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사립유치원 비리 키운 건 8할이 교육당국…참혹한 현실"
입력: 2018.10.31 18:30 / 수정: 2018.10.31 18:30
교육당국, 국회, 시민단체 등이 31일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대안마련 정책 토론회에서 사립유치원 논란을 두고 첨예하게 잘잘못을 가렸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이날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모습./뉴시스
교육당국, 국회, 시민단체 등이 31일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대안마련 정책 토론회'에서 사립유치원 논란을 두고 첨예하게 잘잘못을 가렸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이날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모습./뉴시스

사립유치원 비리근절 대안마련 토론회…박용진 "한유총 불참 유감"

[더팩트ㅣ국회=임현경 인턴기자] "이제까지 무엇을 했나." 국회가 이익집단을, 시민단체가 정부를, 교육청이 검찰을 향해 날카로운 일침을 가했다. 나란히 앉은 논객들 사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31일 오전 10시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는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대안마련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며 '국감 스타'로 떠오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좌장으로 나섰다.

박 의원은 "드디어 국감이 끝났다. 11월이 되면 입법과 예산의 시기가 온다. 링은 마련됐다"며 관련법 개정에 대한 고무적인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날 논객으로 참여한 시민단체·교육당국 관계자 등은 안주와 자족을 경계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이찬진 변호사는 "교육청과 교육감은 몇 년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교육당국의 업무 체계를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교육당국의 '각성'만으로 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사고가 나면 그제서야 TF를 만들고 난리가 나는데, 이런 나라 세상에 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돈만 공중에 살포할 뿐 공공 관리체계가 없다. 사회 서비스 질 관리를 위해서는 공공 관리 비용 지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사니 뭐니 지도·감독할 인프라 자체가 없으니 합리적 체계 구축을 위한 제도 개혁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의원은 드디어 국감이 끝나고 입법과 예산의 시기가 온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이 이날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용진 의원은 "드디어 국감이 끝나고 입법과 예산의 시기가 온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이 이날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거성 전 경기교육청 감사관은 대안 마련을 위해서 교육당국 뿐 아니라 관계 부처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는 "사립유치원 특정감사는 교육청이 아니라 국무조정실 주도로 지속돼야 한다고 본다"며 "소규모 유치원을 운영하며 평생 교육에 헌신했던 원장님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 말했다.

김 전 감사관은 감사 인력이 충분하더라도, 실제 감사 진행 과정에서 계좌 추적 등 권한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세청과 협업이 필수적이다. 교육청도 협조 과정에서 국세청에 수 백 억원의 세금 탈루 혐의를 제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감사관은 검찰의 대응 방식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감사 과정에서 수사를 의뢰해도 검찰은 사립유치원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할 뿐이었다. 그런 사람이 우수 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며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이 감사를 거부하고 다른 형태로 영향력을 미쳐 빠져나간다는 점에서 검찰이 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실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이미 있었던 제도 안에서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않았던 당국과 여야 의원들의 무책임함에서 (이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다"며 "비리를 키운 건 8할이 교육당국 탓이다. 감사 결과를 공개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 부분에 대해 해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부가 뭇매를 맞아 교육부 중심 대책이 발표됐는데, 이는 국민들이 분노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보여준다"며 "똑같은 형태의 문제가 발생한 어린이집(보건복지부 소관)은 지금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라고 일갈했다.

국회, 교육당국, 시민단체 등을 대표해 참석한 이들은 서로 각 기관의 책임을 강조했다. 박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이날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교육당국, 시민단체 등을 대표해 참석한 이들은 서로 각 기관의 책임을 강조했다. 박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이날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립유치원 문제를 방관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교육부는 "최근 교육당국이 그동안 뭘 했는지 지적이 많다.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차후 대책을 약속했다.

권지영 교육부 육아교육정책과장은 이날 토론에서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라 답했다. 그는 "비법인 유치원 관련 문제는 내년 상반기 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드릴 것이며, 보육료는 상한제가 있지만 원비에는 인상률 상한제만 있는 부분에 대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사립유치원 교사 처우 문제가 (이번 당정 협의안에) 충분히 담기지 못해 보완할 예정"이며 집단 휴업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운영개시 명령을 하고 불이행할 경우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규정 마련을 추진 중"이라 밝혔다.

또, "유치원 평가나 알리미 또한 전제 질 관리를 위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며 "이제까지 양적 확충에 집중했다면 이번 사안을 '질적 혁신'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 강조했다.

이에 박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서는 입법 대안 중심으로 함께 고민하려고 했지만, 막상 들어보니 우리 아이들이 놓인 참혹한 현실과 대안이 따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토론을 갈무리했다.

한유총은 이날 토론에 초청 받았으나 불참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라 말했다. 토론이 시작됐지만 한유총 몫의 좌석이 비어있는 모습. /뉴시스
한유총은 이날 토론에 초청 받았으나 불참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라 말했다. 토론이 시작됐지만 한유총 몫의 좌석이 비어있는 모습. /뉴시스

한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이날 토론회 참석을 요청받았지만 끝내 불참했다. 박 의원실은 앞서 공문과 전화로 참석을 요청했으나 한유총은 참석 여부를 회신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한유총의 불참에 유감을 표하며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인데, (그때는) 서로 합리적으로, 다만 아이들을 위해, 국민의 상식에 맞는 기준으로 미래 대안을 함께 만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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