철 의원은 마침내 실제로 당적을 옮겼으며, 이 중 강길부 의원은 지난 5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을 나와 무소속이 됐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한국당에서 입당 제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경제성장과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3차 대거 탈당이 발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현재 한국당 입당 유력 인물로 거론되는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고민'을 드러내면서도 탈당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지난 28일 5개월여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하며 실제 입당 제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유 전 대표는 당시 이화여대 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 사람들이 저하고 가까운 정치인을 보내서 빨리 입당하란 얘기를 했지만, 중간에 사람을 보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은 대화 방식은 아닌 것 같아 입당 제안에 답을 안했다"고 말했다.
한국당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직접 실명이 거론된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은 취재진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보수 개혁과 통합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은 내년도 예산을 다루는 정기국회 기간이므로 정기국회가 끝난 후 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은 바른미래당의 '한국당 복당설'에 한국당 내 친박 세력이 위기감을 느낄 것이라 봤다. 친박 의원들이 지난달 열린 자유한국당 우파재건회의에 참석한 모습. 정우택 의원(왼쪽부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진태, 심재철, 조경태,유기준 의원. /뉴시스 |
◆ 전문가 "확실한 움직임 지켜봐야…한국당 내부 갈등 변수"
전문가들은 실제 의원들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판세를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당에서 군불을 피우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탈당설'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일단 복당을 해야 알 수 있는 것이지, 누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한국당의 '세를 불리겠다'는 표현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 말했다.
신 교수는 "정계 개편은 총선 때와 같이 의원 개개인이 위기감을 느끼거나 정당이 위기감을 느낄 때 일어난다"며 "지금은 위기감을 느낄만한 요소가 없다. 탈당설은 한참 전부터 나왔지만 여전히 누구도 탈당하고 있지 않지 않느냐"고 부연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의사 타진이 있었으나 확실히 움직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바른미래당은 내부적으로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손학규계와 유승민계의 화학적 결합이 불투명한 바른미래당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만약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움직인다고 하면 한국당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복당파'의 비중이 높아지니 역학 관계가 한쪽으로 쏠릴 우려가 있다"며 "이른바 '친박'이라 불리는 세력은 위기감을 느껴 경계할 것"이라 설명했다. 또 "한국당 조강특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