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원 지역구에선] '튀는' 이언주, 당적을 또 바꾼다고? <상>
입력: 2018.11.20 10:35 / 수정: 2018.11.20 10:35

<더팩트>는 지난 16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 경기도 광명시를 찾았다. 사진은 이 의원 지역구 사무실 근처. /광명=박재우 기자
<더팩트>는 지난 16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 경기도 광명시를 찾았다. 사진은 이 의원 지역구 사무실 근처. /광명=박재우 기자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뽑은 그 국회의원은 잘하고 있습니까. 2016년 4월 총선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020년 21대 총선을 준비할 때가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시간이 가도 여전히 당파싸움에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런 꼴을 보려고 국회의원을 뽑지는 않았는데 말이지요. 우리를 대신해서 정치를 해달라고 했는데 혹시 민심은 외면한 채 자신의 정치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더팩트>는 화제와 이슈의 국회의원 지역구를 찾아 '풀뿌리 민심'을 듣는 '그 의원 지역구에선'을 연재합니다. 모든 시민을 만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유권자를 만나 '우리 의원님'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들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경기도 광명에 가다…지역 주민들 생각은?

[더팩트ㅣ광명=박재우·임현경 기자] 우중충했다. 이런 날 외근이라니.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데다 미세먼지 탓에 눈과 코가 매캐했던 지난 15일 경기도 광명시를 찾았다.

이날은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 날이기도 했다. 수험생들이 시험장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불수능'과 씨름하고 있었을 그 시간, 취재진은 주 근무지인 여의도 국회와는 한참 동떨어진 광명으로 향하며 아이디어와 사투를 벌였다.

발단은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박정희는 천재"라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소속당 손학규 대표와 '친문'이냐 '반문'이냐로 설전을 벌이며 뜨거운 관심을 받는 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갈등을 겪는 손 대표와 이 의원은 광명을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전 지역구 의원과 현 지역구 의원이라는 점이다. 또, 비슷한 점이 있다면 손 대표가 보수 정당을 떠나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면, 이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우클릭'하고 있다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광명을 지역구는 어떤 곳이었을까. 현재는 민주당 세가 강하지만, 19대 때 이 의원이 당선되기 전까지만 해도 보수정당이 우세했던 곳이다. 광명을은 15대 국회의원 손학규 신한국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시작으로 2012년 전까지 보수 정당의 텃밭이었다. 이 의원이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와 당선되기 전까지 전재희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리 3선을 해왔을 정도이다.

당시 3선에 장관(복지부 장관) 출신의 전 전 의원 당선이 예상됐지만, 예상을 깨고 이 의원이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고, 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주대준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의원이 재선에 성공하며 광명(갑, 을)은 민주당의 텃밭이 됐다. 현재 광명갑은 백재현 의원이 18대를 시작으로 내리 3선했다.

이랬던 이 의원이기에 최근 행보는 더욱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언론이 국회에서 바라보는 이언주 의원과, 지역구 민심이 바라본 그는 또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기대(또는 의심)를 품고 취재 길에 올랐다.

이 의원은 민주통합당에서 정치에 입문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또 바른미래당에서 '한국당 입당설'이 대두되고 있다. 당 경계를 넘나들며 정치 궤적을 그려온 이 의원에 대해,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그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던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역구를 옮긴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까. 취재진이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1호선 열차가 독산역에 도착했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시을' 선거구 사무실은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독산역에서 도보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그만큼 서울에 인접한 지역이란 의미다. 광명을의 첫인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뜨겁게 타오르는 이 의원과 달리 잔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보통 '광명'하면 '이케아'의 커다랗고 모던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쉽겠지만, 실제로 광명은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와 노년 인구 거주 비율이 높은 곳이다. 이곳은 서울시 도시계획에 의해 조성된 위성도시로, 주요 시가지가 그린벨트 안에 있어서, 아파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건물이 저층인 데다 산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이 의원의 사무실을 찾는 데에는 가까운 거리와 별도로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특별히 유명하거나 눈에 띄는 건물이 없었기 때문에 지도를 보며 걸어도 낯설기만 했고,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이 의원의 사무실 위치를 물어도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럴 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역시 길 안내엔 택시 기사님이지. 여론동향을 가장 빨리 파악하는 것도 역시 택시 안이다.

