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PC방 알바 청년의 죽음과 불안전한 세상
입력: 2018.10.25 05:00 / 수정: 2018.10.26 14:22
강서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가 2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를 나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이송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14일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신모 씨를 상대로 흉기를 수십차례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임세준 기자
'강서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가 2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를 나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이송되고 있다. 김 씨는 지난 14일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신모 씨를 상대로 흉기를 수십차례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임세준 기자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피의자 김성수 강력 처벌'·'심신미약 감형 반대' 청원글 동의100만 명 돌파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최근 마음이 무겁다.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아르바이트생 신모 씨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흉기에 수십 차례 찔려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서다. 작은 가시가 살갗을 파고들기만 해도 아픔을 느끼는데, 고인은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극심한 고통과 극한의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먼저 고인의 명복과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

일면식도 없는 한 청년의 허망한 죽음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왜 애꿎은 청년이 모델이라는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유명을 달리했는지…. 고개가 가로저어진다.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이 뉴스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청와대와 정부, 한반도 정세와 외신을 주로 모니터링했던 것과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참담하고 흉악한 범죄에 한 국민으로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여겨졌다. 무엇보다 청와대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국민들의 공감대가 대단히 높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청원에 대한 답변은 공식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바깥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다수 국민이 이번 살인 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 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에는 100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음주 또는 정신질환 등 심신미약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생각한다. 형법 10조 1항에 따른 심신미약이 감형 사유에 대한 반감이다. 강력 범죄에 대한 강한 처벌을 국민은 요구하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엄히 죄를 물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면서 좀 더 안전한 세상을 꿈꾸는 것일 수도 있다.

김 씨도 우울증 진단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알려지면서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씨의 부모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견해도 심심치않게 보인다. 수십차례의 흉기에 찔리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극악한 범죄는 분명 경악할 정도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사회는 한 청년의 죽음에 마치 자기 일처럼 분노하는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서 PC방 살인 사건과 연관된 국민청원 글을 언급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5월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강서 PC방 살인 사건'과 연관된 국민청원 글을 언급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5월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불안한 세상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내 목숨이 언제 어디서나 위태로울 수 있는 환경이다. 길을 가다 고층 어딘가에서 떨어진 돌에 맞을 수도 있고, 역주행하는 차에 그대로 들이받힐 가능성도 있으며, 심지어는 아무런 이유 없이 묻지마 살인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상상하기도 싫은 이 일은 예고 없이, 예측할 수 없이 누구에게나 들이닥칠 수 있다.

30대 건강한 남성인 필자도 야심한 시각엔 주위를 자주 살펴보게 된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그런 공포가 아닌, 언제 어디서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우리나라 치안이 못 미더워서가 아니다. 돌발상황은 치안이 좋더라도 사전 차단하기 어렵다. 건장한 남성도 이럴 진데 여성과 노인,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겠다. 만약 내 가족, 지인 등이 비명횡사한다면 나 역시도 그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자라온 환경과 가치관, 성격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이 사회를 불안하게 생각한다면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들어 정부가 국민이 바라는 범죄 행위에 대해 강력 처벌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뜨거운 감자인 '리벤지 포르노'와 해묵은 논란인 음주운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산 해운대 음주사고를 언급하며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이다. 초범이더라도 처벌을 강화하고, 사후 교육시간을 늘리는 등 재범 방지 대책을 더욱 강화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외교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물론 문 대통령이 모든 사안을 듣고 해결할 수 없음을 비판하는 이들 역시 한반도 상황을 알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남녀, 세대별, 지역별 등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고, 이는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조금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를 깊이 생각해보고 대책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국민적 분노가 확산하는 지금 그리고 문 대통령에게 더 안전한 세상을 위한 대책마련을 바라면서 2년 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떠올랐다. 특히 문 대통령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홀로 강남역 추모 현장을 찾아 남긴 그 글을 되새겨본다.

"슬프고 미안합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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