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뒤끝 작렬' 심재철, 김동연과 '30분 설전'
입력: 2018.10.02 14:50 / 수정: 2018.10.02 17:30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2일 청와대 업무추진비 공개 논란의 당사자인 심재철(오른쪽) 자유한국당 의원의 본회의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굳은 표정과 상기된 목소리로 약 30분간 공방을 벌였다. /국회=문병희 기자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2일 '청와대 업무추진비 공개 논란'의 당사자인 심재철(오른쪽) 자유한국당 의원의 본회의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굳은 표정과 상기된 목소리로 약 30분간 공방을 벌였다. /국회=문병희 기자

沈 공격에 金도 '작심 대응'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심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공개 논란'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두 사람은 약 30분 이상 설전을 벌였고 여야 간에도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이날 대정부질문 다섯 번째 질문자로 나선 심 의원은 연단에 올라 인사를 마친 뒤 곧바로 기획재정부 산하 재정정보원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자료들을 다운 받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했다. 심 의원은 접속 과정에서 오류 메시지가 떴고, 백스페이스를 눌렀더니 해당 자료들을 받을 수 있는 화면이 나타났다고 밝히며 재차 "제 보좌진들은 해킹 등 전혀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100% 정상적으로 (디브레인에) 접속해 자료를 열람했다. 아무런 불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서 김동연 장관을 불러 세웠다.

심재철 의원은 청와대 업무추진비 불법 취득 의혹과 관련해 제 보좌진들은 해킹 등 전혀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100% 정상적으로 (디브레인에) 접속해 자료를 열람했다. 아무런 불법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문병희 기자
심재철 의원은 청와대 업무추진비 불법 취득 의혹과 관련해 "제 보좌진들은 해킹 등 전혀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100% 정상적으로 (디브레인에) 접속해 자료를 열람했다. 아무런 불법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문병희 기자

심 의원과 김 장관은 모두 상당히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맞았다. 양 측은 이번 사태와 관련 서로를 고발한 상황이다. 본회의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먼저 심 의원은 청와대가 사용한 업무추진비 내역 중 일부를 말하며 '부적절한 사용'을 지적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상당히 상기된 목소리로 "의원님이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를 계속 말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장관은 "지금 의원님이 공개한 자료는 저희 기재부에서도 볼 수 없는 자료이고 극히 일부 사람들만 제한적으로 볼 수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김 장관의 답변에 의원석에선 고성이 터져 나왔다. 한국당 등 야당에선 "장관이 뭐 하는 거냐", "사퇴하라" 등 김 장관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고, 여당에선 "문 열려 있다고 훔쳐 나오는 게 맞냐",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 등 야당의 항의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심재철 의원의 공세에 단호한 목소리로 맞대응했다. /문병희 기자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심재철 의원의 공세에 단호한 목소리로 맞대응했다. /문병희 기자

이어 심 의원은 "관리가 굉장히 허술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고 김 장관은 "그렇지 않다. 의원님이 보여주신 것은 결과적으로 해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단순하고 쉬워 보이지만 쉽게 할 수 없는 것을 나타내는 말) 같은 것이다. 그 방법을 하기 위해선 여섯 번의 과정이 필요하고, 들어가면 이는 감사관실이 사용하는 자료라고 경고가 떠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 "접근했을 때 경고문구는 없었고,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보지 말라고 주의 표시가 쓰여 있었나"라고 따졌고 김 장관은 "감사관실이라고 분명 쓰여 있고 그것은 기재부에서도 감사관실에서도 볼 수 없다"고 재차 반박했다.

심 의원은 "백스페이스를 누르는 것이 비정상적이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우연히라도 누를 순 있겠지만 그 후에 190회 이상 100만 건 이상 (비인가 자료를) 다운 받은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곳까지 들어가신(접속한) 게 잘못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비슷한 말을 반복하며 재차 공방을 벌였다. 심 의원은 해킹 같은 불법적인 행위는 없었고, 우연히 접속해 경고도 없었기에 다운 받았다는 입장을, 김 장관은 '감사관실 사용하는 자료'라는 경고 문구가 분명 있고, 추후 알았다면 반납했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심 의원은 화제를 바꿔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기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공세에 나섰다. 심 의원은 청와대, 기재부 등 정부기관이 업무추진비를 심야시간에 이자카야나 펍 등에서, 또 호텔, 면세점 등에서 사용했다며 부적절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해당 내용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를 요청해놨으니 문제가 된다면 일벌백계하겠다. 그때 결과를 보고 얘기하자"면서도 "업무연관성과 상관없는 사용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저의 경우도 내빈 선물을 위해 면세점에서 사용할 때가 있다. 제가 외국에 나가 그런 선물을 받으면 다 반납하게 돼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심재철 의원이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김동연 장관을 꾸짖고 있다. /문병희 기자
심재철 의원이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김동연 장관을 꾸짖고 있다. /문병희 기자

심 의원이 "업무추진비는 원래 공개하게 돼 있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김 장관은 "공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업무추진비 속엔 대통령 경호실 통신 장비 내역, 대통령 해외 순방 때 사용하는 내역, 대통령 해외식자재 내역 등의 공개해선 안 되는 자료들도 있다. 국가 안보 등 8가지 정도 항목에 대해선 금지를 하지 않도록 돼 있다"고 했다. 이어 심 의원이 언론 기사를 제시하며 "그렇다면 언론 보도가 잘못된 거냐"고 묻자 김 장관은 "잘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그것은 의원님이 팩트가 아닌 내용을 빌미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간곡히 요청드린다. 비인가 자료들은 반납해주시고 업무추진비 관련 내용은 감사원 결과를 기다려달라. 그 내용을 보시고 잘못된 것 질책해달라"고 했다.

보통 대정부질문은 의원이 국무위원을 꾸짖는 분위기로 진행되지만, 이날 심 의원과 김 장관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상당히 흥분된 목소리로 약 30분 동안 대립했다. 심 의원이 말미에 "기자들 불러 놓고 같이 공개적으로 프로그램 접속 시연하자"고 제안하자 김 장관은 "전 그럴 생각이 없다. 비인가 영역에 들어가는 위법성 있는 시도에 대해 제가 시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심 의원이 "할 말이 없으니(말 돌리는 것 아니냐)"라고 하자 김 장관은 "아니다. 할 말 많다. 시간만 되면 다 하고 싶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자신에게 고성을 지르는 야당 의원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지금 답변하고 있다"고 대응하기도 했다.

김동연 장관과 심재철 의원의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동안 여야 의원석에서도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문병희 기자
김동연 장관과 심재철 의원의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동안 여야 의원석에서도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문병희 기자

두 사람의 주거니 받거니 공방을 벌이는 동안 의원석에선 고성과 욕설이 계속 오갔다. 심 의원과 김 장관이 강도 높은 발언을 할 때마다 여야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 "조용히 해라"고 소리치며 서로 얼굴을 붉혔다.

이날 심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사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지난 21일 검찰에서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 "압수수색이 왔으면 당연히 당사자인 저에게 전화를 한 통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것이 입법부 수장으로서 마땅한 것"이라며 "의장실에 항의하러 갔더니 과거 이석기 의원도 압수수색했었다고 비유했다. 문 의장은 부적절한 비유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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