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한국당 "김명수 남아!"… 與 "고마해라 마이 무겄다"
입력: 2018.10.10 14:51 / 수정: 2018.10.10 14:51

10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감 출석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치가 계속되자 여상규 위원장(오른쪽)이 정회를 선포하고 있다. /대법원=문병희 기자
10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감 출석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치가 계속되자 여상규 위원장(오른쪽)이 정회를 선포하고 있다. /대법원=문병희 기자

요구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국당 '단체퇴장'

[더팩트ㅣ대법원=이원석 기자] "아이고, 마이 해따. 고마해라. 마이 무겄다(많이 했다. 그만해라)."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단체 항의로 정회되자 여당 의원석에선 이같은 볼멘소리가 나왔다.

법사위 국정감사는 이날 서초동 대법원에서 진행된 가운데 시작부터 여야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관례적으로 대법원장은 모두발언 뒤 감사장에서 퇴장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남아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질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이 모두발언 직후 퇴장하는 것은 사법부 존중의 취지다. 대법원장이 퇴장하면 법원행정처장이 감사를 받는다. 그러나 이날 감사가 시작되자마자 한국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며 김 대법원장 대면 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김 대법원장은 2017년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있으면서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며 "사법부 수장이 공금을 삼짓돈처럼 사용했다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직접 답변해야 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면 질의를 강력 요구했다. 관례적으로 대법원장은 모두발언 뒤 퇴장한다. /문병희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면 질의를 강력 요구했다. 관례적으로 대법원장은 모두발언 뒤 퇴장한다. /문병희 기자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은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의혹뿐만 아니라 김 대법원장이 좌편향 인사를 했다고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김 대법원장은 좌편향 인사를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했다"며 "얼마 전 법의 날에는 완전히 청와대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장제원 의원도 "원칙적으로 대법원의 기관장은 대법원장인데 국회가 양해하는 차원에서 대리 답변하는 것이기에 원칙적으론 대법원장이 답변하는 것이 맞다"며 "또 대리 답변을 양해하는 것은 대법원이나 사법부 관련 질문이 대다수라 그렇지만 이번 경우는 김 대법원장 개인 신상의 문제라 직접 답변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그동안의 전례를 지켜야 한다며 한국당의 요구사항에 대해 반대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이런 전례가 생기면 앞으로 계속 (대법원장이) 질의응답을 해야 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전례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송 의원은 "정치 편향적이란 주장에 대해선 야당의 정치공세의 측면이 있다"며 "김 대법원장이 직접 질의응답을 하면 야당의 우려처럼 사법부도 정치판에 뛰어드는 결과가 된다"고 했다.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긴 김명수 대법원장. /문병희 기자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긴 김명수 대법원장. /문병희 기자

같은 당 조응천 의원 역시 "한 번도 그런(대법원장이 직접 감사를 받은) 전례가 없다"며 "재판관이나 대법관 추천함에 있어 당리당략이나 정략적이냐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고, 국정감사를 하면서 정치 편향적 질문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 위해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따졌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런 식이면 운영위 국정감사할 때는 인사 문제 관련 대통령 답변 듣고, 국회의장 답변 들어야 한다"며 "이분들은 단순히 개인이 아니다. 김 대법원장에게 신뢰가 오면 그 피해자는 김명수 개인이 아닌 우리 국민과 헌정의 신뢰가 훼손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당 의원들은 '정쟁을 벌이지 말자'며 김 대법원장 모두발언 말미에 해명 시간을 잠시 갖자고 중재안을 요구하기도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의혹은 분명히 있는 게 맞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말 말미에 해명할 기회를 주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며 "각 헌법기관에 대한 존중과 예의도 있어서 계속 남아 질의응답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삼권분립 차원에서 대법원장에 직접 일문일답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정감사 말미에 김 대법원장의 답변이 필요하면 그런 시간을 갖자고 제안한다"고 했다.

여야는 1시간 넘게 의사진행발언을 통한 공방을 벌였고, 결국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대법원장이 모두발언 끝에 잠깐 해명하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 하고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와중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그걸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모두발언 뒤 인사하고 있는 가운데 퇴장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자리는 비어있다. /문병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모두발언 뒤 인사하고 있는 가운데 퇴장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자리는 비어있다. /문병희 기자

우여곡절 끝에 김 대법원장의 모두발언이 시작되자 한국당 의원들은 "이걸 들어야 하냐"며 일제히 퇴장했다. 그러고는 김 대법원장이 발언을 마친 뒤 다시 입장해 여 위원장에게 항의했다. 결국 여 위원장은 10분간 회의를 정회시켰다.

이에 한국당을 제외한 여당 및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의원은 깊은 한숨과 함께 "언제까지 이럴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사투리로 "고마해라. 마이 무겄다"고 꼬집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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