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정숙 여사의 印 단독 방문이 갖는 의미
입력: 2018.11.07 05:00 / 수정: 2018.11.07 05:00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2002년 이희호 여사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홀로 인도를 방문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면담하는 김 여사.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2002년 이희호 여사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홀로 인도를 방문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면담하는 김 여사. /청와대 제공

김 여사, 2002년 이희호 여사 이어 16년 만에 단독 해외 방문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4일부터 오는 7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인도를 단독 방문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단독으로 외국을 방문한 것은 2002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미국 방문에 이어 16년 만이다.

영부인의 단독 해외 방문은 낯선 풍경이다. 그래서인지 청와대는 지난달 31일 김 여사의 인도 방문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역대 정부의 영부인이 단독으로 해외를 방문한 사례에 대해 알렸다. 아울러 청와대 관계자는 "특히 이번 인도 방문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께서 김 여사가 행사 주빈으로서 참석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공식 초청장을 보내옴에 따라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영부인은 대통령을 내조하는 성격이 짙다. '퍼스트레이디'는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영부인은 국정을 돌봐야 하는 대통령을 대신해 국민을 살피고 국내외 대소사를 챙기기도 한다. 다만 우리나라 영부인이 혼자 해외 순방에 나서는 일은 보기 어렵다.

과거를 살펴보면 1995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세계여성회의 참석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을 단독 방문한 사례가 있다. 이희호 여사는 가장 활발한 독자 행보를 보였다. 이 여사는 1999년 일본 센다이(출판 기념회 및 대학 특별강연 등), 2000년 중국 베이징(한중 관광우호의 밤 참석), 미국 워싱턴·로스앤젤레스(미국 국가조찬기도회 참석)를 단독으로 방문했다. 2002년엔 유엔 아동특별총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통상 영부인은 대통령이 해외 순방길에 오르면 동행하거나 별도의 개별 일정을 소화하는 정도로 그쳤다. 김 여사 역시 최근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과 평양 정상회담에서도 비슷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이번 인도를 단독 방문한 것은 의미가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부인이 단순 내조의 차원을 넘어 명실공히 국가적 외교 자산임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지난 5일(현지시간) 김정숙 여사가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면담장으로 향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지난 5일(현지시간) 김정숙 여사가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면담장으로 향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이례적인 김 여사의 단독 해외 방문에 부정적 시각을 보낸다.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 김 여사가 곶감을 만들던 모습을 언급하면서는 "돈은 덜 드니 곶감 쇼가 인도 방문 쇼보다 낫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 여사가 인도를 방문한 것과 관련 "모디 총리의 공식 초청으로 한국과 인도 간의 우호 협력을 다지기 위해 대통령을 대신해 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신남방정책과 신동방정책을 통해 한국과 인도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에 힘쓰고 있다. 김 여사는 6일(현지시간) 인도 방문의 주 목적인 허왕후(가야 김수로왕의 비) 기념공원 착공식에 주빈으로 참석하고 기념비에 헌화했다. 앞서 모디 총리는 지난 7월 문 대통령이 국빈방문했을 때 디왈리 축제와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에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요청했다.

이후 인도의 전통 축제인 디왈리 축제 개막식과 점등식 행사에도 자리했다. 김 여사는 디왈리 축제 축사에서 "2000년 전 아유타국의 공주가 지금의 대한민국 남쪽에 있던 '가야'라는 나라를 찾아와 김수로왕과 결혼을 하고 왕후가 됐다는 기록이 있다"며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사랑과 신뢰의 길이 새 시대를 맞아 두 나라의 돈독한 우정으로 활짝 열리고 있다"고 인도와의 인연이 가볍지 않음을 강조했다.

김 여사는 인도 총리관저에서 모디 총리와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문 대통령께서는 모디 총리께서 추진하고 있는 신동방정책과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이 미래 지향적인 협력, 인적 교류, 체육·문화 등에서 조화로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아시아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모디 총리와 함께 추진하고 싶다"고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김 여사는 7일 인도 아그라로 이동해 무굴 제국의 황제 샤자한이 아내를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타지마할을 둘러보는 것으로 인도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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