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정계 복귀 단골 사유 '국민'…결말은 '당권'?
입력: 2018.11.25 00:00 / 수정: 2018.11.25 00:00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민들의 지지를 이유로 정계 복귀를 선언했지만 정치권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홍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여의도=문병희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민들의 지지'를 이유로 정계 복귀를 선언했지만 정치권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홍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여의도=문병희 기자

홍준표, 현실 정치 복귀 선언…국민이라 쓰고 당권이라 읽는다?

[더팩트ㅣ국회=임현경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홍준표가 옳았다는 국민들의 믿음이 바로 선 때'가 왔다며,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홍준표가 옳았다는 국민들의 믿음이 바로 설 때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다"며 "최근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의 홍준표의 말이 옳았다는 지적에 힘입어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계를 떠난 일이 없기에 정계 복귀가 아니라 현실 정치의 복귀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라며 "내 나라가 이렇게 무너지고 망가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의 말처럼, 그는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책임을 지겠다'며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SNS를 통해 정치 발언을 지속하는 등 공식적으로 은퇴한 바 없다. 그러나 공적 지위를 갖지 못한 채 정치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그가 현장에 '돌아오겠다'고 선언한 점에서 '복귀'라 칭할만하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 절반 이상이 홍준표의 말이 올았다는 지적에 힘입어 다시 시작할 것이라 밝혔다. 홍 전 대표가 올린 게시물 캡처 화면. /홍준표 페이스북 갈무리
홍 전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 절반 이상이 홍준표의 말이 올았다는 지적에 힘입어 다시 시작할 것"이라 밝혔다. 홍 전 대표가 올린 게시물 캡처 화면. /홍준표 페이스북 갈무리

◆ 정치인 복귀 명분은 언제나 바로 이것?

정계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 홍 전 대표에 앞서 '국민'을 명목으로 복귀를 선언한 '복귀 선배'가 있다. 그중 현실 정치에 발 딛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은 현재 '올드보이'로 불리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다.

손 대표는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독일로 건너가 8개월간 체류했다. 손 대표는 2014년 7·30 보궐선거 당시 경기 수원병 출마를 선언하며 정계에 복귀했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신 이후 전남 강진에서 칩거 생활을 했다.

그가 다시 돌아온 때는 26개월이 지난 2016년 10월이었다. 손 대표는 당시 "대한민국은 지금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 당적도 버리겠다"며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국민의당을 거쳐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그는 지난 9월 8년 만에 당 대표로 선출되며 다시금 '기득권'을 거머쥐었다.

정 대표는 2012년 총선 낙선 후 고향인 전북 순창에서 씨감자를 재배하고 종자를 연구하는 등 농민의 삶을 살았다. 2015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그의 복귀설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현실이 됐다. 정 대표는 국민의당에 입당해 전북 전주병에 출마, 당선되며 여의도로 돌아왔다.

정 대표는 전주병 출마 당시 "고향이 베풀어준 무한한 사랑에 대한 빚을 갚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고향은 친노 패권주의에 저항하다가 실패하고 좌절해 만신창이가 돼 돌아온 저를 따듯하게 맞아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올해 초 민주평화당으로 당적을 옮겼으며 지난 8월 14년 만에 당 대표로 복귀했다.

손 대표와 정 대표의 복귀는 끝내 당 대표라는 결실을 맺으며 '올드보이 전성시대'를 열었다. 홍 전 대표가 두 사람의 행보를 따르며 다시금 당권을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야3당과 여론전문가들은 홍 전 대표의 복귀 선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홍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당 대표 사퇴의사를 밝힌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야3당과 여론전문가들은 홍 전 대표의 복귀 선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홍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당 대표 사퇴의사를 밝힌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문병희 기자

◆ 야3당·전문가 "국민 내세울 근거 부족…영향력 발휘 어려울 것"

홍 전 대표는 성공적으로 여의도에 금의환향할 수 있을까. 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정의당 등 야3당은 홍 전 대표에게 "어느 나라 국민 절반을 말하는 것이냐"며 다소 격한 비아냥과 조롱을 담은 환영 인사를 전했다.

평화당은 20일 오후 김정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치는 본인 책임하에 하는 거니까 복귀하는 것도 본인의 자유지만, 국민의 절반이 자신의 말이 옳았다고 생각한다니 큰 착각 속에 사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평화당은 "시도 때도 없이 쏟아내는 홍 전 대표의 과거 어록을 돌이켜 볼 때 맹목적 지지자들에게는 환영받을지 모르겠다"며 "결국 한국당에는 골칫거리가 하나 더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바른미래당은 같은 날 김익환 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호재를 부르고 있을 정부·여당 모습이 눈에 훤하다"며 탄식했다. 이어 "이번에도 어김없이 적절한 타이밍에 정부·여당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홍 전 대표의 감각이 경이로울 뿐"이라며 "기왕지사 정계 복귀를 하신다 하니 명불허전 홍준표식 화법으로 한국당이 해체되는 데 밀알이 되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의당 역시 최석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반드시 금의환향해 수구 보수의 거목으로 다시 한번 우뚝 서서 국민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길 기대하겠다"고 비꼬았다. 또, "홍 전 대표가 꼭 한국당의 종신 대표직을 맡아서 수구 보수의 소멸이라는 대업을 이뤄주길 바라고 있었다"며 "홍준표 대표에게 통째로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면 개그계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조롱했다.

홍 전 대표는 현실 정치 복귀와 함께 내달부터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할 것이라 밝혔다. 홍카콜라는 사이다에 대적하는 홍 전 대표의 별칭이다. /자유한국당 유튜브 오른소리 캡처
홍 전 대표는 현실 정치 복귀와 함께 내달부터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할 것"이라 밝혔다. '홍카콜라'는 '사이다'에 대적하는 홍 전 대표의 별칭이다. /자유한국당 유튜브 '오른소리' 캡처

전문가들은 홍 전 대표가 근거로 든 여론의 지지는 복귀를 위해 내세운 구실에 불과하며, 그의 복귀가 실제로 큰 영향력을 지니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라는 말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진 것을 입맛대로 해석한 게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 소장은 "국민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가져다 쓰고 있다"고 평했다. 이 소장은 "자기 나름의 근거가 있겠지만, '국민의 절반'이라는 근거를 밝히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그의 말이 와닿지 않는다"며 "한국당 내에서도 반기지 않는 분위기인 지금은 좀 더 자숙과 반성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 전 대표는 잠시 분위기를 살펴보다가 관심을 끌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당이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불만을 품고 있다 한들 그 반작용이 홍 전 대표에게 가진 않을 것이다"며 "그들은 새로운 인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지금이 아니면 홍 전 대표가 복귀할 틈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등장한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는 당이 흔들리는 상황이라 틈이 있지만, 전당대회 이후에는 어떤 방향으로든 정비될 것"이라며 "정치 활동을 계속하려면 전당대회 전인 지금 나오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결국 복귀라는 것은 '조용히 있지는 않겠다'는 표현"이라 말했다. 그는 "미국에 있을 때라면 몰라도 귀국한 이후에는 현장 정치 활동을 하지 않고서 SNS만 하기에는 마땅치 않다"며 "특별한 조직이 구성된 것도 아니고, 원내에 있지도 않은 홍 전 대표가 대사회적으로 정치적 현장에서 활동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또, "자극적인 발언 등이 화제가 될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치적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 변수가 될 것인가의 측면에서 볼 때는 특별한 게 없을 것이다"고 부연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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