"이언주 국회의원 사무실로 가 달라"고 하니 기사님이 망설임 없이 바로 엑셀을 밟았다. 말을 튼 김에 넌지시 "이언주 의원이 여기서 잘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기사님은 "광명역(KTX) 개발 말고는 잘 모르겠다"며 "사람이 줏대가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을 보고 뽑아준 사람도 있고, 주위 반응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 지역구 사무실 근처 걸린 수능 응원 현수막. 그런데 당명이 적혀있지 않다. /박재우 기자
이언주 의원 지역구 사무실 근처 걸린 수능 응원 현수막. 그런데 당명이 적혀있지 않다. /박재우 기자

지역 사무실 부근에 도착하니, 마치 그곳이 이 의원 영역이라는 듯 그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수험생 응원 현수막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현수막엔 수험생을 향한 응원과 함께 '국회의원 이언주'라고만 적혀 있었다. 당명이 빠졌다. 보통 국회의원들이 현수막을 걸 땐 당명을 반드시 적는다. 심지어 소속이 없는 사람도 '무소속'이라고 적는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걸까.

이 의원 사무실은 사거리에 위치한 한 상가의 4층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직원들이 "어서 오시라"며 반갑게 맞는다. 그러나 이내 기자라고 소개하니 약간 표정이 굳는 것을 느꼈다. 최근 많은 기자에게 숱하게 들은 질문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쫓겨나진 않았다. 한 직원이 비타민 음료를 대접하며 자리에 앉혔다. 취재진은 먼저 현수막에 당명이 없는 것에 대해 물었다. 직원은 '아 그러냐'며 몰랐다는 식으로 답했다. 보통 당명을 다 적지 않냐고 하자 "맞다. 대부분 다 적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번엔 "어떤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직원은 "그런 의미는 없다. 국회에서 급하게 만드느라 그랬다"고 답했다.

이언주 의원 지역구 사무실 직원과 취재진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임현경 기자
이언주 의원 지역구 사무실 직원과 취재진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임현경 기자

조금 더 직접적으로 지역구를 부산 영도로 옮길 거란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러자 "그건 그냥 나오는 말"이라고 했다. 직원은 "의원님은 그것에 대해 하신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직원의 표정은 조금 복잡해 보였다. 태연한 듯, 뭔가 곤란한 듯 미묘했다.

사무실을 나왔다. 주변을 돌아보고 주민들의 견해를 들어보기로 했다. 본능적으로 허기가 느껴지며 패스트푸드점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한번 꾹 참았다.

그 옆 작은 가게의 문을 두드렸다. 50대 사장님은 기자라고 소개하니 약간은 경계하면서도 "여긴 민주당 세가 강하다"고 광명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 의원에 대해 약간은 부정적 시선이 강한 듯했다. 최근의 행보에 대해서 묻자 "(이미) 당적을 많이 바꿨는데, 배신을 했다는 시각이 많다"며 "예전에 탄탄한 민주당 지지를 받고 당선됐는데, 당적을 바꾸려는 모습이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라고 한다면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이동률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라고 한다면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이동률 기자

길을 지나던 40대 한 주부에게도 말을 걸었다. 이 의원 이름을 말하자 표정에 왠지 모를 그림자가 졌다. 이어 돌아온 대답엔 뼈가 들었다. 그는 "원래 이 의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박정희 천재' 발언 같은 경우 너무 나간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의원은 얼마 전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정희 대통령 같은 분이 그래도 역대 대통령 중에선 굉장히 천재적인 분이었다"고 평가해 주목받았다. 여기서 '주목'이란 긍정과 부정이 모두 포함된다. 이어 주부는 "괜히 센 발언을 해서 매스컴에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분석도 내놓기도 했다. 한참을 이야기하는 동안 주부의 표정은 꽤 상기돼 있었다.

이번엔 한 작은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사장님은 자신이 이 의원 규탄 항의 방문에 참석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이 의원이 한 방송사 기자와 통화하면서 급식노동자를 '밥하는 아줌마'라고 표현해 논란이 됐던 때다. 사장님은 "그때부터 시끄럽더니 이젠 당적을 바꾼다고 뉴스에 나오니 (여론이) 좋겠냐"며 표정을 찡그렸다.

☞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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