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눈] '논란의 중심' 이해찬, 설익은 '설(說)'보다 '포용 리더십' 먼저
입력: 2018.10.16 05:00 / 수정: 2018.10.16 05:00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황의 내년 봄 방북 등 설익은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여당 당 대표로서 야당과 협치하는 포용의 정치력을 더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팩트DB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황의 내년 봄 방북 등 설익은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여당 당 대표로서 야당과 협치하는 포용의 정치력을 더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팩트DB

이해찬 "프란치스코 교황, 내년 봄 평양 방북"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제가 들은 바로는 교황께서는 내년 봄에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 하신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내비쳐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유럽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번에 교황청을 방문한다. 제가 들은 바로는 '교황께서 내년 봄에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또 "지난번 교황이 방북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크게 환영하겠다는 말이 있었기에 그 뜻을 문 대통령이 전달해 가능한 한 교황이 내년 봄에 방북하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평양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초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백두산에서 만난 김희중 대주교가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교황청에 전달하겠다"고 화답하자 김 위원장은 "꼭 좀 전달해달라"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교황의 평양 방문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남북한 노력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점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여당 대표로서 이런 기쁜 소식을 전해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모습은 박수칠 만한 일이다.

문제는 교황의 평양 방문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설익은 '설(說)'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아직 교황을 만나 김 위원장 의중을 전달하지도 않은 시점에서 '내년 봄'이라는 구체적 시기를 언급한 이 대표 발언은 성급하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문 대통령은 17~18일(현지시각)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교황을 평양으로 초청한 김 위원장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이 대표가 문 대통령보다 앞서 나간 것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보다 문 대통령이 13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7박 9일 유럽 순방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내년 봄 교황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언급하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지 않았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민주당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리더십 확립과 긴밀한 당·정·청 협조를 강조했다. 청와대가 말로는 ‘민주당 정부’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청와대 정부-여의도 출장소’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당정 균형이 깨진 지 오래다.

이 대표는 또 "문 정부 성공, 총선 승리, 정권 재창출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친노 좌장'으로 친문 세력의 지지까지 확인하며 당 대표에 오른 자신이 당·정·청 채널을 주도하며 역할과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취임 50일을 맞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국회 4·27 판문점 선언 비준 등 숱한 난제 해결을 위해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국보법 폐지 정권 연장 등 야권을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더팩트DB
취임 50일을 맞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국회 '4·27 판문점 선언 비준' 등 숱한 난제 해결을 위해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국보법 폐지' '정권 연장' 등 야권을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더팩트DB

이 대표는 13일 취임 50일을 맞았다. 그는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판을 덜어내고 당·정·청의 무게 중심을 여당 쪽으로 끌어왔고 부동산 대책 등 주요 정부 정책에 소신 발언을 쏟아내며 정책 이슈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 지지율도 안정세다. 고용지표 악화와 수도권 집값 상승이라는 악재가 수두룩하지만 이 대표 취임 전 40%를 밑돌던 당 지지율이 지난주 40%대에 안착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내년 봄 교황 평양 방문' 발언은 경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청 간 불균형을 깨고 평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설익은 설을 푼 게 아닌가 우려된다. 이 대표에게 시급하고 간절하게 요구되는 건 반대세력도 포용할 수 있는 정치력이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당내 의견 조율부터 야당 설득, 민생법안 등 입법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솔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는 가장 시급하게 넘어야 할 산이다. 이 대표는 국정감사장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5·24조치 해제를 압박해 야권을 긴장케 했다. 그는 또 평양 방문 때 '국가보안법'과 '정권 연장' 발언을 해 야권을 자극했다. 이렇다 보니 야권이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정도면 막가자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는 협치가 제로(0)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에겐 야권을 자극하는 발언이 아닌 껴안는 포용의 정치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청와대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4·27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 처리부터 헌법재판관 인준 등 이 대표에게 남겨진 숙제가 수북하다. 이 대표에겐 대통령보다 앞선 '교황 방북설'과 같은 설익은 '설'보다 국회를 아우르는 '포용의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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