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혜경궁 김씨'를 둘러싼 논란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이 지사가 지난 19일 경기도청에서 '혜경궁 김씨'(@08__hkkim)가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라는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던 당시. 수원=이선화 기자 |
이재명과 경찰의 서로 다른 '스모킹 건'
[더팩트ㅣ임현경 기자] 경찰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와 트위터 계정주 '혜경궁 김씨'는 동일 인물이라 결론지으며, 이 지사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9일 이 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가 '정의를 위하여(@08__hkkim)' 트위터 계정주, 이른바 '혜경궁 김씨'인 것으로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 김씨를 수원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에 이 지사는 같은 날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진실보다 권력을 택했다"며 "저열한 정치공세의 목표는 이재명으로 하여금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이니 지금보다도 더 도정에 집중해서 성과로 답을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에 대해 "수십차례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등 최선을 다해 얻은 결론"이라며 "추가 수사와 검찰 판단을 통해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 맞섰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 지사의 '경찰이 권력을 택했다'는 발언에 대해 "최선을 다해 얻을 결론"이라 반박했다. /더팩트 DB |
◆ 이재명, 정치 공세의 피해자 혹은 피의자
이 지사는 이날 "경찰이 제 수사의 10분의 1만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이나 기득권 부정부패에 관심 갖고 집중했다면 나라가 지금보다 10배는 좋아졌을 것"이라며 삼성 등의 '기득권'을 언급했다. 또, "명백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김영환(전 의원)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대한 경찰이 이재명 부부에 대해서는 왜 이리 가혹한지 모르겠다"며 경찰 수사의 편향성을 주장했다.
이 지사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내는 경선에서 패한 남편 대신 진심을 다해 김정숙 여사를 도왔고, 우리 부부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지금도 우리 부부는 문재인 정부 성공이 국가발전과 이재명 성공의 길이라 굳게 믿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며 지난 대선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대선 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한 경선 상대 아내가 경선 당시 상대를 비방해 명예훼손했다고, 경찰이 가혹한 망신 주기 왜곡 수사 먼지 털기에 나선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여배우 스캔들', '친형 강제 입원 의혹' 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치 공세의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7월 '조직폭력배 유착설'이 제기됐을 당시에도 "거대 기득권 그들의 이재명 죽이기가 종북·패륜·불륜 몰이에 이어 조폭 몰이로 치닫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국민소송단(국내외 거주자 3245명)의 의뢰를 받아 김혜경 씨를 경찰에 고발한 이정렬 변호사는 "수사에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는 것은 자백"이라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혹시 직무유기 행위가 있었던 게 아닌지, 누군가가 수사를 고의로 방해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수사 기간이 길었다"며 "휴대전화와 전화번호를 바꿨다는 것은 명백한 증거 인멸 행위로, 당연히 구속영장을 신청했어야 했다"고 했다.
이어 "이 지사나 김 여사 측에서 정치적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고 수사를 덮으려 짜맞추기 수사를 해서 불기소 쪽으로 가려고 했다는 그런 여러 가지 제보를 받았다"며 "그런 시도를 했다가 무산되고 나니까 오히려 자기들이 (정치 개입)했던 걸 자백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 '정의를 위하여(@08__hkkim)'의 실소유주는 누구인가
경찰은 △계정 소유주의 휴대전화 뒷번호가 '44'로 같고, 연동 이메일 주소·성남 거주·S대 출신·음악 전공 등 신상 정보가 유사하다는 점, △'정의를 위하여' 계정주가 김 씨가 휴대전화를 변경한 2016년 7월을 기점으로 안드로이드폰에서 작성하던 게시글을 아이폰으로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기기를 변경한 뒷자리 '44' 번호 이용자는 1명이라는 점, △김 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가족이 아니면 구하기 어려운) 사진이 10분 내외의 짧은 간격을 두고 '정의를 위하여' 계정에 게시된 일이 여러 번 발생했다는 점 등을 토대로 '김 씨가 트위터 계정주'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 지사 측은 △타인이 김 씨의 정보를 사용해 가입할 수 있다는 점, △ 전화번호 뒷자리가 '44'인 기기변경 이용자 1명은 성남 거주자만을 대상으로 낸 통계라는 점, △트위터 계정에는 원본이 아니라 캡처된 화면이 올라왔으며, 이 지사와 김 씨에게 관심이 있는 누구나 실시간으로 사진을 캡처해 게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며 "경찰이 정황 증거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비판했다. 또, 경찰이 임의제출을 요청한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당시 이상한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잠시 정지했다가 선거 용도로 사용한 뒤 현재는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법률가들은 "법정에서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변호사 출신인 이 지사가 해당 의혹이 불거진 2013년부터 지금껏 적극적으로 조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인환 변호사는 "이 지사는 '경찰이 지난 4월부터 7개월 동안 휴대전화 제출 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해당 휴대전화가 없어 제출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통상적으로 형사변호를 할 때는 피의자 측에서 유리한 자료를 먼저 제출한다"며 "이를 위해 임의제출이라는 제도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는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혐의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무고한 피의자가 자신의 무혐의를 적극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이라며 "변호인이 수사 과정에서 하는 일이 피의자의 무고함을 입증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전세준 변호사는 "일반인의 경우 본인이 어떤 의혹을 받는다고 자진해서 나서긴 어렵다"면서도 "이 지사는 당시 공직에 있는 사람이자 선거를 앞둔 후보였으니 의혹을 빨리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봤다.
이어 "이 지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경찰 말이 맞느냐, 내 말이 맞느냐' 설문 조사를 하거나 정치적 프레임을 얘기할 게 아니라, 김 씨의 아이피 경로나 디지털 이용 기록 등을 제시해서 '혜경궁 김씨'가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며 "경찰이 제시한 일부 증거만 가지고 반박하는 것이 국민들 입장에서는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
경찰은 이 지사의 아내인 김혜경 씨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라고 주장했지만, 이 지사 측은 '정황 증거일 뿐'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김 씨가 지난 2일 오전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한 모습 /임세준 기자 |
◆ '혜경궁 김씨'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검찰과 법원이 김혜경 씨를 '정의를 위하여' 계정주로 볼 것인지도 미지수지만, 김 씨가 트위터 계정 실소유주라 하더라도 이는 협의 성립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다. 이 지사를 향한 국민의 분노와는 별개로, 김 씨가 유죄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익명의 한 법조인은 "김 씨가 계정을 만든 뒤에 이 지사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누군가가 선거 운동 차원에서 계정을 관리했다고 한다면 그 책임은 선거 주체인 이 지사가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김 씨가 아닌 실제 소유주가 있다고 한들,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김 씨가 계정주라 하더라도, 모든 게시물을 김 씨가 썼다는 증거가 없다"며 "형사소송은 합리적 의심을 넘어 확신이 필요한데, 경찰이 밝힌 부분이 판사가 보기에 확신할 정도인지는 의문이 든다.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본인이다'라는 것은 너무나 먼 정황증거"라고 분석했다.
이어 "검사는 김 씨가 계정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혐의에 해당하는 게시글을 직접 작성했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이 지사는 상식적인 선에서의 대응은 다 하고 있다"며 "검사가 유죄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이 지사는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의혹을 털고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