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
'궁합' 좋던 金-洪, 대정부질문서 '몸싸움'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임현경 인턴기자]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정'은 무너졌다. 한 사람은 막아야 했고, 또 한 사람은 공격해야 했다. 노동운동 출신의 닮은 꼴 '절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한바탕 몸싸움을 벌였다.
두 원내대표는 '공통분모'가 많다. 나이는 단 1살 차이다. 홍 원내대표가 1957년생으로 1958년생인 김 원내대표보다 1살 많다. 두 사람은 모두 3선 의원이다. 둘 다 18대에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총선에서 당선됐고, 홍 원내대표는 1년 늦게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됐다.
가장 크고 의미 있는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두 원내대표 모두 노동계 출신이란 점이다. 홍 원내대표는 자동차 용접공 출신으로 민주노총 출범 준비위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고, 김 원내대표는 한국통신 공중전화노조위원장, 한국노총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두 사람은 국회 입성 후에도 환경노동위원회(19대)에선 각 당 간사로 일하며 '협상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이처럼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닮은 김·홍 원내대표의 우정은 지난 5월 홍 원내대표가 우원식 전 원내대표에 이어 선출됐을 당시 크게 부각됐다. 당시는 김 원내대표가 김경수 경기도지사 관련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기 위해 한창 단식을 벌일 때였다. 일주일이 넘어간 단식에 많은 의원이 김 원내대표를 말렸지만, 그는 "홍영표가 당선될 건데 그는 내 친구다"라며 고집을 피웠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홍 의원의 선출이 가장 유력했고, 김 원내대표는 친구인 홍 원내대표와는 협상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나타낸 것이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표 당선 직후 친구인 단식 중이던 김성태 원내대표를 찾을 만큼 친분이 두텁다. 지난 5월 11일 홍 원내대표가 당선 직후 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김 원내대표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던 당시. /문병희 기자 |
이에 부응하듯 홍 원내대표는 선거 직후 김 원내대표가 단식을 벌이던 국회 본청 앞 농성 텐트를 가장 먼저 찾았다. 홍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손을 붙잡고는 "내가 제일 (선거) 끝나자마자 왔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 먼저 단식을 풀고 이야기하자"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출을) 축하한다. 같이 노동운동도 한 사람으로서 대화와 타협을 위해 서로 진정성을 갖고 풀면 못 풀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의 기대와는 달리 결국 협상은 무산됐지만 이 장면은 두 원내대표의 '케미'를 미리 암시하는 듯했다.
이후 두 사람은 여러 현안마다 협상파트너로서 마주했다. 물론 맞을 때보단 엇나갈 때가 더 많았다. 서로 독한 말도 주고받았다. 그러나 티격태격하는 모습마저 화제가 될 정도로 둘의 우정은 주목됐다. 지난달 인터넷전문은행법·규제프리존법 등 쟁점법안 처리,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방안 관련 협상을 하면서는 김 원내대표가 내민 손을 홍 원내대표가 뿌리쳤고, 이에 김 원내대표가 홍 원내대표의 등을 손바닥으로 때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마치 연인의 싸움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찰떡같던 두 사람의 우정도 이날(4일)만은 공기가 달랐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2일 새롭게 임명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대한 자체 '2차 청문회'를 벌였다. 유 장관은 청문 과정에서 자녀 위장전입, 피감기관 소유 건물 입주 특혜 의혹, 남편 회사 이사 의원실 비서 채용 등의 의혹을 받았다. 이에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유 장관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보고서 재송부 요청에도 무산되자 결국 유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이었다.
서로 삿대질하는 김성태 원내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뉴시스 |
이날 첫 타자로 나선 주광덕 의원부터 한국당 의원들은 작정한 듯 유 장관에 대한 공세를 폈다. 자녀 위장전입 의혹 등을 재차 다시 물으며 유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유 장관이 답변을 내놓을 때마다 한국당 의원석에선 야유와 조롱 섞인 고성이 나왔다.
결국 한국당 두 번째 질의자였던 이철규 의원의 순서에서 '일'이 터졌다. 이 의원 역시 유 장관을 집중 공격했고, 보다 못한 홍 원내대표가 대뜸 걸어 나왔다. 그는 사회를 보고 있던 한국당 소속 이주영 부의장에게 다가가 항의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자제를 요청하는 듯했다.
그러자 이를 보고 있던 김 원내대표도 성큼성큼 나왔다. 그는 홍 원내대표를 향해 다가가더니 "왜 나와 있냐. 왜 대정부질문을 못하게 방해하냐"고 따지며 홍 원내대표를 잡아끌었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고, 홍 원내대표도 자신의 옷을 움켜쥔 김 원내대표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서로 삿대질이 오가기도 했다. 최고의 '케미'를 선보였던 두 원내대표는 그렇게 굳은 얼굴로 서로를 등진 채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