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및 군 관계자, 참전용사들이 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5년 마다 있던 도심 군사 행진 생략…野 "북한 눈치보기" 비판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제70주년 국군의날 행사에서 시가 행진 등 순서가 빠진 것과 관련 '축소'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에선 정부·여당을 향해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 현역 군인 등 군 관계자들의 견해는 어떨까.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진행된 1일 국군의날 행사는 여러 부분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례적으로 시간대가 야간으로 변경됐고, 장소 또한 처음으로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것이었다.
특히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다. 애초 군은 5년 주기 단위 기념식 땐 병력과 전차, 자주포, 미사일 등을 동원한 대규모 도심 군사 행진을 벌였지만, 이번이 그 순서였음에도 생략됐다. 태권도 종합시범, 각 군의 전투수행 체계 시연 등의 순서는 그대로 진행됐지만, 규모를 줄였다.
가수 싸이가 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기념식은 과거와 달리 현역장병들의 동원을 최소화하고 국군장병과 참전용사들이 국군의 날 주인공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축하와 격려를 받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도심 행진 등이 오히려 주인공인 장병들에게 큰 부담과 고생이 된다는 이유다.
그러나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에선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도심 행진 등 군사력을 선보이는 순서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 같은 공방에 대해 군 관계자, 특히 실무를 담당하는 현역 군인들은 대부분 '잠잠하다'고 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 장병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밖에선 여러 말들이 오가지만, 막상 현역들끼리는 별 견해는 없다"며 "국군의 날에 군인들이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행사를 축소한 것이라면 좋은 의미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외 다수의 장병들도 비슷한 생각을 밝혔다.
이전에 도심 행진 등 행사에 참여한 적 있던 특전사 출신의 한 예비군도 "행사 준비에 거의 몇 달이 소요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군사력을 자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직접 그 일을 담당한 저로서는 행사가 축소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정말로 당시 전우들끼리는 '대체 누굴 위한 국군의 날이냐'는 농담을 매일 주고받기도 했다"고 했다. 행사 축소가 옳다는 견해다.
반면 우려를 내놓는 목소리도 컸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매년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5년에 한 번 진행되는 도심 행진을 생략했다는 것에 대해선 걱정들이 많다"며 "정부의 결정도 이해는 가지만 너무 급진적인 변화는 군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예비역 장성도 "이번 국군의 날 행사 축소에 대해선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군의 여러 변화와 함께 바라봐야 한다"며 "특히 DMZ(비무장지대)내 GP 철수 등 무장해제의 과정도 진행되고 있는데, 매우 신중해야 하며 선제적으로 자꾸 카드를 내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 사진공동취재단 |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오늘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을 끝내고 평화의 시대를 이야기할 수 있어 아주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에서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과 북의 전쟁종식과 한반도 평화를 천명했다. 15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약속했다"며 "그러나 단번에 평화가 오지는 않는다. 평화는 우리의 힘이 바탕이 될 때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군이 한반도 평화의 맨 앞자리에 서야 할 때다. 힘을 통한 평화는 군의 사명이며, 평화시대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강한 군대"라고 덧붙였다.
lws2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