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국정감사 앞둔 국회 보좌진들 "한 달째 하루도 못 쉬어"
입력: 2018.10.08 05:00 / 수정: 2018.10.08 05:00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의원실 보좌진들은 밤낮은 물론 주말까지 반납한 채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9시가 넘었지만,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 /국회=이원석 기자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의원실 보좌진들은 밤낮은 물론 주말까지 반납한 채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9시가 넘었지만,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 /국회=이원석 기자

퇴근시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불 켜진 여의도 국회 풍경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주말이 어딨겠어요. 한 달째 하루도 못 쉬고 일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 의원실 7급 비서 A 씨)

오는 10일부터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국감을 준비하는 국회의사당의 불은 꺼질 기미가 없다. 지난 4일,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9시가 넘었지만, 국회의원 사무실들이 위치한 여의도 국회 내 의원회관은 불을 밝히고 있었다. 각 사무실엔 여전히 보좌진들이 남아 국정감사 준비에 몰두하느라 밤을 잊은 채 일하고 있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부의 국정 전반에 관한 점검, 감시한다는 취지 아래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 투자기관, 기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기관 등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는 것을 뜻한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별로 국정감사를 실시하는데, 해당 상임위 위원으로 속한 국회의원들은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질의를 하고 기관이 똑바로 운영되고 있는지, 비리는 없는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한다.

국회는 평상시에도 상임위별 전체회의를 열고 비슷한 일정을 갖지만, 국정감사는 1년에 단 한 번, 집중적으로 피감기관들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는 시간이다. 1년마다 진행되기 때문에 이는 지난 1년 현 정부에 대한 국정 운영 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올해는 14개 상임위가 오는 10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겸임 상임위 3곳(운영위·정보위·여성가족위)은 별도로 30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실시한다.

국정감사 준비가 한창인 모 국회의원실./더팩트DB
국정감사 준비가 한창인 모 국회의원실./더팩트DB

이 시기만 되면 국회는 정말 '정신없이' 바쁘다. 특히 의원실 보좌진들의 경우 '칼퇴근'은 꿈도 꿀 수 없고, 주말도 반납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카메라 앞에 나와 피감기관을 상대로 질의하는 것은 의원의 몫이지만, 의원이 해당 질의를 하기까지는 보좌진의 많은 노력과 수고가 뒤따른다. 의원도 직접 질의 거리를 찾지만, 보좌진들은 자신의 의원이 질의할 수 있도록 사전에 조사하고,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고, 분석해 질의서를 작성한다. 보도자료도 직접 써야 한다.

빠르면 국정감사 기간 한두 달 전부터 준비가 시작된다. 정치권 현안, 지역구 현안 등도 쌓여있기 때문에 국정감사 준비에만 몰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안이 많을 땐 국정감사 준비는 당연히 모든 일과 시간이 끝나고 나서야 시작된다.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4급 보좌관 B 씨는 약 2주 동안 오후 11시 전에 퇴근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B 씨는 "국회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 시기엔 매년 항상 이렇다"면서 "이게 국회의 존재 이유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나. 힘들긴 힘들다. 가족들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자신이 속한 상임위 국정감사 일정이 끝날 때까진 분주한 일상이 계속된다. 의원마다 다르지만, 겸임 상임위를 맡았을 경우엔 1~2주는 더 쉬지 못한다.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대부분 의원실에 불이 켜져 있다. 사무실 내에선 다수 보좌진이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원석 기자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대부분 의원실에 불이 켜져 있다. 사무실 내에선 다수 보좌진이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원석 기자

이 시기엔 연차나 급수도 상관없다. 4급 보좌관도, 9급 비서도 할 일이 산더미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모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9급 비서 C 씨는 "국회에 온 지 이제 1년이 돼 가고,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선배들이 이 시기에 대해 겁을 많이 줬는데, 듣던 대로 바쁘다. 하지만 이렇게 고생하면서 작성한 질의로 인해 잘못된 부분들이 개선된다면 그것만큼 뿌듯한 것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가 바쁘지만, 특히 더 분주해 보이는 것은 야당 소속 의원실이다. 현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을 견제·감시한다는 국정감사의 성격상 야당 의원실에선 이 기간에 사활을 건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사실상 첫 국감이다. 작년 국감은 정권이 바뀐 지 몇 달 만에 실시돼 지난 정부에 대한 감사가 주였다. 야당에선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해 샅샅이 점검하겠단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한국당 모 의원실 6급 비서 D 씨는 "여당의 경우엔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야당에선 찾아내야 한다"며 "이 시기만 되면 우리 분야에 관련된 모든 인터넷 자료를 뒤지고, 사람들 의견을 듣고, 기사를 찾는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살펴야 겨우 질의서를 하나 쓸까 말까"라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모 의원 보좌진 E 씨는 "국민들이 보기엔 '뭘 저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캐고 묻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라며 "근데 그런 것들이 대충한다고 해서 찾아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우리도 빨리 퇴근하고 쉬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정부, 피감기관이 잘못을 저지르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것을 국민들도 모르고 넘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여당 의원실도 쉴 틈 없이 바쁜 것은 마찬가지이다. 민주당 모 의원실 5급 비서관 F 씨는 "절대 여당이라고 국정감사를 소홀히 준비하지 않는다"라며 "저희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야당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준비 강도엔 변화가 없다. 피감기관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넘어가지 않고 지적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라고 했다.

이날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의원회관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많았다. 한 보좌진은 "일을 하다가 저녁때를 놓쳐서 방금 밥을 먹고 돌아가는 길"이라며 "들어가서 또 1~2시간은 하고 퇴근할 것 같다"고 했다. 옆에 있던 보좌진은 "이게 국회 보좌진의 '숙명' 아니겠나"라고 말하며 웃었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피감기관 관계자, 보좌진들로 분주하다. /더팩트DB
국회가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피감기관 관계자, 보좌진들로 분주하다. /더팩트DB

여야는 대정부질문이 끝난 지난 5일을 기점으로 일제히 본격적인 국정감사 태세에 돌입한 모양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민생, 경제, 평화를 살리는 노력을 많이 해왔는데, 성과는 무엇이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국감에 임하겠다"고 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해 제대로 점검하고 고발하겠단 계획이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실의에 빠진 민생현장, 망가진 경제를 속 시원하게 파헤칠 것"이라며 "교육·일자리 정책의 '무능함'과 미래대책도 없는 최저임금 인상·공무원 증원의 '무모함', 야당시절과는 입장이 달라진 '비겁함', 국회를 무시하고 여론에 귀를 닫은 '불통', 마지막으로 캠코더·낙하산 인사의 '신적폐' 양산 등을 구체적으로 다룰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송희경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7일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평화 이벤트로 외면 받고 있는 '고용쇼크' '인사 참사' '부동산 가격 폭등' '높은 실업률'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과 중소기업' '야당 탄압과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국민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속 시원하게 파헤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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