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1심 선고 앞둔 MB, 검찰과 전면전…핵심 쟁점 '4가지'
입력: 2018.10.01 00:00 / 수정: 2018.10.01 00:00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는 5일 1심 선고 재판을 앞둔 가운데 반박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결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서울중앙지법=남용희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는 5일 1심 선고 재판을 앞둔 가운데 반박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결심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서울중앙지법=남용희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 139쪽 의견서 법원 제출…강력 의사 표명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심 판결을 목전에 둔 가운데 자신의 혐의를 반박하는 자료를 공개하며 검찰과 전면전에 돌입했다.

오는 5일 1심 선고 재판을 앞둔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지난달 27일 '사실관계 쟁점 요약'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공개하며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해당 자료는 변호인 측이 같은 달 20일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정계선 부장판사)에 제출한 것으로, 139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의견서다.

변호인은 이 전 대통령의 유무죄 및 형량을 결정지을 주요 쟁점을 정리, '이 전 대통령의 무죄'를 기조로 설명했다.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의 상반된 주장 중 핵심 쟁점 네 가지를 비교했다.

◆ 쟁점 1.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것인가

'다스는 누구의 것인가' 즉,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물음은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모든 의혹의 출발점이다. 다스의 실소유주에 따라 다스와 관련된 횡령(349억 원)·다스 소송비 대납(67억7000만 원) 관련 뇌물 혐의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유·무죄가 달라진다.

변호인 측은 의견서 중 약 80쪽 정도를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소유주가 아니다'라는 것을 설명하는 데에 할애했다. 이는 △다스 실소유주 문제 △다스 세금포탈 및 비자금 횡령 △김재정 상속 및 미국 소송 관련 직권남용 △다스 미국 소송비 삼성 대납 △국정원 특활비 수수 △공직임명 등 대가 수수 △대통령 기록물 사건 등 7가지 주요 항목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소유주가 아니다며 컨설팅 개념으로 보고 받은 것이라 주장했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17일 열린 22회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부축을 받으며 법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이동률 기자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소유주가 아니다"며 "컨설팅 개념으로 보고 받은 것"이라 주장했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17일 열린 22회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부축을 받으며 법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이동률 기자

변호인 측은 검찰이 "금융거래 조회 같은 객관적 증거보다는, 다스 전 사장 김성우와 다스 전 전무 권모 씨 등의 진술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결론지었기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기술했다.

이어 "검찰은 다스 임직원이 1년에 한 번 이 전 대통령에게 정기적인 '경영현황 대면보고'를 했다는 것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질적으로 경영한 실소유주라고 규정했다"며 "1년에 한 번 하는 경영보고의 보고서 매수는 3~6장 정도였고, 보고시간은 30분~1시간 정도였으며, 적극적인 업무지시보다는 보고내용을 듣고 공감하는 수준의 보고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또, "직원들 입장에서도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면 자부심이 더 컸을 것"이라며 "이런 특수한 상황이 맞물리면서 다스 임직원 사이에 '다스는 MB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검찰 조사에서도 추측성 진술이 다수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이 "30대에 현대건설 사장이 된 샐러리맨의 신화 같은 존재이며 유명 정치인"이었기에 소유주가 아닌 "컨설팅을 맡겼을 소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쟁점 2. 국정원 특활비 수수, 김백준 진술 신빙성에 달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5억 원 이상을 수 차례에 걸쳐 불법적으로 수수했다고 판단했다.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이 주요했다. 검찰에 따르면, 'MB 40년 집사'로 불렸던 김 전 기획관은 국정원 특활비 총 4억 원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 "검찰은 객관적 물증 대신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며 그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특히 변호인 측은 첫 공판 이후 꾸준히 김 전 기획관이 치매를 앓고 있어 제대로 된 진술을 할 수 없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의견서에는 "변호인들은 김백준이 이미 치매가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판단, 법정에 불러내어 증인신문을 하면 답변을 못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김백준 진술의 신빙성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여 증인신청을 고려했으나, 대통령이 '그래도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인데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며 이를 반대해 무산됐다"고 적혀있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10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2011년 9~11월은 남북정상회담과 천안함 폭침 사과 문제를 놓고 청와대가 직접 나서 북한과 접촉을 할 때였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 10만 달러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특활비로 마련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이다"며 "검찰은 보안상 문제로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단지 돈 심부름만 한 김희중의 추측성 진술을 근거로 대통령을 기소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공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김백준 전 기획관의 치매설을 주장했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공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김백준 전 기획관의 '치매설'을 주장했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쟁점 3. 이팔성이 메모를 삼키려 했던 이유

