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이수역 폭행 사건'으로 본 靑 국민청원, 여론몰이장 변질?
입력: 2018.11.19 00:00 / 수정: 2018.11.19 00:00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3일 새벽 서울 동작구 이수역 근처 주점에서 발생한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과 관련한 글들이 상당수 글이 게재됐다. /남용희 기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3일 새벽 서울 동작구 이수역 근처 주점에서 발생한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과 관련한 글들이 상당수 글이 게재됐다. /남용희 기자

국민청원 갈등 심화…"치킨 사달라" 황당한 청원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지난 13일 새벽 서울 동작구 이수역 근처 주점에서 발생한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이 성(性) 대결로 번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이번 사건에 휩싸인 남성과 여성을 각각 처벌해달라는 글이 상당수 올라오며 싸움의 장이 됐다.

◆ 靑 국민청원 게시판은 '전쟁터'

'이수역 폭행 사건'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지난 14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남자 5명이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은 여성을 보고 욕설과 비하 발언을 했고, 두려워 동영상을 찍는 피해자의 목을 조르며 협박했다. 폭행당한 피해자는 두개골이 보일 정도로 머리가 찢어졌다"는 주장과 함께 "가해자의 신원을 밝혀주고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하루 만에 3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참여했으며,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어 청와대의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사건이 벌어진 지 이틀만인 15일 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과 목격자 진술이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폭행 사건이 연루된 여성들의 주장에 일부 '거짓'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1분짜리 편집된 영상에는 여성 일행들이 욕설과 함께 남성 성기를 조롱하는 발언이 담겼다.

이수역 폭행사건이 남·여 간의 성 대결로 격화되는 모습이다. 하루 만에 30만 참여가 발생한 이수역 폭행사건 관련 남성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글과 남성들로부터 일방적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올린 사진. /청와대 게시판,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이수역 폭행사건이 남·여 간의 성 대결로 격화되는 모습이다. 하루 만에 30만 참여가 발생한 이수역 폭행사건 관련 남성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글과 남성들로부터 일방적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올린 사진. /청와대 게시판,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이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퍼지면서 피해자는 오히려 남성들이라는 여론이 빠르게 퍼졌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 여성의 성추행과 모욕죄 처벌을 요청한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16일 오후 5시 기준 8만1500여 명이 참여했다. 최신 글은 주로 여성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다수다. 같은 기준으로 이수역 폭행 사건과 관련한 글이 200여 개 이상이다.

16일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동작경찰서는 주점 내 폐쇄회로(CC)TV 영상과 주점 관계자 참고인 조사를 토대로 사건 경위를 살펴본 결과, 사건의 발단은 여성이 말다툼하던 상대 남성에게 다가가 손을 치는 행위에서 촉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내용으로 '이수역 폭행 사건'은 새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다. 경찰은 3명의 남성과 2명의 여성을 쌍방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 "국민청원 게시판, 여론몰이 성토장?"…폐지해달라 요구도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 홈페이지를 개시하면서 시작된 국민청원 게시판은 직접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또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개인의 일을 해결해달라거나 여론몰이성 청원들도 난무하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하나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최근 청원을 살펴보면, 15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영역이 고난도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문제를 그렇게 내면 어떡하냐"는 내용으로 '수능 국어 출제자들을 국가정보원 지하실에 가둬달라"는 청원 글도 올라와 있다. 특히 이 청원인은 카테고리를 '반려동물'로 지정했다.

청원은 17가지 분야별로 나뉘어 있다. △정치개혁 △외교/통일/국방 △일자리 △미래 △성장동력 △농산어촌 △보건복지 △육아/교육 △안전/환경 △저출산/고령화 대책 △행정 △반려동물 △교통/건축/국토 △경제민주화 △인권/성 평등 △문화/예술/체육/언론 △기타 등이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직접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개인의 일을 해결해달라거나 여론몰이성 청원들도 난무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국민청원 게시판은 직접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개인의 일을 해결해달라거나 여론몰이성 청원들도 난무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또 '문 대통령님 돈 좀 빌려달라', '배가 고프다. 실례가 안 된다면 치킨 한 마리 사달라'는 청원 글도 보인다. 이 외에도 청와대가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는 청원도 상당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청원 게시판이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부인 정부의 영역을 넘어선 사법부나 입법부의 영역에 해당하거나 개인이나 지역, 성별, 세대, 이념 갈등을 조장하는 청원 등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청원 책임자인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은 지난 5월 "(청원 게시판이)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 놀이터로 가능할 수 있다"고 했지만, 여론몰이나 마녀사냥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 등으로 국민청원 게시판 폐지를 요구하는 이들도 꽤 있다. 최근 올라온 청원 글 내용이다.

"국민 주권 원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인격권 침해 문제와 혐오 조장 문제가 극심하다. 감정적, 비이성적인 여론에 의해 공론장 전반에 악영향이 가해지는 모습도 살피고, 이러한 제도가 중우정치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전술한 부작용까지 감수하며 이 게시판을 운영해야 하는 정당성이 있는지 부디 재고해주길 바란다."

청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잡음'이 생겨난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여론이 갈리면서 사회적 쟁점이 되고 이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국민청원 게시판상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수역 폭행 사건'과 관련한 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해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논란이 재확산될 여지도 남아 있다. 청와대가 시행 1년이 넘은 청원 제도에 대해 평가·진단하고 보완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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