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이해찬, 訪北 중 "국보법 재논의" 발언…속내는?
  • 이원석 기자
  • 입력: 2018.10.08 15:31 / 수정: 2018.10.08 15:31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가보안법 재논의를 언급해 논란이다. 지난 4일 오후 평양 인민문화궁정에서 열린  10.4 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 합동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 대표.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가보안법 재논의'를 언급해 논란이다. 지난 4일 오후 평양 인민문화궁정에서 열린 '10.4 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 합동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 대표.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금이 '절호의 기회'?… 야당은 강력 반발[더팩트ㅣ이원석 기자] "평화체제가 되려면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하고, 남북 간 기본법도 논의해야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방문한 평양에서 '남북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정치권의 역할'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다. 이 대표의 해당 발언에 야당은 "북한에서 하기엔 적절하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이 같은 발언을 한 이유에 대해 '전선 형성' 의도가 있다고 본다. 봉인됐던 보안법 개정 논의를 공론화시키겠단 의도다.

국보법 개정과 관련해선 꾸준히 논의가 있어왔지만 보수진영의 반발과 민감한 남북 관계의 변화로 인해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국보법은 박물관에나 보내야 한다"며 폐지를 시도했으나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의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다. 이 대표는 당시 국무총리였다. 과거 실패했던 국보법 개정 내지 폐지를 14년이 지난 현재 이 대표가 다시 꺼내 든 것이다.

이 대표에겐 국보법을 건들기 위해선 지금이 최적의 시기라는 판단이 함께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힘입어 국민의 지지 또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남북이 화해 국면에 접어들고 잇따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자 국보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대표 발언 의도에 대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한반도가 평화 무드에 빠져 있는 현재가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 것"이라며 "야당에선 반발하겠지만 진보층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결집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해찬(왼쪽) 민주당 대표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10.4선언 발표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를 마친 뒤, 간담회를 갖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해찬(왼쪽) 민주당 대표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10.4선언 발표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를 마친 뒤, 간담회를 갖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문제는 이번에도 야권 특히 한국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7일 "이 대표에겐 '눈엣가시'일지 모르나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이 대표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영우 의원도 "이 대표는 남로당 박헌영이냐"며 "국가보안법 철폐까지 언급했다고 하는데 망언 중의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과거 박헌영이 '남쪽에는 50만 명의 공산당 조직이 있으니 밀고 내려가면 공산 혁명이 가능하다'고 했던 것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 부의장도 8일 성명서를 내고"이해찬은 우리의 헌법정신을 짓밟는 발언으로 북의 비위를 한껏 맞추어줄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로의 적화통일노선을 천명하고 있는 최고상위규범인 조선노동당규약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가보안법의 존폐문제를 북측인사들 면전에서 거론하는 것이 선거전략으로서 북풍유도를 위한 의도인지는 몰라도 제정신인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공산혁명전술인 통일전선 전략에 따라 북주도의 통일을 위해 우리 대한민국 내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분명한 의도 표출에 대한 남측 집권당 대표의 화답으로서 대한민국의 존망을 위태롭게 한 언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야당의 반발에 민주당도 '과대해석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장 뭘 하자는 게 아니고 국보법을 포함해 화해 협력에 저촉되는 남북의 법, 제도 정비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유엔도 국보법 개정 필요성을 권고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일부 독소조항에 대한 개정 논의를 해 보자는 차원의 원론적 수준이었다" 설명했다.

윤호중 사무총장도 "한국당이 과대해석하고 있다"며 "국보법과 관련해 이 대표가 말한 것은 걸림돌이 있다면 잘 의논해서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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