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법, 시급히 도입해야…정부안 환영하지만 아직 미흡"
입력: 2018.10.31 17:38 / 수정: 2018.10.31 17:40

법무부 집단소송법 개정법률안 입법평가 토론회가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국회=임세준 기자
'법무부 집단소송법 개정법률안 입법평가 토론회'가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국회=임세준 기자

가습기살균제·라돈침대·BMW화제… 집단소송법 개정안 '주목'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법무부 집단소송법 개정 법률안 입법평가 토론회가 31일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은 집단소송법이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법무부가 내놓은 개정안에 대해선 환영과 함께 여러 우려들도 제기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종민·박주민·백혜련·이학영 의원,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참여연대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법무부의 집단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법무부는 지난 9월 21일 현행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의 제명을 집단소송법으로 바꾸고, 제조물책임, 부당공동행위·재판매가격 유지행위, 부당 표시·광고행위, 개인정보침해행위, 식품안전, 금융소비자 보호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했고,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이를 대표 발의했다.

먼저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이 이번 개정의 취지와 내용에 대해 설명한 뒤 김주영 법무법인한누리 변호사가 발제를 맞아 개정안에 대한 평가 및 제언을 내놨다.

김 변호사는 개정안에 대해 "여전히 '열거주의'라는 한계는 있지만 집단소송의 영역을 증권 이외의 분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집단소송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장치가 빠져 대상은 넓어졌지만 여전히 활용되기 어려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또, 김 변호사는 집단소송의 활성화 방안과 관련 "무엇보다도 증거의 편재를 시정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지켜 보는 토론자들. /임세준 기자
발제를 지켜 보는 토론자들. /임세준 기자

이날 본 토론을 위해 박경준(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박종언(국제법률전문가협회 인권위원장)·변웅재(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장)·송해연(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한경수(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등 변호사 5인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집단소송법의 시급한 도입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법무부 개정안에 대해 환영의 입장과 냉정한 평가를 동시에 내놨다. 특히 소송허가제, 인지대 등과 관련해선 공통적으로 문제점이 지적됐다. 우선 박경준 변호사는 "경실련에서도 법무부 개정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일반법으로서의 집단소송제도의 도입 ▲인지대 완화 ▲소송허가제의 정비▲입증책임의 전환 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의 인지대 내용(민사소송 인지액의 2분의 1, 상한액 5000만 원)과 관련해선 "소액 다수의 소비자피해구제를 위해 제기되는 집단소송은 대표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한 면도 있지만, 그 외 다수 피해자의 구제를 위한다는 공익적인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인지액이 아직도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소송허가제에 대해서도 "소송허가제를 채택함으로써 소송 제기 후 소송허가를 득하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된다면 집단적인 피해에 대한 신속한 구제가 어렵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벗어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소송허가제에 일정한 기한설정을 통해 신속성이 보장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종언 변호사는 "증권 분야 일부분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된 것은 의미가 있으나,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모든 영역을 대상으로 도입이 되지 않아 피해자 구제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견해를 밝혔다. 박 변호사 역시 인지대와 소송허가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박경준 변호사와 같은 입장을 내놨다.

토론자들은 집단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여전히 미흡한 점들에 대해 세세히 지적했다. /임세준 기자
토론자들은 집단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여전히 미흡한 점들에 대해 세세히 지적했다. /임세준 기자

변 변호사는 "(개정안이) 기존에 비교적 익숙한 증권관련 집단소송 제도를 다른 영역까지 도입했다는 점에서 입법상의 용이함과 실행 상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을 것이나 소비자의 집단적 피해를 구제한다는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원래 소비자라기보다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인 증권 집단소송제도에 소비자 보호를 억지로 포함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도 매우 강한 의문이 든다"고 개정안에 대해 평가했다.

변 변호사는 개정안이 원고 적격만을 인정하는 기존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실제로 개인 자신의 피해액수에 비해 장기간의 많은 노력과 희새이 필요한 소비자 집단소송에서의 원고 적격을 직접 피해자만으로 국한할 경우에 소비자 집단소송이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옵트아웃(Opt-out) 방식과 관련해선 "집단소송의 결과가 반드시 소비자에게 유리한 결정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과 원고 또는 원고 소송대리인의 불성실한 소송수행 또는 피고와의 결탁 등의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옵트아웃 원칙을 다중의 소비자에게 적용할 경우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송 변호사는 "집단소송법이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피고 보통재판적 전속관할 및 피고 측 변호사 선임강제조항을 삭제하고, 원고 측 소송대리인의 집단소송관여경력을 결격사유에서 삭제하는 등의 정비가 이뤄진 점은 집단소송법이 절차법으로서 적용돼야 할 필요성이 가장 높은 영역이 다수 피해자에게 소액의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라는 점과 중요성이 떨어지는 문제로 인해 절차가 지연되거나 소송의 장애 요소가 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개선한 것이므로 이 점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송 변호사는 소송허가제와 문서제출명령과 관련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소송상 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법 위반자 측에 편재돼 있다"며 "원고 측은 상대방이 어떠한 문서와 자료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어 피고 측이 그러한 문서를 작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제출명령을 회피하는 상황에 대한 보완책이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했다.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이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이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한 변호사는 적용 범위와 관련 "개정안에 소비자 분야에 대해선 사실상 거의 반영된 게 없어서 대폭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송허가제와 관련 "소송허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재항고로 인해 집단소송이 장기화돼 버린다면 집단소송법을 도입하는 취지는 몰각될 수밖에 없다"며 "소송허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는 허용하지 않고, 총원의 범위 조정 결정에 대해서만 즉시항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토론자들의 지적사항과 관련 명 과장은 쟁점 사항들을 소개하며 양해를 구했다. 소송허가제에 대해선 "새로운 소송 유형이기에 소송 요건을 명확히 해 피해자들이 누구고 어디까지 범위를 미친다는 걸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의미가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며 "불복을 허용할 거냐 말 거냐에 대해서도 역시 소송 요건이 명확한 상태가 아니기에 2심, 대법원에서 각하가 나오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지대와 관련해서도 "이미 인지대를 2분의 1로 낮춰놓은 상태에서 상한선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덜하지 않냐는 생각도 있다"며 "논의의 초점을 상한선에 맞출 것이냐 2분의 1로 줄인 것에 맞출 것이냐를 생각해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축사하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 /임세준 기자
축사하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 /임세준 기자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백혜련 의원은 축사를 통해 "토론을 통해 멀리 있는 뜬구름 잡는 개정이 아니라 실제로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으면 좋겠고, 저도 법사위에서 집단소송법 통과를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도 "오늘 좋은 논의를 많이 해주시면 집단소송제도가 그 방향대로 발전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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