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을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고 "99년 전인 1919년 8월 12일,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에 취임했다"며 보수 진영이 주장하는 건국절 논란에 다시 한번 분명한 선을 그었다. 25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치사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
文, 김구 선생 전면 내세워 '건국절' 논란 차단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1919년' vs '1948년'
문재인 대통령이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 13일을 건국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재차 피력했다. 현 정부가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해묵은 건국절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1948년 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건국절 논란은 이명박 정부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25일 열린 제73주년 경찰의 날에 백범 김구 선생을 앞세워 내년을 건국 100주년이라고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99년 전인 1919년 8월 12일,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에 취임했다"며 "임시정부의 문지기가 되겠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경찰의 출범을 알렸다"고 밝혔다. 이어 "'매사에 자주독립의 정신과 애국안민의 척도로 임하라'는, '민주경찰' 창간호에 기고한 선생의 당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경찰 정신의 뿌리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핵심 인물인 김구 선생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현 정부의 뿌리가 임시정부라는 의미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한민국의 건국절은 '1919년'이라는 데 방점을 찍어 역사적 정통성을 공고히 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등 기념행사 때마다 임시정부와 연관시키며 이념 갈등을 해소하려 했다.
내년 건국 10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보수 진영의 논란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일부 보수 우파 진영에서는 건국절을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1948년 8월 15일이라고 주장하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왔다. 이번에도 김구 선생의 초대 경무국장 이력을 강조하면서 건국절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을 비판할 가능성도 있다. 건국절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김흥수(오른쪽) 인천삼산경찰서 중앙지구대장에게 대통령 표창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앞서 문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서 비준에 서명하면서 재가했다. 법리상 국회의 동의 없이도 비준을 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은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지만, 정부·여당과 야당의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연일 상위 선언의 비준 없이 하위 합의부터 비준한 것이라며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야당이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처럼 비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문 대통령의 재가를 자가당착이는 입장이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25일 "문재인 정부는 재정과 안보에 관한 포괄적 사안을 선언적으로 규정해 법적 성격 부여가 어렵고, 재정추계 조차 제대로 내놓지 못해 국회 비준동의의 대상이 아닌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는 억지를 부리며 국회비준을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실제적으로 국민의 재정부담을 초래하고,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평양선언과 남북군사합의는 헌법 60조에 따라 마땅히 국회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포괄적인 선행 합의서는 국회비준 동의를 받아 확실히 못 박아 놓고, 실제 예산이 소요되고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후속 합의들은 재정소요가 얼마가 들든지 안보가 어떻게 무력화 되든지 정부 마음대로 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국가안보와 국정운영을 마음대로 농단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행태에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야당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낼 정도로 대야와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회도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다해 주기 바란다. 정부를 견제하는 잣대로 스스로 돌아보며 국회가 해야 할 기본적 책무도 다해야 한다"며 압박한 바 있다.
4·27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가 국회에 반년 넘게 계류 중인데도 야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프로세스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문 대통령의 구상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독자적 행보로 '안보 협치'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와 야당의 극명한 대립으로 문재인 정부의 향후 국정 운영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