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역구(경기 광명을)에 당명을 적지 않고 현수막을 걸어 관심을 끈다. 이 의원 사무실 근처 걸린 수능 응원 현수막. /광명=박재우 기자 |
수능 응원 현수막에 '바른미래당' 없고 '국회의원 이언주'만
[더팩트ㅣ광명=이원석·박재우·임현경 기자] 최근 우(右)클릭으로 자유한국당 입당설까지 불거진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역구에 설치한 수능 응원 현수막에 당명을 적지 않아 이목을 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이 자신의 추후 행보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당명을 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더팩트>는 수능 당일인 15일 이 의원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 지역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 소속 당명이 표기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현수막에 반드시 당명을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이 각종 현수막을 게시할 땐 대부분 당명을 적는다.
그러나 이 의원의 현수막엔 '마지막까지 차분하게 최선을 다합시다.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 힘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국회의원 이언주'라고만 적혔다.
보통 색상도 소속 당의 대표 색상과 일치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의원의 현수막은 바른미래당의 대표 색상인 청록색보다는 과거 국민의당 시절 녹색에 가까웠다.
당명이 적혀 있는 다른 국회의원들의 수능 응원 현수막.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
광명을 지역구 주민들도 이 의원의 현수막에 당명이 빠진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더팩트> 취재진을 만난 주민들은 "요즘 이 의원 플래카드를 보니 바른미래당 당명을 빼버렸다. 국회의원 이언주라고만 나온다"고 했다.
이 의원의 이런 점들이 특히 더 주목되는 것은 최근 그의 행보 때문이다. 제19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뒤 민주당 원내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등 요직을 맡기도 했던 이 의원은 최근엔 민주당 시절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을 향해 날선 비판과 함께 '신보수'를 외치며 보수주의자로 탈바꿈했다.
그는 얼마 전 모 언론과 인터뷰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천재'라고 평가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어 이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당과 입장을 같이 하는 목소리를 끊임없이 냈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이미 한국당행을 결정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자유한국당 입당설(說)이 돌며 주목받고 있다. /이동률 기자 |
심지어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중구 영도구가 고향인 이 의원이 해당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최근 영도구를 자주 찾는다는 얘기가 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은 지난 9일엔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청년특별위원회 주최의 행사에 강사로 참석했다. 행사에서 그는 한국당 입당설과 관련 "새로운 흐름의 동력이 생기게끔 하는 움직임이 시작됐을 때, 우리가 함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의원의 지나친 독자적 행보는 결국 지도부의 경고로 이어졌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12일 이 의원이 한국당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것과 관련 "이 의원이 다른 당 행사에 참여하면서 당과 아무런 협의도, 논의도 없었다"며 "바른미래당은 민주 정당으로서 이념적 스펙트럼의 다양성과 국회의원 개개인의 사상과 입장을 존중했다. 당적과 관련해 바른미래당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손 대표를 향해 "친문이냐, 반문이냐"고 되받아치며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당내 갈등까지 겪는 가운에 이 의원의 현수막에 당명이 빠지면서 다양한 해석을 하게 한다. 이 의원 현수막에 당명이 빠진 것에 대해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명을) 적는 것은 자율이지만, 전부 적는다. 저도 적는다"며 "보수대통합하겠다, 새로운 보수를 짜겠다고 본인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 이 의원 측은 '별다른 의미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현수막을 걸 때 보통 당명을 거의 넣는다"면서도 "이번엔 급하게 국회에서 만들었는데 빠진 것 같다.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일축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 걸린 안철수 당시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낙선 현수막. /인터넷커뮤니티 갈무리 |
이 의원 측 입장에도 의혹의 눈초리는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인의 당명 제거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당명, 당 색상의 상징성이 크다는 의미다.
앞서 안철수 전 대표도 국민의당 제19대 대선후보 당시 선거 포스터에 당명을 넣지 않아 '보수표를 결집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안 전 대표는 지난 6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 한 후 현수막에도 역시 당명을 넣지 않아 당내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당시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떠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던 때라 논란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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