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이해찬, '혜경궁 김씨' 파문 이재명 놓지 못하는 이유는?
입력: 2018.11.20 00:00 / 수정: 2018.11.20 10:53
더불어민주당이 혜경궁 김씨 스캔들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자 이를 두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이재명 지사가 방남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혜경궁 김씨' 스캔들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자 이를 두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이재명 지사가 방남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전당대회 신세 때문? 내분 방지위한 '신중론'?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혜경궁 김씨' 파문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수동적인 자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이 지사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고, 이 대표 측은 당 내분을 방지하기 위한 '신중론'이라고 주장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의 이러한 '신중한' 입장에 대해 이재명 지사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9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민주당이 이 지사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찬 대표가 이재명 지사한테 아주 큰 신세를 졌거나, 아니면 약점을 잡혔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며 "그런 이유가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 씨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수원=임세준 기자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 씨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수원=임세준 기자

실제로 지난 8월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지사의 지지세력으로 알려진 조직 및 단체들은 이 대표를 적극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명 지지 조직들이 전당대회에서 다른 후보들 말고 이 대표를 도왔다"며 "이는 이미 정계에는 다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대표의 측근 인사들이 이 지사 취임 직후 경기도 도정에서 요직을 차지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 대표와 이 지사의 관계를 밀착관계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이 대표와 재단법인 '광장'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우종 씨가 지난 10월 경기도 문화의전당 사장에 임명됐고,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도 이재명 지사 취임식 이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됐다.

최근 이해찬-이재명-이화영 이 세 사람의 만남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방남단과 만찬을 진행했다. 이해찬 대표는 만찬 뒤 리 부위원장의 숙소에서 비공개 회담을 갖는 등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경기도청에 출근해 혜경궁 김씨(@08__hkkim)가 경찰 수사결과 이 지사 부인 김혜경 씨로 지목된 가운데 입장을 밝히는 모습. /수원=이선화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경기도청에 출근해 '혜경궁 김씨'(@08__hkkim)가 경찰 수사결과 이 지사 부인 김혜경 씨로 지목된 가운데 입장을 밝히는 모습. /수원=이선화 기자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행한 토론회에서 "이화영 전 의원이 평화부지사로 갔는지 몰랐다"며 "이재명 지사와 자신은 아무런 인연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어 "내가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도 이재명 지사는 정동영 후보 쪽에서 일한 사람"이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이해찬 대표는 전당대회 후보 시절부터 이 지사의 스캔들에 대해 미리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신중론'을 펼쳐왔다.

당시 경쟁 후보였던 김진표 의원은 일찍이 이 지사를 당내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 대표의 이러한 신중론은 '친문'으로 불리는 온라인 세력들에게 많은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당 대표 토론회에서 이 지사뿐 아니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수사에도 같은 입장이라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그는 "김경수·이재명 지사 두 분 다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예단해버리면 그때부터 내분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지난 17일 '혜경궁 김씨(@08_hkkim)' 계정이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의 소유라는 경찰 수사결과가 나오자 일부에서는 이 지사의 민주당 제명과 경기도지사직 사퇴 요구 목소리가 상당하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앞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스캔들 이후 제명 당시와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안 지사에 대한 제명과 출당조치를 신속하게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 지사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9일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사자인 "검찰 기소 여부를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라며 "이 지사 측이 부인하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필요하면 당의 입장을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19일 오전 경기도청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제 아내가 (계정 주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정말 차고 넘치는데도 유사한 것들 몇 가지를 끌어모아서 제 아내로 단정한 것"이라며 "차고 넘치는 증거 중에서 이미 목표를 정하고 '이재명의 아내다'라고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경찰 수사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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