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원 지역구에선] "이언주?" 광명을 주민들은 '설왕설래' <하>
입력: 2018.11.21 06:05 / 수정: 2018.11.21 06:05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5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 경기 광명을 찾아 지역 주민들 목소리를 들어봤다. 하안동 어느 공원에서 만난 어르신들. /광명=박재우 기자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5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 경기 광명을 찾아 지역 주민들 목소리를 들어봤다. 하안동 어느 공원에서 만난 어르신들. /광명=박재우 기자

☞<상편에서 계속>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뽑은 그 국회의원은 잘하고 있습니까. 2016년 4월 총선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020년 21대 총선을 준비할 때가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시간이 가도 여전히 당파싸움에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런 꼴을 보려고 국회의원을 뽑지는 않았는데 말이지요. 우리를 대신해서 정치를 해달라고 했는데 혹시 민심은 외면한 채 자신의 정치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더팩트>는 화제와 이슈의 국회의원 지역구를 찾아 '풀뿌리 민심'을 듣는 '그 의원 지역구에선'을 연재합니다. 모든 시민을 만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유권자를 만나 '우리 의원님'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들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놀이터부터 경로당까지…세대 간 다른 평가

[더팩트ㅣ광명=박재우·임현경 기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유쾌하게 들렸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이 위치한 하안동 근처는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학원가, 키즈카페, 태권도 학원, 수영 학원, 유치원 등이 유난히 많았다. 마침 시간대는 아이들이 하교할 때였다. 길엔 밝은 표정으로 지나다니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대부분이었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기다리는 한 30대 젊은 부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 의원 이름을 꺼냈더니 웃는다. 부부는 "다음 선거에선 안될 것이다. 지역 분위기가 그렇다"며 확신에 찬 예측을 꺼냈다. 부부 입에선 뜻밖의 인물도 등장했다. "엄마들 사이에선 (이 의원이) 나경원 한국당 의원 만큼이나 욕을 먹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부부는 "○○초등학교 다니는 어머니한테 들었는데 이 의원의 자녀가 그곳에 다닌다. 학교 행사마다 자주 이 의원이 모습을 보였다고 하더라. 근데 광명에 있는 학교 중 그 학교에 공기청정기가 제일 먼저 설치됐다고 한다"는 얘기도 전했다. 이런 식으로 이 의원에 대한 얘기가 꽤 많이 도는 듯했다.

이언주 의원 지역구 사무실 근처는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학원가, 키즈카페, 태권도학원, 수영학원, 유치원들이 유난히 많았다. /박재우 기자
이언주 의원 지역구 사무실 근처는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학원가, 키즈카페, 태권도학원, 수영학원, 유치원들이 유난히 많았다. /박재우 기자

떨어진 은행잎을 밟으며 조금 걷다 보니 작은 공원이 나왔다. 한쪽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그들에게 슬그머니 다가갔다.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당 옮기는 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거지 뭐." 이 의원에 대해 물었더니 예상외로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부산으로 가도 상관없겠냐"고 묻자 한 어르신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가슴에 태극기 배지를 단 한 어르신은 "국회의원이 여러 군데를 옮겨 다니면 '사쿠라'라 그래서, 큰 인물은 못 된다고 말한다"고 툭 던졌다. 전문용어에 취재진도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곧 어르신은 "그래도 요즘 잘하고 있다. 말은 엄청 잘한다"고 했다.

미용실에도 들렀다. 미용실은 여러 손님이 머물며 대화를 나누는 곳이다. 이 의원에 대한 평가를 조금 더 들을 수 있을까 싶었다. 취재진의 질문을 유심히 듣던 미용실 사장님은 "요즘 경제가 안 좋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사실 경제에 대한 얘기는 그곳 뿐만 아니라 이날 만난 몇몇 자영업자들도 동일하게 꺼냈다. 미용실 사장님은 "요즘 손님들 분위기를 보면 아무래도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이 의원 발언에 '속 시원하다'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언주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걸린 플래카드. /임현경 기자
이언주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걸린 플래카드. /임현경 기자

'민심탐방'에서 경로당은 필수코스다. 근처 한 경로당을 찾았다. 기자라고 소개하니 어르신들은 "아무리 명함 주고 기자라고 해도 진짜 기자인지 알 수 없으니 속마음을 다 내보일 수가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물러날 수 없다. 이것저것 물으며 은근슬쩍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결국, 어르신들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다. 한 할아버님은 "국회의원은 일만 잘하면 된다"며 이 의원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의원이 일을 잘했다.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은 괜히 텃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입에선 또 다른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할아버님은 "손학규도 여기 광명을 사람인데 뽑아놓으니 다른 곳에 갔다"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언급했다. 광명은 '올드보이' 손 대표에게 '정치적 고향' 같은 곳으로 여겨진다. 손 대표는 최근 한국당 주최 행사까지 참석한 이 의원을 향해 공개적으로 "당적과 관련해 바른미래당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한 할머님은 "얘기가 나왔다는 거지 한국당에 아직 간 건 아니지 않느냐"며 "철새마냥 좌로 갔다 우로 갔다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여기서 열심히 일한 이 의원만 욕할 이유가 없다"고 적극 감쌌다. 그는 또 "여긴 원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표밭이었는데 이 의원이 뽑힌 것"이라며 "당적과 상관없이 성실하게 일만 잘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꽤 긴 시간 어르신들과 얘기를 나누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감사를 표하고 돌아서는데 한 어르신이 "곧 김장하니 그때 다시 와라. 수육을 해주겠다"고 했다. 정치적 견해와 상관없이 '역시 세상은 아직은 따뜻하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처음 닫혀있던 마음도 이젠 완전히 열린 듯했다.

취재하다보니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어두워진 광명시내 모습. /박재우 기자
취재하다보니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어두워진 광명시내 모습. /박재우 기자

정신없이 주민들을 만나다 보니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하나둘 책가방을 내려놓고 회포를 풀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었다. 그들의 표정엔 홀가분함과 막막함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이날 광명에선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 의원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고, 그 견해는 다양했다. 글에 다 담지 못한 얘기도 많다. 대체적으론 이 의원에 대해 청·장년층은 부정적이었고 중·노년층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잊히지 않는 한 어르신의 말씀이 있었다. "다들 자기 주머니만 채우려고 하니 그게 안타깝지." 이제 다음 총선은 약 1년 반 앞으로 다가왔다. 이 의원은 과연 어떤 행보를 선택할까. 광명을 빠져나오는 지하철 창문 밖으로 어둠은 한층 더 깊어졌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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