이 전 대통령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공직 임명 대가로 22억 원 상당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은 '이팔성 비망록'을 핵심 증거로 내세웠다. 이 전 회장이 작성한 비망록에서는 "MB와 인연 끊고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가 괴롭다. 30억 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내용이 발견됐다.

검찰은 "지난 2월 이 전 회장의 서재에서 수사관이 사람 이름과 금액이 적힌 명함 크기의 메모지를 발견하고 무엇이냐고 묻자, 이 전 회장이 입안으로 급히 씹어 삼키려고 했다"며 압수수색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당시 이 전 회장을 제지하던 검찰이 손가락을 물리는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이팔성 비망록'을 둘러싼 과정 자체가 석연치 않다는 입장이다. 변호인 측은 "이팔성은 자신이 압수수색을 당할 것을 5일 정도 미리 알아 이를 인멸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무집행방해치상죄로 처벌받을 것을 감수하고 메모지를 삼키려고 한 점, 검찰은 이팔성을 출국금지시키고도 설 연휴를 핑계로 압수수색을 미뤘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벌어진 사실을 언론에 공표해 자극적인 보도가 나오게 한 점" 등을 근거로 진위를 의심했다.

◆ 쟁점 4. 대통령 기록물, 유출이 아니라 '실수'?

검찰은 다스 관련 수사로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던 중 청와대 자료를 발견, 이 전 대통령이 김윤경 전 청와대 1부속실 행정관과 공모해 고의로 자료를 유출했다고 봤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김윤경의 단순 실수'라 선을 그었다.

변호인 측은 "해당 기록물은 2013년 유출 이후 검찰에 의해 발견될 때까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며 "압수수색이 연일 지속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폐기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대로 방치된 것을 봐도 고의로 유출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변호인 측은 김 씨가 이 전 대통령 임기 말 당시 기존 업무와 이삿짐 정리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고 강조했으며 "1주일 동안 기록물을 이관하는 과정에서 김윤경의 실수로 일부 자료가 이삿짐과 함께 유출된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1심 선고를 앞두고 사건 재점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과 관련 법조인들은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 8월 17일 이 전 대통령이 22회 공판 참석 차 법원에 들어서던 당시. /이동률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1심 선고를 앞두고 사건 재점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과 관련 법조인들은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 8월 17일 이 전 대통령이 22회 공판 참석 차 법원에 들어서던 당시. /이동률 기자

◆ MB '여론전' 돌입, 판결에 미치는 영향은?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의 이러한 의견서 제출을 두고 '여론전'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견해를 내놨다. 김남국 변호사는 "법정 밖에서의 의견표명은 이례적인 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아무래도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이기 때문에 변호인이 마지막으로 정리 요약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려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자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의견서가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이 전 대통령 측의 의견서 제출 시기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반적인 형사사건이라면 선고 2주 전도 크게 늦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범죄사실도 많고 관련 증거·증인들의 진술의 워낙 많다"며 "재판부에서 이미 각각의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거의 끝마치고 판결문 초고를 작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률 관계자 역시 "법원에 제출한 이후 언론을 통해 의견서를 공개한 것은 사실 여론에 호소하기 위함인 것 같다. 선고를 앞두고 이 전 대통령을 향한 민심을 회복,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변호인의 주장과 달리 관계자의 진술 외에도 여러 물증이 발견됐기 때문에 이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 전망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은 오는 5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6일 결심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 원을 구형하며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일침을 가했다. 재판부가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이 전 대통령은 만기 출소 시 97세가 된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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