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국감서 의원들 증인상대로 甲질 '청문회인지? 국감인지?'
입력: 2018.10.14 00:00 / 수정: 2018.10.14 00:00

국정감사가 10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증인·참고인을 상대로 갑질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김진태(오른쪽)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벵갈 고양이를 등장시켰다. /뉴시스
국정감사가 10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증인·참고인을 상대로 갑질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김진태(오른쪽)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벵갈 고양이'를 등장시켰다. /뉴시스

역풍에는 정치인들 SNS 통해 사과 같지 않은 사과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사퇴하세요", "제 질의 끝난 뒤에 답변해 주세요"

국정감사가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일반 증인·참고인을 상대로 갑질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국회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김영란 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장,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등의 '역대급' 유명인들을 증인 및 참고인으로 신청했지만, 마땅한 성과 없이 호통치거나 무리한 질문을 던지는 모습만 보였다.

"도박을 하지 않았냐", "연봉이 얼마에요"라는 등 감사와는 상관없는 개인신상에 대한 질의도 나와 불편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지역구를 방문해달라"고 자신의 지역구에 대해 깨알 홍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의원들이 유명인을 이용해 자신을 알리려는 것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비판도 나왔다.

먼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동물을 증인(?)으로 내세워 갑질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9월 대전시립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가 사살된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벵갈고양이'를 국감장에 내세웠다.

하지만 철창 안에 가둔 채 국감장에 전시한 모습을 두고 동물단체와 누리꾼들이 "동물 학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건이 커지자 김 의원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 아이는 밥도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마셔요"라는 글과 함께 벵갈 고양이 사진을 게재했다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드루킹 댓글 관련한 질의로 야당의 공세가 뜨거웠지만 뜬금없는 질문도 나왔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이 김 의장에게 "2007년 NHN 미국 법인장 할 때 카지노 도박을 하지 않았냐"고 사생활에 대한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자 김 의장은 "저는 횡령이나 도박으로 수사 받은 적 없다. 개인 사생활이니 양해를 좀 부탁한다"고 답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가 갑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사진은 발언하고 있는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 감독의 모습. /문병희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가 '갑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사진은 발언하고 있는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 감독의 모습. /문병희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한 질의가 '갑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문체위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야구선수 선발 의혹을 놓고 선 감독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손 의원은 선 감독의 연봉, 판공비, 근무시간 등을 지적했다가 '선동열 청문회'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역풍을 맞았다. 손 의원은 선 감독에게 "연봉을 얼마나 받느냐",“판공비는 무제한이라는 의혹이 있다”,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까지 계시냐”고 따져물었다.

이어, 선 감독이 "2억 원이다", "따로 정해진 근무시간은 없다"라고 답하자 손 의원은 "너무 편하게 전임 감독을 하시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본의 전임 감독제 아시느냐. 일본은 고교, 중학교, 여자 야구까지 한 달에 10회 이상은 무조건 현장에 나가는 걸로 돼 있다"고 강조했다.

손 의원은 이로 인해 여론의 비판을 받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미심장한 글을 게재했다. 게시글에서 "자신의 소신은 맞고 다른 이들의 의견은 무시하는 그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믿은 제 잘못입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교육위 교육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전 대법관이자 김영란법 제안자로 알려진 김영란 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위원장을 소환했다.

김한표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소위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이끌어 냈다"면서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다양한 결함을 익히 알고 계실 것. 만약 증인이 보기에 임명권자라면 유 장관을 임명하실 것인가"라고 질의를 했다.

당황한 김 전 위원장은 "그것은 제가 답변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이내 김 의원은 "개인적인 의견도 없느냐"며 "사회적인 평판이 있으신 분인데…"라고 말한 뒤 질의를 마쳤다. 아무리 유 장관에 대한 '망신주기' 발언이라고 하지만 김 의원은 김 위원장을 앞에 두고 수준 낮은 질의를 했다.

교육위 교육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전 대법관이자 김영란법 제안자로 알려진 김영란 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위원장을 소환했다. 사진은 증인 선서를 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뉴시스
교육위 교육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면서 전 대법관이자 김영란법 제안자로 알려진 김영란 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위원장을 소환했다. 사진은 증인 선서를 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뉴시스

12일 열린 중기벤처산업위에서는 참고인으로 출석한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소속 위원들은 참고인 신분인 백 대표에게 기대 이하의 질문을 던졌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은 백 대표에게 "지금은 성공한 사업가지만 초기에 외식업 하다가 IMF당시 말아먹은적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백 대표는 "외식업 아니라 건축업을 하다 쫄딱망했다"고 답해 민망한 상황이 벌어졌다.

마지막 발언에서도 이 의원은 "'골목식당'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몰도 많이 방문하고 있는데 여수 청년몰도 방문해 달라”며 자신의 지역구 방문을 요청했다. 그러자,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저 얘기는 안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백 대표는 "가능하면 지방에 많이 가려고 한다"고 현명하게 대처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더팩트>에게 이와 같은 갑질에 대해 "이런 논란으로 국회의원들이 창피해하고 괴로워할 것 같지만, 사실 아니다"라며 "국민들에게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뉴스에 자신의 이름을 알려 성공을 했다고 좋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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