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추적] '음주운전' 이용주, 어쩌다 취한 채 운전대를 잡았을까
입력: 2018.11.04 05:00 / 수정: 2018.11.04 05:00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두 의원실 보좌진들이 회식을 가진 식당이 위치한 여의도 모 빌딩. /여의도=박재우 기자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두 의원실 보좌진들이 회식을 가진 식당이 위치한 여의도 모 빌딩. /여의도=박재우 기자

'회식부터 음주운전 적발까지'… 아찔했던 15km 음주운전 재구성

[더팩트ㅣ여의도=이원석·박재우 기자]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그가 불과 10일 전 "음주운전은 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발견 당시 이 의원의 차는 좌우로 비틀거렸을 정도라고 한다.

그는 어쩌다 취한 채로 운전대를 잡게 된 것일까. <더팩트>는 당사자인 이 의원과 또, 함께 술을 마셨던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의원이 술을 마셨던 식당도 직접 찾아가 봤다.

여러 전언을 종합하면 이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 두 의원실의 보좌진들은 퇴근 후 오후 6시 30분부터 여의도 증권가에 위치한 모 한식집에서 국정감사 뒤풀이 회식을 가졌다. 두 의원은 같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이다. 의원과 보좌진을 포함해 모두 16명 정도가 모였다.

취재진이 직접 가본 결과 식당은 그리 크거나 고급 음식점은 아니었다. 약 30평 정도 넓지 않은 크기에 한식을 판매하는 일반적인 식당이었다. 식당 관계자는 당일 이 의원 일행과 관련 "처음엔 국회의원인지도 몰랐다"고 전했다.

두 의원실의 회식은 식당 구석의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마루식 테이블에서 이뤄졌다. 당시 테이블엔 김치찌개, 갈치조림 등의 식사와 함께 소주와 맥주가 놓였다. 같은 상임위지만 지난 6·13 선거 때 재보궐로 국회에 입성한 송 의원이었기에 두 의원실은 서먹서먹했다. 이들은 어색함을 잊기 위해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돌렸다. 이후 건배가 오갔고 어색함이 풀어지며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회식은 약 3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이용주 의원은 음주운전 적발 다음 날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사과했지만,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음주운전 적발 직후인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웃는 이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이용주 의원은 음주운전 적발 다음 날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사과했지만,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음주운전 적발 직후인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웃는 이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과할 정도의 술이 오갔던 것은 아니었다. 이 의원의 경우 소주와 맥주를 통틀어 총 4잔을 먹었다고 했다. 10시경 식사가 끝났고 참석자들은 모두 함께 식당에서 나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송 의원은 통화에서 "아주 만취할 정도로 마셨거나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면서도 "다만 아무래도 마시긴 마셨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취하긴 취했었다. 저도 마찬가지로 취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식당 관계자는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기억에 많이 남을 정도로 많이 마셨던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식당에서 나온 뒤 참석자들은 인사를 나눈 뒤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 송 의원은 당시를 기억하며 "당연히 (이 의원이) 수행 보좌진과 함께 귀가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평소에도 귀가를 스스로 하는 이 의원의 보좌관들도 그가 알아서 대리를 불러 귀가할 것이라 여긴 채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이 의원은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오후 10시 10분 전후였다. 그는 올림픽대로를 타고 잠실 방면으로 달렸다. 술에 취한 그의 차는 좌우로 비틀거리며 위태 위태로워 보였다. 이 의원은 그렇게 약 15km를 달렸다.

이용주 의원이 술에 취한 채 달렸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로. 영동대교 부근에서 비틀거리는 이 의원 차량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청담공원 부근에서 이 의원을 음주 측정했다. /네이버 지도 캡처
이용주 의원이 술에 취한 채 달렸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로. 영동대교 부근에서 비틀거리는 이 의원 차량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청담공원 부근에서 이 의원을 음주 측정했다. /네이버 지도 캡처

결국 이 의원이 운전하던 차량 뒤에서 달리던 한 목격자는 오후 11시경 영동대교 부근에서 경찰에 '앞의 차가 비틀거린다'고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이 의원을 붙잡아 청담공원 부근에서 음주 측정했다. 이 의원은 혈중알코올농도 0.089%로 측정됐다. 면허 정지 수준의 수치다. 일반적으로 폭탄주를 5잔 정도 마시면 면허 취소 수치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나온다고 한다. 실제 이 의원이 4잔 정도 먹었다면 그에 달하는 수치가 나온 것은 맞다. 일단 이 의원은 곧장 귀가했다.

이 의원이 경찰에 적발되기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가장 중요한 왜 대리운전을 부르지 않았냐는 점이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하기엔 다소 이해하긴 어렵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의원은 서울에 집을 16채나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리운전을 부르려 했으나 실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통화에서 '대리운전을 왜 부르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리운전을) 부를 생각을 했든 안 했든 음주운전을 했다는 자체가 문제다. 죄송하다"고만 말하며 답을 피했다.

또 한 가지 의문은 이 의원이 여의도에서 출발해 신고가 접수되기까지 약 50분에서 1시간가량의 시간이 걸렸는데 다소 오래 걸렸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여의도에서 올림픽대로를 타고 잠실 방면으로 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오후 10시 정도면 길이 막히지 않아 오래 걸려도 약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짧게는 20분, 길게는 30분의 시간이 더 걸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이 의원이 따로 혼자 어딘가를 들렸다가 집으로 향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참석자도 "뉴스에 나온 시간보다는 더 일찍 헤어졌다"며 "그래서 어디 들렀다 간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답했다. 더욱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다만 이 의원은 "다른 곳에 들리지 않았고 바로 간 것"이라고 답했다. 아니라면 이 의원이 술에 취해 저속 운행을 했거나 길을 헤멨을 가능성도 있다. 이 또한 이 의원이 얼마나 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진실은 이 의원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용주 의원이 지난달 21일 블로그에 올렸다가 음주운전 적발 뒤 삭제한 글. 음주운전은 살인이란 내용이 담겨있다. /블로그 캡처
이용주 의원이 지난달 21일 블로그에 올렸다가 음주운전 적발 뒤 삭제한 글. "음주운전은 살인"이란 내용이 담겨있다. /블로그 캡처

이 의원의 음주운전은 현재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그가 앞뒤가 전혀 다른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윤창호법' 발의에 동참했다. 윤창호법은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진 윤창호 씨의 친구들의 호소로 촉발돼 발의된 법안이다. 이 의원은 법이 발의된 후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범죄, 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리고 열흘 뒤 그는 음주운전을 했다.

이 의원의 태도도 논란이다. 이 의원은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진 1일 공식사과문을 통해 "죄송하다"고 했지만 그저 "자숙하겠다"는 내용만 담았다. 일각에선 이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아울러 그는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눈치는 살폈지만 다소 가벼운 표정이었다는 지적도 받았다. 심지어 웃는 모습도 포착됐다. 본회의 직후엔 "이런 일은 향후로도 재발 돼선 안 되고, 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께서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해 분노를 샀다.

lws20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