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 측 기업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여권도 당황… 정세현 "리선권, 사과해야"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우리 측 기업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우리 측은 리 위원장의 해당 발언 뒤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여권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외교통일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지난 9월 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한 우리 측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고 핀잔을 줬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북측에서 (우리가) 남북관계에 전체적으로 속도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리 위원장이 어떤 맥락에서 해당 발언을 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통일부는 "어떤 상황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확인 중에 있다"라고 했다.
야권에선 정부를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무례와 천박함이 북한의 본모습이라고 해도 어떻게 이런 경우가 있나. 총수들을 반강제적으로 데려갔으면 이런 모멸은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조치를 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것이 남북관계 개선의 실상인지 국민 앞에서 이야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발언을 거론하며 "총수들을 반강제적으로 데려갔으면 이런 모멸은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했다. 지난 9월 국내 기업인들의 옥류관 냉면 오찬 모습.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같은 당 김진태 의원도 SNS를 통해 "보다보다 험한 꼴을 다 본다. 조 장관은 항의는커녕 남북 간에 속도를 내자는 뜻이라고 변명까지 해줬다"며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하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 통일부 장관은 이 사태에 대해 북측에 엄중히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31일 조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일하기도 바쁜 기업인을 정치적 행사에 동원하고 공개 망신까지 당하게 만든 것"이라며 "왜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들이 북한으로부터 몰상식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따졌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같은 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으로 인기가 높았던 냉면이 리선권 발언 때문에 체하게 생겼다"며 "(리 위원장은) 10·4선언 행사 때도 '남북관계 파행의 책임은 반통일세력에 있다'며 한국 정치에 개입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조 장관이 3분 늦었다고 '시계가 주인 닮아 관념 없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선권은 대남관계, 남북관계 책임자이자 얼굴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앞으로도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여권도 리 위원장의 발언에 적잖이 놀란 모습이다. 여권 인사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같은 날(3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리 위원장의 '냉면' 발언에 대해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과거 남북회담에서 북한이 결례하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북측 대표가 교체되기도 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북측의 사과나 그에 걸맞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훈 국정원장도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원 국감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그런 얘기가 진짜 있었다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고 너무나도 무례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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