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이낙연 총리, 한국당 '뼈' 때리며 '사이다' 반박(영상)
입력: 2018.10.02 05:00 / 수정: 2018.10.02 08:04

유기준 한국당 의원은 이낙연 총리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한 질의를 쏟아냈지만, 이 총리는 특유의 화법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임현경 인턴기자
유기준 한국당 의원은 이낙연 총리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한 질의를 쏟아냈지만, 이 총리는 특유의 화법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임현경 인턴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대정부질문서 묵직한 반격…'조용한 저격수'

[더팩트ㅣ국회=임현경 인턴기자] 추석 이후 재개된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집중 공세에도 이낙연 국무총리는 묵직하면서도 능청스러운 화법으로 공세에 맞섰다.

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는 외교·안보를 주제로 한 대정부질문이 이뤄졌다.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여러 정부 인사들이 자리한 가운데 단연 인기는 이 총리였다.

각 당 의원들이 여러 정부 인사들을 고루 지목한 것과 달리, 한국당은 이 총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이 총리와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 한국당에 차가운 '반문'으로 응수…"후배 목소리 들어달라" 토로

유기준 한국당 의원은 이날 질의자로 나와 이 총리를 지명했다. 유 의원은 "건국절이다 뭐다 역사를 바꾸는 일이 많이 있다"며 역사 왜곡을 지적하자, 이 총리는 "건국절은 저희쪽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고 답했다.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지정해야 한다는 논의는 한국당 측에서 제기된 논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유 의원은 심재철 의원의 압수수색에 대해 "이게 정부에서 말하는 공정한 수사고 적폐 청산이냐"며 "총리가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리가 "검찰이 하는 일에 총리가 관여했다 그러면 칭찬했겠느냐"고 되물었고, 의원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이 총리는 "정부는 북핵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핵 폐기에 단 일보도 걷지 못했다"는 유 의원에게 9월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동창리와 영변 시설 폐기를 언급하며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유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UN총회 연설을 두고 블룸버그통신이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고 했다"고 지적하자, "훨씬 많은 해외언론은 문 대통령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중재자를 넘어 '톱 리더', '문스 미라클(문 대통령의 기적)'이라 보도했다"라며 일부 언론을 부각한 지적을 맞받아쳤다.

이낙연 총리의 단호한 답변에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잠시 말을 더듬으며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 총리가 안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이낙연 총리의 단호한 답변에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잠시 말을 더듬으며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 총리가 안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같은 당 안상수 의원 역시 이 총리에 저돌적인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이 총리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안 의원이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보여준 언행은 헌법을 위반한 경우가 많다"고 말하자 이 총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그랬을까요?"라고 물어 안 의원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최측근을 회의 시간에 졸았다고 처형할 정도로 잔인한 인물이다. 이 비정상적인 사람과 협상을 해서 되겠느냐"는 안 의원의 추궁에는 "그럼 뭘 해야할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에 안 의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

이 총리는 베트남 통일 사례를 예로 들며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정책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안 의원을 향해 "전임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에 장안이 술렁였고, 안 의원은 "우리 총리님께서 대답은 참 잘하시는 것 같은데,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알면서도 저렇게 답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이 총리의 차가운 답변에 "4선 선배가 후배들의 말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총리는 "'사이다' 총리라면 청와대와 여당에도 쓴소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정 의원의 비판에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정 의원이 "국민들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고 반박하자 "일부러 들리게 하는 것이 총리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그렇게 답변하심으로써 저의 말을 막으면 속이 시원하시냐, 4선 국회의원 선배로서 경청하는 자세 없이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사이다'냐"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기획기사를 언급하며 통일의 이점을 강조했다. 이에 이 총리는 통일을 이렇게 갈망하는 분들이 왜 평화는 반대하시는지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 총리와 송 의원이 화면 속 자료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기획기사를 언급하며 통일의 이점을 강조했다. 이에 이 총리는 "통일을 이렇게 갈망하는 분들이 왜 평화는 반대하시는지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 총리와 송 의원이 화면 속 자료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 민주당과는 '캐미'…바른미래와도 '주거니 받거니'

이 총리는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자연스레 문답을 주고받으며 정부 입장을 대변, 동시에 일부 보수 세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지금 (이 시점에) 보도하면 참 좋을 것 같다"며 조선일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보도했던 통일 관련 기획 기사를 모아 화면에 띄웠다. 그가 "왜 지금은 이런 보도가 안 나오느냐"고 묻자, 이 총리는 "글쎄, 저도 지금 어리둥절하다"며 능청스럽게 답했다.

이 총리는 "통일을 이렇게 갈망했던 분들이 평화는 한사코 반대하시는가 잘 모르겠다"며 "여기(자료)에는 안 보이는데 '통일의 편익이 비용의 두 배쯤 될 것이다'는 제목의 기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보수 언론의 기획 기사를 언급했다. 그는 "조선일보는 박 전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 연설 이틀 전 '통일이 미래다' 시리즈를 시작, 총 243건의 기사를 연재했다"며 이 총리도 기사를 읽어봤는지 물었다. 이 총리는 "안 읽어볼 재간이 없을 정도로 크게 보도했다"고 말했다.

심재권 의원 또한 이 총리가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 총리는 심 의원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고, 심 의원 역시 이 총리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총리는 심재권 의원의 질문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사진은 이 총리가 이날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이 총리는 심재권 의원의 질문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사진은 이 총리가 이날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임현경 인턴기자

이 총리는 심지어 야당인 바른미래당과도 이러한 '쿵짝'을 맞췄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변화된 북한의 사회상을 알리며 "우리 의원들도 그렇고 정부 기관도 남북관계에 대해 좀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 총리는 "옳은 말씀이다.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거의 화석화된 인식 체계가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 의원에 동의했다.

이어 하 의원이 "그렇다. 북한은 안 변한다고 생각하니까, 변하는 걸 모르니까 계속 걱정만 하는 것이다"고 하자 이 총리는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야 말로 정말로 안 변하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이에 하 의원은 "그렇다. 모르는 게 병이다"며 장단을 맞췄다.

이 총리는 "들어보니 친북 좌파 정부가 아니다. 제가 노동신문, 조선중앙TV를 자유롭게 보자고 하니까 굉장히 보수적으로 답하신다"는 하 의원의 말에 "네. 늘 국민과 함께하는 그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한편 대정부질문은 이날 외교·통일·안보를 시작으로 2일에는 경제, 4일에는 교육·사회·문화 분야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25~26일 고(故)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의 장례식에 참석을 위해 베트남에 방문했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총리공관에 머물며 만반의 준비를 한 이 총리가 민감한 사회 현안이 산적한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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